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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했으니 국정 참여... 홍위병은 안 되겠다"

[뉴라이트의 시각]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 ②

등록|2007.12.20 14:35 수정|2007.12.20 14:35

▲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절반의 승리"라며 "정권교체의 완성은 내년 총선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한나라당의 혁신이 가능할까?
"이제부터 해나가기 나름이다.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당선자가 한나라당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는 확고하다. 당내 경선과 본선 등을 거치면서 그 부분은 크게 얘기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밝힐 것으로 본다. 그런데 제약조건이 있다.

먼저 내년 총선에서 이회창 신당이 생겨 우파 안에서도 땅따먹기가 이루어진다. 또 박근혜 전 대표를 한나라당 안에 확실하게 동맹관계를 만들어 놔야 이회창 신당을 왜소화할 수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표를 붙들기 위한 '이박동맹'이 물갈이와 상충된다.

이회창 후보쪽으로 간 곽성문·김병호 의원은 영남의 낡은 보수들이다. 그들은 한나라당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 그게 제약조건이다. 그래서 이박동맹을 유지하면서 물갈이를 할 수 있는 적정폭이 어느 정도인지 찾아야 한다. 상황변화에 따라 그 폭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다."

- 한나라당의 물갈이는 불가피한 것 아닌가?
"(물갈이는) 해야 하고 불가피하다. 그렇게 해야 할 당위성도, 현실성도 있다. 그런데 현실정치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제약조건이 있기 때문에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박 전 대표도 '뉴박근혜플랜'이 필요하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 상태에서 박 전 대표는 유력한 차기주자가 됐다. 이 당선자는 더 이상의 그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또 박 전 대표는 25%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경선 때 영남, 완고한 보수 등의 벽에 갇혀 있었다. 탄력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지기반과 (정치적) 색깔 때문에 돌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경쟁자가 아니고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차원에서 '뉴박근혜플랜'이 필요하다. 박 전 대표가 그런 사고의 전화를 하면 한나라당의 물갈이나 내부혁신이 무난하게 진행될 수 있다."

-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내부혁신은 '이박동맹' 성사여부에 달려 있나?
"그것에만 전적으로 달려 있는 건 아니고, 그것이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박동맹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기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폭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제한된 폭이다."

"이박동맹과 상충되지 않게 물갈이 해야... '뉴박근혜 플랜' 필요"

- 자유주의 개혁을 내건 뉴라이트운동이 이번 정권교체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뉴라이트운동이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었다. 진보가 보수를 일방적 매도하고 경시하고 멸시하던 때 뉴라이트가 집권 민주화세력에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담론투쟁에서 (보수와 진보의) 전세가 역전됐다.

사회적 담론투쟁에서 공수를 역점시킴으로써 사회적 분위기를 바꿔내 한나라당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 한나라당 이념과 정책에 나름의 영향을 미쳤다. 이 당선자가 낸 정책공약집 <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과 우리의 <뉴라이트 한국보고서>는 기조나 맥락에서 서로 일치한다."

- 뉴라이트전국연합과 달리 이명박 후보를 공개지지 하지는 않았는데.
"공개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지지·지원활동을 펼친다는 내부방침이 분명히 있었다. 또 우리의 멤버인 안병직 교수와 조전혁 교수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과 부소장으로 갔다. 그밖에 이명박 후보 캠프에 들어가 뛰었다."

- 자유주의연대는 이명박 집권 이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는 야당 사회단체 혹은 야당 NGO에서 여당 NGO가 돼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비판과 저항만으로는 안된다. 국정참여도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국정에 참여하는 부분과 사회운동단체로서 계속 활동하는 부분으로 역할의 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한 기능분화에 따른 재편을 통해 제2기 뉴라이트운동이 시작된다.

국정참여그룹은 (권력의) 안으로 들어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정부의 선진화개혁 등을 위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 이 정부 하에서 일부 좌파 시민단체들이 권력과 일치화하면서 홍위병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밖에 남아 있는 그룹은 이것만은 해서는 안된다."

- 이명박 정부의 홍위병은 되지 않겠다?
"비판도 하겠다. 밖에 남아 있는 그룹은 싱크탱크 구축과 인재 육성에 주력할 것이다. 즉 한국판 해리티지재단나 마쓰시다 정경숙을 세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정부 아래에서 참여연대가 했던 것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

- '뉴라이트운동의 2기'는 곧 국정참여를 의미하는가?
"국정참여라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된 것뿐이다. 기존의 역할이 소멸되는 건 아니다. 국정참여에만 올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1기 때는 담론투쟁, 사상전 등 주로 고공전을 펼쳤다. 반면 2기에는 풀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 수요자 처지에서 교육개혁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일 등을 들 수 있다. 

참여연대는 (참여정부하에서) 권력기관화됐다. 정치권력과 시민단체가 유착해 홍위병 논란도 일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정권교체가 됐기 때문에 정치결사체의 국정참여는 자연스러운 현상"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그렇다면 뉴라이트와 집권세력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맹목적 지지는 아니니까 사안별로 시시비비는 가려야 한다. 물론 국정에 참여하는 그룹은 의견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 자유주의연대의 경우 현실정치 참여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그렇다. 자유주의연대, 뉴라이트재단,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북한민주화운동네트워크 등이 있고, 자유주의연대가 '본부'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순수한 시민단체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정치결사체였다.

