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후보님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으신가요?"

[취재후기] 이명박 후보를 한달 동안 취재하며

등록|2007.12.18 08:20 수정|2007.12.18 08:52
제가 처음 이명박 후보님에 대해 취재를 한 것은 지난 11월 28일이었습니다. 그 날은 한나라당 청년위원회가 전국 42개 총학생회장이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을 한 날이었습니다.

▲ 지난 28일 청주대 총학생회장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며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 ⓒ 최상진


전국 42개 대학 총학생회장 위장지지 '묵묵부답'

뉴스를 통해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동안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42개 대학 총학생회장이라면서 왜 현장에는 스무 명 남짓의 학생들밖에 없을까?’ 그래서 저는 지지선언문에 올라있는 총학생회장 중 일부에게 확인 전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되고 나서야 청주대 금정훈 총학생회장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미 한국폴리텍 대학들과 부산 외국어대 등 몇몇 학교에서 자신들은 이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는 성명을 낸 다음이었습니다.

금 회장은 “이 후보측 인사와는 접촉한 적도 없고, 자신은 이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고 이 후보의 지지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또한 “충북지역 몇 개 학교 총학생회장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는데 그들도 한나라당 측과 접촉한 적 없음에도 지지선언문에 이름이 올라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인터뷰를 포함한 ‘위장 지지’에 관한 기사가 나오면서 한나라당측은 "42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은 올 해 총학생회 활동을 통해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관계로 경남대 및 고려대 서창캠퍼스 총학생회장을 주축으로 지지선언이 이뤄졌다"며 "그러나 지지선언이 나간 뒤 총학생회 간부·친 여권 학생그룹·운동권 심지어 학교당국과 교수가 계속적인 압박을 통해 지지철회를 요구하여 학생들이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후보 지지에 주축이 되었다는 고려대 서창캠퍼스 김중일 회장을 찾아갔을 때 그는 지인을 통해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라는 대답을 하고 후보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렸습니다.

한편 한나라당측이 밝힌 것과 달리 학내에서는 총학생회 간부․친 여권 학생그룹들 뿐만 아니라 만났던 스무 명 남짓한 모든 학생들이 ‘김 총학생회장의 결정이 학생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동아리연합회에서는 김 총학생회장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동아시아역사연구회 동아리에서는 '부정 비리의혹, 이명박 지지 총학의 숙원사업?', '민족고대 서창을 부끄럽게 하지마라' 등의 글이 적힌 현수막을 길가에 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에 대해 후보님께서는 단 한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쉽게 묻혀가는 듯 보였습니다.

▲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 자리에 참석했던 당일 탤런트 소유진의 미니홈피 메인. 정말 당황스러웠던 시간 뻘줌.. 이라고 적혀있다 ⓒ 소유진 미니홈피


연예인 위장지지 논란 '나 몰라라'

대학생 위장지지 논란이 가라앉고 얼마 후, 12월 들어서 위장 지지는 다시 한번 이슈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6일이었죠. 30명이 넘는 연예인들이 후보님을 지지한다고 한나라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쟁쟁한 중년 연기자도, 신세대 스타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몇몇 연예인들은 그 자리가 무슨 자리인줄도 모르고 끌려나왔다고 말합니다. 아니면 자신의 동의 없이 지지자 명단에 올라있다고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이 사태에 대해서도 대표격인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 이경호 회장은 “명단은 확실히 확인한 것이며, 원하지 않는 연예인은 마지막에 제외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수종, 김정은, 박진희, 홍경민, 정준호 등의 연예인들이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후보님 지지를 선언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탤런트 소유진씨는 미니홈피에 ‘정말 당황스러웠던 시간 뻘쭘….’이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후보님은 또한번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으셨습니다.

▲ 이명박 후보가 BBK 특검법 수용 직후 올린 동영상 ⓒ 이명박 홈페이지


BBK 영상은 '사기꾼으로부터 지켜주세요?'

그리고 16일 오전 대선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는 BBK 관련 광운대 특강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후보님은 곧바로 이 동영상, 특검과 관련해 지난 17일 대선 후보자 연설에서 "청와대가 범죄자를 매개로한 반 이명박 동맹에 가담해 못된 짓을 저지르고 있다. 자신들이 임명한 검사를 부정하는 이 정권의 후안무치함이 놀라운 뿐"이라며 "정략적 특검인 줄 알면서 수용하는 기분은 어머니가 일본인이라고 주장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DNA 검사를 했을 때의 심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공개된 동영상은 누가 봐도 후보님이 BBK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지나가던 어린 학생들마저 후보님을 ‘거짓말장이’라고 말합니다.

아래는 17일 오후 시내버스 안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세 명 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야 이명박 동영상 봤냐? 완전 적나라하던데.”
“뭔데? 또 BBQ냐? 지겹다 이제.”
“뭐 학교에서 강연하는 건데 자기가 그 회사 설립한 거라고 직접 말했대.”
“원래 자기 회사 맞잖아.”
“근데 아니라고 그랬잖아. 이제 다 뽀록난거지. X된겨.”
“완전 거짓말쟁이. 사퇴해야겠구만. 별 수 없네.”
“위장 지지에, 거짓말에 야 징하다 징해.”


저는 선거권도 없는 고등학생들이 BBK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어린 학생들조차 이제는 검찰의 수사를 믿지 않고 후보님을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후보님의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가 보았습니다.  홈페이지 한가운데에는 '사기꾼 욕설에 맞은 침… 이명박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있더군요. 국회를 빠져나오며 많은 사람들에 치이고 심지어는 침까지 맞은 후보님을 보며 한편으로는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할 꿈이'라는 자막을 보며 '후보님의 꿈이 진실보다 중요한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이명박 후보님! 아직 어린 대학생이지만 저에게도 꿈이 있습니다. '깨끗하고 정직한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다스리는 꿈' 말입니다. 무능도, 무책임한 지도자도 퇴출해야 하는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보다 더 빨리 퇴출해야 하는 지도자는 부패하고 거짓말로 국민들을 우롱하는 하는 사람 아닙니까.

저는 후보님께 묻고 싶습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제가 취재한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냐고 말입니다. 도곡동 땅 논란도, 위장 전입도, 위장 취업도, 42개 총학생회장의 위장 지지도, 연예인들의 위장 지지도, 심지어는 지금 가장 큰 논란이 되는 BBK 소유도 말입니다.

이번 대선은 제가 선거권을 가진 이후 첫 대통령선거 입니다. 내가 뽑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우리 나라를 좀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투표 전에 후보님께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후보님.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으십니까?"
덧붙이는 글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