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 정략적 이해에 삶의 현실 외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6대 정책의제' 중 ‘경제 ·노동’ 분야 3차 민언련모니터단 보고서
모니터 기간: 2007년 12월 1일 ~12월 14일
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우리 단체는 지난 1차 보고서(2007.10.12)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요한 의제로 선정해 후보별 평가를 한 신문은 경향신문이었으며, 조·중·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 대선의제로 전혀 다루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2차 보고서(2007.12.14)에서도 유력 보수신문들은 사설과 칼럼을 동원해 ‘규제완화’, ‘친 기업’ 위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데만 열을 올린 채, 정책검증은 무시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3차 모니터는 12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의 6개 조간신문(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 기사 유형 분석
경제·노동 분야 정책의제 관련 보도, 단순전달 스트레이트가 절반 이상
총 기사 수는 144건이었고, 경향이 3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신문은 18건으로 가장 적었다. 보도 유형을 크게 ‘일반 스트레이트’, ‘해설/분석 기사’, ‘기획 기사’, ‘사설·칼럼’, ‘인터뷰’로 구분해서 분석한 결과,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74건(51.4%)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반면, 기획기사는 39건(27.1%)으로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의 절반 수준이었다.
신문사별로는 조선·동아·중앙·서울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중앙의 경우 전체 보도의 84.1%(16건)가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기획기사는 단 1건에 그쳤다. 동아 역시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가 61.5%를 차지했다. 기획기사는 2건이었고, 사설 칼럼 등의 의견기사는 8건이나 되었다. 조선도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의 비중이 60%였지만, 기획기사도 5건을 내보냈다. 서울신문은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66.7%(12건)였고, 기획기사는 2건(11.1%)이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기획기사의 비율이 높았다. 경향은 총 31건 중 17건(54.8%)을 기획기사로 내보내 절반을 넘었다. 한겨레도 12건(48%)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2. 기획기사 분석
조·중·동, 경제·노동 관련 기획기사 심층적 정책분석이라고 보기 어려워
경제관련 기획기사는 동아일보는 2건, 중앙은 1건에 그쳤다. 반면, 조선은 <정책과 리더쉽 포럼> 등 총 5건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의 <정책과 리더십 포럼> 기획은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각 후보의 리더십과 경제, 외교·안보,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정책 방향을 설문을 통해 비교·분석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설문에 대한 답은 강한 긍정, 약한 긍정, 약한 부정, 강한 부정으로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성향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책분석 정보라고 보기 어려웠다. 또한 편파성이 엿보이는 설문내용도 있었다. 예컨대 12월 3일 <모두 “대기업 집중 억제”… ‘대기업 은행 경영’ 이명박만 찬성>은 제목부터 편파적이다. 이명박 후보, 이회창 후보, 정동영 후보 3인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모두 “대기업 집중 억제’라는 제목을 뽑은 것은 이명박 후보의 차별성을 높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강화’, ‘금산분리 유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태도를 ‘대기업 억제’의 근거로 삼은 것도 적절치 않았다. 특히,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두 후보는 16개 항목 중 10개 항목에서 똑같은 답을 했음에도, 위 기준에 대해 태도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이회창 후보는 ‘대기업 집중 억제’로 해석되어 납득하기 어려웠다.
중앙선관위의 후원으로 진행된 <정책학회, 대선후보 평가>는 특정 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 차이는 알 수 있었지만, 대안을 각 후보별로 한두 줄 언급하는 데 그쳐 심층성은 없었다. <新보수新진보 차기정부 국정과제 대토론회>도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논의와 큰 차별성이 없는 내용을 새로운(‘新’) 것인 양 포장했을 뿐, 무엇이 과거에 비해 새로운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간단하게 전달하는데 그쳐 심층성은 없었다는 평가다.
