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승리 아닌 노무현-열린우리당의 패배
[고태진 칼럼] '이명박 대통령' 시대, 기대만큼 우려도 많다
▲ 19일 오후 6시 제17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를 한 방송사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확실'을 발표하자, 여의도 당사앞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명박을 찍은 이유를 들어보니...
그런데 대체로 이명박을 찍은 사람이 이명박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은 아니었다는 공통점은 있었다. 또한 거짓말하는 후보, 부도덕한 후보라는 것도 인정하였다. 적극적 지지는 아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번 대선이 이명박의 독주로 일관되면서 2강이 박빙의 승부를 벌인 지난 두 번의 대선과 그 양상에서 차이가 크게 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이번 대선은 이명박의 승리라 하기보다는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패배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명박은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이제 특검에 이어진 도덕성 논란이 임기 내내 정치적 공세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자신이 승리라고 자부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한 감이 있을 것이다. 결국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정권을 한나라당에 갖다 바친 셈이다.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화장을 고친 옛 열린우리당은 민주개혁세력이라 자부했지만, 민주개혁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사분오열되어 한나라당에 끌려 다니는 무능한 과반수여당이었다. 정동영 후보는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한 이후 이른바 실용과 상생을 내세우며 민주개혁을 포기한 선도자였다. 지지자를 배신하고 개혁의 성과가 없는 열린우리당이 패배의 길로 줄곧 달려온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민을 위한 참여정부를 표방했지만, 아파트 값 폭등시켰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빈부격차를 더 벌려놓았으며 이라크 파병같은 친미 정책, 한미FTA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서민이나 노동자, 시민단체 등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오히려 스스로 대연정을 제안함으로써 한나라당에 '참여'하기를 바랬다.
한나라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필연이었다
애초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줄 수가 없게끔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셈이다. 한나라당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필연이었던 것이다. 단지 이명박 후보의 경우는 도덕성 때문에 그나마 한나라당이 고전을 한 셈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투표자의 과반수가 지지한 '이명박 대통령'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한 모든 논란이 덮어져서는 안 된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과 잘못된 것을 밝히고 진실을 찾아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명박 후보는 'BBK 주가조작' 연루의혹과 관련,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에게) BBK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직을 걸고 책임지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와 관련한 특검이 곧 시작되겠지만 나중에 문제가 있는 것이 밝혀지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책임은 당연히 대통령직 사퇴가 될 것이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는 그간 자신의 도덕성이 큰 사회적 논란이 되어왔던 점을 깊게 되새겨 당장 지금부터 가장 엄격한 도덕성을 지키려는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정권에서 배제되어 왔으므로, 이번 5년간의 정권에서 한나라당 인사들의 논공행상이 많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과거 여당 때나 야당 때를 불문하고 늘 부정부패의 전과가 적지 않았다.
부패한 정권은 반드시 몰락해왔지만, 정권의 몰락은 국정의 파탄을 가져와 국민을 불행에 빠뜨리게 함으로써 가장 큰 죄악을 저지르는 결과를 또한 초래한다. 이명박 당선자는 자신뿐이 아니라 정권의 구성원이나 자신의 정치세력의 도덕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여 엄중한 감시와 처벌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자신부터 먼저 성공하는 정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성공할 수 있다.
도덕성 우려, 오만함, 서민의 걱정 불식시켜야
이명박 당선자는 차기 정권의 이름을 '실용정부'로 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에서는 승리자의 오만으로 패배자를 이념적 잣대를 이용하여 핍박하겠다는 기류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심재철 의원이 '좌파적출 수술' 운운한 것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가 있다. 한나라당의 퇴행적 색깔론과 승리자의 오만은 벌써부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 같다. 대선 승리가 곧 국민의 지지를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과는 별도로, 이명박 당선자의 성장 위주, 신자유주의적 성향과 공약 때문에 서민들이나 없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이명박 당선자가 재벌의 CEO 출신이고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이 당선자는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밝힌 바 있다. 자신의 많은 재산을 사회를 위해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없는 사람이나 서민들이 고통받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을 우선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가 열렸다. 낙선자를 비롯한 모든 정치 세력과 국민이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고 축하해야 한다. 하지만 기대도 크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켜야만 국민성공시대를 향한 진정한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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