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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처음으로 투표하는 날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주었으면

등록|2007.12.19 16:22 수정|2007.12.19 16:22
  “아빠, 엄마 ! 서두르세요.”
  “오늘 중으로만 하면 되는데--”
  “안돼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를 먼저 수행해야죠.”
  “알았다. 알았어.”

둘째투표소롤 향하는 ⓒ 정기상

  큰 아이는 이미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공부하러 간다고 학교에 갔다. 둘째는 집안 청소를 깨끗이 해놓고는, 재촉하는 것이었다. 집사람은 쉬는 날이라면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오랜만에 느긋하게 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둘째의 요구를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귀찮다는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한 둘째는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되었다. 큰 아이는 이미 지난 총선에서 투표를 하였다. 그렇지만 둘째는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됨으로서 마음이 다를 것이란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어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었으니, 둘째의 기분을 살려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둘째가 투표소로 걸어가는 뒷모습에는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투표를 처음으로 하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니, 흐뭇하단다. 마음에 꽉 차는 느낌을 주체하기 어렵단다. 아이의 우쭐해진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른이 되었으면 권리뿐만이 아니라 동시에 책임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주고 싶었다.

투표하기 위한 ⓒ 정기상

  “어른으로서의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투표소에 도착하니,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는 투표하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표정이 넉넉하여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매우 좋았다. 질서 정연하게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순서와 절차에 따라 투표를 하고 투표소를 나왔다.

  “아빠.”
  “왜?”
  “저의 첫 투표한 날 기념식을 해요?”
  “기념식?”

  아이의 발상이 의외였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투표를 함으로써 어름이 되었음을 강조하고 어른으로서 담당해야 할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가지고 집으로 와서 조촐한 기념식을 하였다.

넉넉한마음 ⓒ 정기상

  둘째의 흐뭇한 표정이 보기에 참 좋았다. 아이의 모습만큼이나 훌륭한 분이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어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서민들이 허리 펴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이상 바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전주시 삼천동 투표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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