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청구동 자택에서 대문까지 마중나온 김종필 전 총재의 손을 두손으로 잡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기사보강 : 17일 저녁 7시 55분]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올해 초 김종필 선대위 명예고문(JP)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BBK에 개입했음을 시인한 사실이 드러나 또 한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김 고문은 나중에 "발언이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이명박 강연 동영상'과 맞물려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에 따르면, 김 고문은 17일 충북 충주에서 열린 '이명박 지지' 유세에서 "금년 초 이 후보를 만났을 때 이 후보는 '내가 (BBK에) 개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망에 걸릴 정도의 일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고문이 이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BBK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관여를 했는지 나에게 솔직히 말해 달라"고 묻자 이 후보로부터 이같은 답변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 고문은 "나는 그 말 한마디 믿고 이렇게 다니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저께 이상한 사람이 동영상을 내놓고 온통 시끄럽게 하고 있다. 확실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에서 들은 것을 종합해서 판단컨대 BBK는 이명박 후보 소유가 아니다. 아닌데 왜 이걸 갖고 계속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명박 후보가 대학에 가서 강연을 하다가 과장되게 얘기한 것 같다. 이명박 후보 것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이 후보가 개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BBK는 이 후보 소유 아니다" 이 후보는 8월 2일 당 경선 TV토론에서 "BBK와 (내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은 국회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이 직접 나와 진술했다"고 말하는 등 BBK와 무관함을 계속 주장해왔다. 그러나 김 고문의 이 같은 전언은 이 후보의 기존 입장과 다소 배치되는 것으로, 전날 공개된 '이명박 강연 동영상'의 후유증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김 고문의 발언이 전해지자 상대 후보들은 "BBK가 이 후보의 것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며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최재천 대통합민주신당 대변인은 "이 후보가 '내가 개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망에 걸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한 것은 참으로 이중적인 표현"이라며 "김 고문에게는 시인하면서 국민과 한나라당 당원들에게는 왜 솔직히 시인하지 않냐"고 이 후보의 양심고백을 촉구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류근찬 대변인은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고 증언이 필요하겠냐?"며 "BBK는 더 이상 의혹이 아니라 이 후보의 것이었다는 실체적 진실이 규명됐다"고 밝혔다. 류 대변인은 "이 후보는 이제 무거운 거짓의 탈을 벗고 순순히 투항하라"며 "더 이상 이 땅을 미래와 희망이 없는 혼란과 분열의 소용돌이로 내몰지 않는 것이 이 후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애국애족"이라고 말했다. 황선 민주노동당 부대변인도 "오죽하면 한나라당 인사들끼리도 이렇게 입 맞추기가 힘들까 싶다, 노인이 실언했다고 계속 잡아뗄 문제가 아니다"며 "이 후보 관련한 모든 의혹이 오해고 음해고 오보라고 우기는 것보다 이명박 후보가 사실은 일란성 쌍둥이였다고 하는 편이 논리적일 지경"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후보들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하냐"... 김종필 "전체 취지와 다르게 왜곡" 김 고문의 발언이 예상 밖의 파장을 일으키자 그 자신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 고문은 이날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유세에서 분명히 'BBK는 이명박 후보 소유가 아니다, 아닌데 왜 이걸 갖고 계속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이상하게 내가 말한 전체 취지와 다르게 부정적인 부분만을 따서 왜곡하였다"고 언론보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김 고문이 이 후보를 변명해주는 과정에서 말을 잘못한 것이다,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던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도 김 고문을 거들고 나섰다. "김 고문의 발언 중 '개입'이라고 한 부분은 BBK 회사 설립에 관여했다는 뜻도 아니고 주식을 소유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검찰 수사에서 일부 밝혀진 것처럼 극히 일부 투자유치에 관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망에 걸릴 정도의 일은 하지 않았다'고 한 부분은, 보통 '법을 위반하지 않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 말을 본인(JP)의 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를 변호하려다가 나온 발언이 이 후보는 물론, 그 자신을 옥죄는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최재천 신당 대변인은 "김 고문은 좀 더 구체적으로 당시 어떻게 이 후보에게 사실을 확인했고, 이 후보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어느 정도로 관여했다고 시인했는지 빨리 밝혀주셔야 한다"며 "BBK 특검은 김 고문을 반드시 소환 조사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부정확한 표현 있었던 것 뿐" 한편, 이 후보는 17일 YTN 방송연설에서 동영상과 관련해 "부정확한 표현이 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동영상에 나온 내용은 당시 신금융사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확한 표현이 있었던 것뿐이었습니다. 바로 그 강연 전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BBK가 김경준이 설립한 것임을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이 부분은 검찰도 이미 수사했던 내용으로 수사결과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어제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서는 "엊그제는 공갈범이 부당한 금품 거래를 요구하는 데도 신고는커녕 돈을 주겠다고 회유하는 작태를 보였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은 당당히 신고해서 범인들을 잡았다, 거리낄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BBK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배경에 대해 "음해와 공작, 물리적 충돌로 얼룩진 여의도 정치를 이제는 바꿔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정략적인 특검인 줄 뻔히 알면서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이와 관련해 "(내가) 이 후보에게 정면돌파를 주문했고, 이에 따라 이 후보가 특검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며 "죄가 있으면 이를 다스리는 거기(특검)에 맡겨야 하고, 전부 이 문제에 대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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