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경제력도 필요하다는 사실, 이해해!
[아줌마, 드라마 뒤집기 8] <막돼먹은 영애씨>의 나영,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어
▲ 1시즌에서 영채 친구 나영인 그녀가 2시즌에서는 우리 주변의 언니, 동생으로 변신했다. ⓒ tvn
<막돼먹은 영애씨> 2시즌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2시즌도 1시즌에 이어 역시나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그래서 3시즌 제작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 지금,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변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영애(김현숙)의 로맨스와 또 다시 이별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 사람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준(최원준)과 나영(김나영)의 사랑이 깨지고 영애와 원준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영채(다혜)는 혁규(고세원)와 사랑하던 중 일을 저질러 결혼을 감행한다. 그리고 영채는 철없는 막내딸에서 결혼을 앞두고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고민하는 예비신부로 조금씩 성장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영애의 부모님도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지만 2시즌에서는 돈독한 사랑을 회복하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어 등장인물 모두 1시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실적인 우리들의 언니, 동생 나영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는 바로 나영이다. 물론 극중에서 나영은 참 못되고 이기적이면서 푼수 기질이 다분한 여성으로 등장한다. 요즘 여성들의 허영을 반영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더 공감가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영채 친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지만 영애처럼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로 성장했다. 솔직히 영애의 동생 영채가 일정한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나영도 그런 인물로 전락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영은 다르다.
영채가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로 백수인 혁규와 결혼을 감행한다면 나영은 이것저것 따지며 결혼 상대를 물색한다. 1시즌에서도 함께 소개팅을 했지만 영채는 그저 남자친구가 필요했을 뿐이지만 나영은 돈이 많은 남자친구가 필요했다.
이러한 상대적인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바로 나영의 취업이다. 나영은 영채와 어울리며 놀러 다니기만 했는데 언제 자격증을 땄는지, 대기업에 떡하니 취업을 했다. 하지만 영채는 그런 나영을 그저 바라볼 뿐 토익시험을 본다든지, 이렇다 할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
이처럼 나영이란 인물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놀고먹는 대학생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실속을 챙기며, 졸업을 하면 취업을 생각하는 그녀다. 그래서 언뜻 보면 얄미운 그녀지만 우리의 언니, 혹은 동생같다.
▲ 나영은 속물이지만 오히려 솔직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될수는 없으니 말이다. ⓒ tvn
나영 언니, 속물적이지만 이해할 수 있어!
그녀는 2시즌에서 영애네 회사 원준과 연애를 시작했다. 잘생긴 외모에 반했지만 사실 족발집 체인점을 운영하는 원준의 배경이 한몫을 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관심없는 원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음식도 손수 사서 가져다 주고 애교를 부리는 등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런 그녀의 노력에 감복한 원준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둘은 연애라는 것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준의 집이 부도가 났다는 사실을 안 나영은 싸늘하게 마음이 식어버리고 급기야 의사와 소개팅을 해 또 다른 연애를 시작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원준이 괴로워하며 따지자 나영은 이야기한다.
"나, 오빠 돈 보고 좋아했어요!"
사실 요즘 남자들도 여자의 배경과 직업을 일일이 따지는 세상인데 하물며 여자가 안 그럴 수 있겠는가. 얄밉고 너무나 현실적인 인물이라서 시청자들은 욕을 할 수도 있겠지만 가난한 남자와 선뜻 결혼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가 있으면 나와 보라.
같은 여자로서 십분 나영을 이해할 수 있다. 그것도 원준은 너무나 곱게 자라 우유부단하고, 의지도 없어 보이고, 직업도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이 아님을 감안한다면 그를 무턱대고 사랑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그저 사랑한 뒤 결혼을 결심한 것이 아니라 나영은 결혼 상대를 골랐기에 말이다.
물론 조건을 보고 남자를 찾는 것은 속물적인 행위다. 그리고 나영은 분명 후회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생활을 한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더욱이 그녀는 자격증을 남몰래 딴 후 취업을 했지만 하는 일이라고는 복사밖에 없었다. 또한 상사의 성희롱과 여자 동료들의 질투로 회사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 실망한 나영이었다. 그래서 커피숍을 차렸지만 그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결혼을 마지막 탈출구로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돈 없는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나영에게는 무덤을 파는 일이 아니었을까.
실제로도 남자의 경제력을 안 본다면 순전히 거짓말이다. 요즘 세상에 남자의 배경 혹은 경제력을 체크하지 않고 결혼을 감행하는 여자들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영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로 분명 한편으로 욕을 하지만 뒤돌아서는 그녀를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막돼먹은 영애씨>의 2시즌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영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비록 차인 원준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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