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선물로 받는 달력은 대부분 디자인도 똑같고 별 특색이 없잖아요. 어떤 것들은 달력을 만든 기업 로고가 너무 커서 달력이 아니라 광고지처럼 보일 때도 있고요. 1년 동안 책상에 놓거나 벽에 걸어 놓을 건데 이왕이면 내 맘에 드는 달력이 낫죠."

연말이면 으레 받는 '공짜 달력'에 만족하지 못했던 김주휘(31)씨는 올해는 새해 달력을 직접 만들었다. 달력의 배경 그림으로는 내년에 돌을 맞는 아들과 아내의 사진, 그리고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넣었다.

또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 등 자신과 관련된 각종 기념일들도 달력에 직접 써넣었다. 이제 이 달력 하나만 있으면 굳이 별도의 다이어리에 기념일들을 따로 적어놓을 필요가 없게 됐다.

달력이 단순히 날짜를 확인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집이나 사무실을 장식하는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하게 되면서 '나만의 달력'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명화나 연예인 사진을 넣어 제작한 달력부터 디지털 카메라로 직접 찍은 일상을 담은 '맞춤 달력'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연인에게 선물로 주기 위한 '러브달력'이다. 함께 찍은 추억이 담긴 사진에다 '처음 만난 날'부터 '첫키스한 날' 또는 100일·1000일 등 둘만의 기념일을 도드라지게 표시하거나 '닭살 멘트'까지 넣을 수 있다.


최근 여자친구에게 내년 달력을 직접 제작해 선물한 서정모(30)씨는 "달력에 쓸 사진들을 고르면서 애틋했던 추억이 떠올라 즐겁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며 "가격은 일반 달력에 비해 조금 비싸지만 여자친구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직접 만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맞춤달력은 제작과 주문 과정도 어렵지 않다. 온라인에서 제작부터 결제까지 모두 끝낼 수 있다. 각 업체별로 달력 제작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초보자들도 손쉽게 사진과 달력 스타일을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맞춤달력 제작 방식도 이미 정해진 틀에 단순히 원하는 사진을 넣기만 하는 단순한 형태에서 자신의 취향대로 직접 달력의 디자인을 선택하고 원하는 글꼴로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맟춤달력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스냅스(www.snaps.co.kr), 스마일캣(www.smilecat.com), 싼타마을(www.santa.co.kr), 맞춤달력(www.photomon), 디피매니아(www.dpmania.com), 나월드(www.naworld.co.kr) 등이 있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가격은 대략 1만5000원~2만5000원 정도다.

휴대전화나 PDA 등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필요할 때라면 언제든지 몇년 후의 날짜까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시대에 개성 없는 대량생산 달력은 공짜라는 점을 제외하면 점차 그 매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해가 지나면 책상이나 벽에서 끌려내려와 '시간의 쓰레기' 신세가 되는 달력 대신 영원한 추억이 담긴 세상에 하나뿐인 달력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