정권교체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자유주의연대 주요 구성원들이 국정에 참여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이는 자유주의연대 한 단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전체그룹의 재편과정에서 논의되고 결정될 것이다. 한나라당 선대위에 들어가 활동했던 사람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 총선 출마 희망자는 많지 않다. 홍진표 사무총장은 국정참여 쪽으로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 본인은 내년 총선에 출마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저는 자유주의연대 진로, 제2기 뉴라이트운동의 윤곽과 재편 등을 완료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 이전에는 이런 저런 고민이 있을 뿐이다. 연말이든 연초든 결론을 내릴 생각이다."

- 자유주의연대의 주요 멤버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셈인데, 향후 조직은 누가 이끄나?
"역할종료냐 역할존속이냐, 이게 결론나야 한다. 역할종료론으로 결론나면 자유주의연대는 마침표를 찍게 된다. 반면 역할존속론으로 결론나면 누군가 새로운 인물이 나와 조직을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이명박 정권과는 어느 정도로 결합할 생각인가?
"국정에 참여하는 사람은 뉴라이트출신이긴 하지만 조직적 (연결)관계는 없어진다. 우리도 더 논의를 해야 한다. 충분한 토론을 통해 진로를 결정할 것이다."

- 이번 정권교체로 뉴라이트의 역할이 일단락됐다('역할마감론')는 평가도 있는데.
"내부에 그런 생각이 있다. 새로운 환경에 맞게 새로운 방식으로 해야지 기존의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논의가 있다. 내부 논의가 진행중이고 곧 결정날 것이다."

-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대략적으로 밝힌다면.
"2기 뉴라이트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뉴라이트재단은 남아서 나름의 역할을 해야 하고,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현장 밀착형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북한민주화운동네트워크도 독자적인 분야를 가지고 있지 않나. 다만 '본부' 역할을 해온 자유주의연대의 경우 '역할 종료론'과 '역할 지속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이회창 신당은 '우파 민노당'보다 '제2의 자민련' 될 가능성 높아"

- 자유주의연대를 해체하자는 의견도 있나?
"(해체론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자유주의연대가 정치결사체였기 때문에 이렇게 정권이 바뀌었는데 계속 밖에 정치결사체를 남겨둘 것이냐는 주장이다. 주요 부분이 (현실정치 등에) 참여하게 되면 밖에 남아 있으면서 더 이상 정치적 역할을 할 게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역할 종료론과 맥락을 같이 한다."

- 역할종료론과 역할존속론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한가?
"현재 논의가 진행중이라 대표가 언론에 얘기하기는 어렵다."

- 이회창의 정계복귀로 인해 보수진영의 균열(분화)이 생겼는데.
"그것을 이념축에 놓고 볼 것인지, 현실정치라는 맥락에서 볼 것인지, 좀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한마디로 일치가 안된다. 한나라당이 뉴라이트적인 중도우파라면, 이회창 신당은 극우파다. 과거 보수가 안보제일주의이었다면, 이 당선자는 경제(활성화)로 이동했다. 그런데 옛날 우파들이 거기에 동조를 못하고 반발해서 독자적인 살림을 차린 것 아닌가.

그런데 현실정치에서 보면 (이회창 신당에) 민주당 사람도 받고 김혁규도 받는 등 잡탕 정당이 됐다. 르펜의 국민전선처럼 이념과 정책, 노선이 확고해야 정통보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념적으로) 극우인 이회창 후보의 행보에는 일관성이 없다. 이념 전선에서는 경쟁하지만 정책에서는 이 당선자와 별 차이가 안난다.

또 현실정치에서는 한나라당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인사들을 합류시키고…. 그런 점에서 이회창 신당이 제2의 자민련이 될지 우파의 민노당이 될지 지켜봐야 한다. 물론 현실정치에서는 제2의 자민련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명분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

- 이회창 신당의 등장으로 그동안 뉴라이트가 주장해온 '천하4분지론'이 실현된 셈인데.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거기는 올드라이트들의 근거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수구우파는 민주주의를 너무 우습게 여긴다는 게 드러났다."

- 이명박 시대의 진보진영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송호근 교수도 공병호 박사도 최소 10년은 더 진보좌파의 시대가 될 거라고 예측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20-30년 장기집권론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우파가 바닥을 친 것이다. 그런 속에서 뉴라이트가 생겨났다.

(진보진영이) 행정권력은 놓쳤지만 의회는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쉽게 전망하기는 어렵다.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 때 제1당과 제2당을 각각 한나라당과 이회창 신당이 차지할 거라고 예측하는데 그건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한국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경쟁력있는 한국적 좌파가 나와야 하고, 나올 것이다. 이런 몰락의 과정을 거친 뒤 한국적 뉴레프트가 나올 것이다."

▲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 기뻐하는 지지자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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