모든 시민은 기자다

유성 5일장에서 꽃동네까지 '수애씨의 하루'

[대통령 후보 부인 따라잡기 ①] 문국현 후보 부인 박수애씨

등록|2007.12.15 15:04 수정|2007.12.15 16:26

▲ 박수애씨 ⓒ 임현철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돼.”
“여자는 남자를 잘 만나야 돼.”


이런 말에는 응당 “~집안 말아 먹는다”, “~뒤웅박 팔자~” 등의 말이 따릅니다. 하물며 한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도 이런저런 뒷말이 오가는데 국가 중대사에 이런 평이 없을 리 만무하겠지요.

‘향수(鄕愁)’, 그렇습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향수. 반듯하고 다소곳한, 차분하고 따뜻한 영부인에 대한 향수. 그러나 이 향수에는 독재 권력과 맞닿아 있습니다. 아이러니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사고(思考)가 바뀌는 마당에 앞으로 새로운 모습의 영부인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 대통령 후보 부인을 따라 잡는 것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17대 대통령 선거에 사상 유래 없는 12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에 따라 예비 영부인도 12명입니다. 그렇다고 12명 모두를 따라 다닐 수도 없는 일.

▲ 유성 5일장에서 어느 어르신과 인사하는 수애씨. ⓒ 임현철


박수애씨 애칭은 ‘수애씨’

지난 14일, 문국현 후보의 부인인 박수애 여사를 잠시 동행 취재했습니다. '문국현과 함께하는 대한사람들(문함대)'은 그를 ‘수애씨’라고 부릅니다. ‘박수애 여사’라고 부르기엔 왠지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아, 애칭으로 ‘수애씨’하고 부른다 합니다. 그녀는 어떻게 후보를 내조할까?

수애씨 오전 일정은 8시 대전 이동. 10시 30분 대전 선대본 격려. 11시 지하철 탐방. 11시 30분 유성 5일장 이동. 11시 35분 유성 5일장 유세로 짜여 있습니다. 오후는 1시 충북 음성 꽃동네로 이동. 2시 30분 꽃동네 견학. 3시 30분 서울 이동 등의 일정입니다.  움직임의 폭이 큽니다. 후보인 남편 챙기랴, 사람들 만나랴 쉽지 않겠지요. 저녁 일정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부랴부랴 수애씨의 일정에 맞춰 대전행 고속도로를 탑니다. 비서와 연락하여 당도한 대전 정부청사역. 에이~ 씨, 벌써 두 정거장이나 지나쳤습니다. 달리고 달렸는데 말입니다. 게으름과 주차난이 원인입니다. 물어물어 도착한 유성 5일장. 바람이 차갑습니다. 드디어 수애씨를 만납니다.

▲ 상인과 악수하는 수애씨. ⓒ 임현철

▲ 장갑을 벗어 내민, 차가운 손을 따뜻하게 맞잡은 수애씨. ⓒ 임현철


"TV에서 봤어요. 많이 울었어요. 미인이네요"

예전 같으면 “골라, 골라~. ○개 ○○○원”을 외쳤을 텐데. 고등어, 새우젓, 배추, 도라지, 오뎅, 튀김, 막걸리, 옷, 장갑, 모자 등이 널린 장바닥에서 바람잡이(?)가 앞서 분위기를 띄웁니다.

“문국현 후보 부인입니다. ~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아니, 정말 후보 부인이에요?”


그제서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야박한(?) 인심입니다. 아니, 후보를 알린답시고 시끄럽게 울리는 공허한 스피커 소리에 지쳤다는 표정에서 후보 부인을, 영부인감을 마주치는, 악수까지 하는 실감을 느끼는 분위깁니다. 물론 싸늘한 표정도, 정감어린 표정도, 어정쩡한 표정도 함께 스며 있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붓글씨 쓴 거 보고 탄복했어요.”
“TV에서 봤어요. 많이 울었어요. 미인이네요.”


장갑을 벗고, 악수하며 건네는 ‘미인’이란 말에 깜빡 넘어간 걸까, 수애씨 얼굴의 엷은 웃음 위로 환한 웃음꽃이 덩달아 피어오릅니다. ‘내가 미인이나?’하는 표정보다 ‘그렇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상입니다.

▲ 수애씨에게 TV에서 본 소감을 말하는 상인. ⓒ 임현철


▲ 목을 축이는 사람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 임현철


"‘문국현 생선’을 내걸고 장사도 하데요, 호호"

“고맙게 반기시네요. 어느 가게에는 문국현 대통령이라 써 붙여 놓고, 또 생선 가게에선 ‘문국현 생선’을 내걸고 장사도 하데요, 호호. 고마운 생각이 들어요. 정치인들이 많이 배우고 자주 알아야겠어요. 여기 계신 분들이 진짜 국민이에요.”

오후 시장 통에서의 식사. 문국현 옷을 입고 다니던 선거운동원, 수애씨 옆에 앉아 사진을 찍으며 “우린 자매지간이에요” 합니다. 비서에게 수애씨 차량 동행 취재를 요청합니다. OK 사인입니다. 땡잡았습니다.(유성 5일장에서 음성 꽃동네까지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이뤄진 수애씨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충북 음성 꽃동네. 수애씨를 실은 차가 제일 먼저 도착하였습니다. 잠시 뒤, 안내 수녀님이 일행을 맞이합니다. 꽃동네 사무실 쪽에서 산등성이를 넘어 연수원으로 향합니다. 한 눈 파는 사이 수애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둘러 뒤따릅니다. 꽃동네 브리핑 후 말을 나눕니다. 벽에 붙은 문구가 구구절절합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각계각층 온 국민이 어려운 때를 지내고 있습니다. 길가에서, 다리 밑에서 다리 밑이나 지하도에서 병든 몸을 맨땅에 누인채 신음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우리 각자의 가정의, 이웃의 사회와 국가의 사랑이 필요한 때입니다. … 행복이란 만족한 삶입니다.”

▲ 장애인과 담소를 나누는 수애씨. ⓒ 임현철


▲ 입으로 오락을 즐기고 있습니다. ⓒ 임현철


수애씨, “문국현 씨와 꼭 다시 오겠다” 다짐

지체장애인 숙소. 침대에 누워 있는 야윈 얼굴에서 생명의 존귀함 느낍니다. 표현이 어려운 얼굴에 어렵사리 표정을 담습니다. 수녀님을 보고 환한 얼굴로 “엄마”하며 팔을 벌리는 모습에서 그들의 진한(?) 사랑을 엿봅니다.

수애씨는 장애인의 작품 전시회를 보며, 불편한 손으로 만든 크리스마스-카드를 선물 받고 감사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수애씨, 장애인 곁을 떠나면서 “남편과~, 문국현씨와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리고 “여기 계시는 분들 너무 좋은 사람이네요”라고 평합니다.

이상이 제게 주어진 수애씨와의 깜짝 데이트(?) 전부입니다. 혹여 문국현 후보가 눈을 흘기며 ‘내 아내와 데이트를 해’하며 시샘을 하더라도 뭐라 변명할 마음은 없습니다. 왜? 그가 밝힌 ‘국민의 숲’으로 나선 이상, 수애씨는 ‘그만의 수애씨’가 아니니까요.

▲ 장애인이 어렵사리 한 손을 올려 수애씨에게 '사랑해요' 표현합니다. ⓒ 임현철

▲ 문국현 후보와 다시 찾아오겠다며 다짐하는 수애씨. ⓒ 임현철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