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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소망을 갖게 하는 말

등록|2007.12.15 18:51 수정|2007.12.15 18:51
“졸졸졸-.”

물이 샘솟고 있었다. 많이도 나오는 것이 아니고 적당한 양의 물이 쉴 사이 없이 나오고 있었다. 맑은 물이어서 그런지 물이 나오는 소리 또한 청아하다. 물이 나오고 있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즐거움보다도 청각적으로 듣는 것이 더욱 더 경쾌하다. 샘에서 나오고 있는 물이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해주고 있었다.

용지천지혜를 주는 샘 ⓒ 정기상



산사의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물은 찾는 이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정신을 쇄락하게 해주고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누구라도 환영하고 있었다. 단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찾아오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치지도 않으며, 원망하지도 않는다.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따뜻한 가슴으로 대해주고 있는 것이다.

용지천. 지혜를 주는 샘물이란 뜻이다. 이 물을 마시게 되면 슬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샘이다. 얼마나 좋은가? 사람은 물을 마시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음식을 먹지 않고는 보름 이상을 버틸 수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는 열흘을 넘기기 어렵다고 한다. 그만큼 물은 생명 유지에 중요한 요소다.

옹달샘에서 나오는 물은 육체적인 작용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줄 수 있다는 물이라고 하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밥만 먹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고 싶은 것이 사람이 아닌가? 목을 적셔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삶을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하니, 이 얼마나 좋은가?

소망을주는 ⓒ 정기상



무심하게 샘솟고 있는 용지천의 물을 바라보면서 우선 목을 축였다. 그리고 귀를 통해 마음을 정화시켰다. 욕심으로 얼룩진 세진들을 하나하나 씻어내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씻기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정신이 맑아지니,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있다. 세상을 향기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옹달샘의 향에 취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은은한 향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구름 위에 앉아 있다는 느낌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니, 입을 통해 나오는 말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들만이 나온다. 세상을 찬양하는 말이요,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소망과 희망을 심어주는 말들이다. 쏟아져 나오는 말에도 향이 그윽하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은 소망을 갖게 하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음으로 해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는 말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이다. 그 말이 무슨 말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말하는 사람은 흐뭇하고 듣는 사람은 편안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말이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인 것이다.

세상을 맑게 하는 ⓒ 정기상



“졸졸졸-.”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말이다. 용지천에서 솟아나고 있는 물소리는 갈증을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편안하게 해준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의미나 뜻은 중요하지 않다. 그 말로 인해 소망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은 것이다. 용지천에서 샘솟는 물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말이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고창의 문수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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