동아의 <이런 공약 포퓰리즘 아닙니까?> 기획은 각 분야 전문가 31명이 참여해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세 후보의 공약 중 가장 포퓰리즘적이라고 평가되는 공약을 선정했다. 이 기획은 구체적인 ‘실천계획’ 없이 제시된 공약을 가늠해보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공약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이념적인 잣대’로 이뤄져 기회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이명박 후보의 ‘1가구 1주택 공급 의무화’를 헌법의 주거권으로 명시하자는 공약에 대해 “사회주의식 접근으로 듣기엔 좋지만 예산 문제로 현실화될 수 없다”, “이런 혜택이 악용되면 주택공개념으로까지 갈 수 있다”, “이 공약은 이 후보의 평소철학과 배치된다”며 “서민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의 전형”이라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은 <2007 대선 좋은 유권자 좋은 대통령>이라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은 12월 13일 <‘관광 JAPAN’ 치밀한 정책…42년 만에 관광 역전>에서 한일간 관광객 수가 역전된 것을 계기로 일본인들이 한국관광을 할 때 불편한 점들을 점검했다. 이 기획은 구체적인 의제설정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획은 외면한 채, 미시적인 부분에만 매달리는 중앙의 보도행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한겨레·경향, 경제·노동 관련 의미있는 기획시리즈 많아 돋보여
한겨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우리사회의 구체적인 미래가 담긴 정책경쟁이 실종되며, 유권자는 그저 ‘관객’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실종된 ‘비정규직 해법’과 외면당한 ‘860만 비정규직 유권자’는 그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 기획기사에서 △주요 대선 후보의 일자리노동 공약 △비정규직법 입장 △전문가 진단 △해외사례 등을 자세히 실었다. 한겨레는 “현재로선 뚜렷한 개선 전망은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기업의 외주화에 대한 규제 방안’만큼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거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대선 긴급제안-88만원 세대를 구출하다>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경향은 이 기획을 통해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가고 있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성희롱과 임금체불로 인턴을 전전하는 디자인 전공 대졸 여성, 외주화에 반대하다 해고된 하청 비정규직 고졸 남성,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생, 홈에버 계약직 김씨, 전화 보험 판매원 최씨 등은 승자독식 사회에서 밀려난 우리시대 20대의 절절한 절망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경향은 2007년 화제가 됐던 책 <88만원 세대>의 문제의식 아래 비정규직 20代의 노동실태를 낱낱이 해부하고 20대를 착취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했다. 경향은 현재 20代가 ‘사회성시민의식’은 미성숙한 채, ‘오직 살아남기에만 전력’하는 가치관을 갖게 된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진단하며, 무한경쟁에 내몰린 20代가 현재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경향은 <2007 한국인의 자화상>에서도 실업, 교육, 부동산, 육아, 비정규직, 고령화, 취업, 이주노동자 등의 주제별로 시민들을 초청해 시민들이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게 하고 이를 지면에 담았다. 경향은 이런 시도는 유권자인 서민들에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정치의 발언권을 돌려주는 시도로서 다른 신문사에서는 볼 수 없는 돋보이는 기획이었다는 평가다.
한편, 경향의 또 다른 기획기사인 <민노당-“우리는 다르다”>는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의 주요 정책기조와 그 내용을 소개한 것으로, 전체 선거 기사에서 다른 후보들의 정책과 균형성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4. 의견기사 분석
보수언론, 의견기사를 통해 ‘시장주의의 강화’ 꾸준하게 주장
이번 대선보도에서 보수언론들이 사설이나 칼럼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시장주의의 강화’이다. 이번 모니터 기간에는 동아가 여러 건의 사설을 통해 보수층의 주장을 요목조목 전달했다.
동아는 12월 3일 <“노동시장 유연해지면 채용 12% 늘리겠다”>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정규직과 노조 가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보장받으며 높은 임금을 누리는 동안 비정규직과 노조 미가입 근로자는 낮은 임금과 노동 유연성을 감수함으로써 그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며 “현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인 고용의 경직성과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놔둔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정규직 노조’와 ‘정부의 반기업 정책’에서 찾은 것이다.
12월 4일 <대선후보들, 국민세금苦 무슨 수로 덜어줄지 말해야>에서는 ‘감세’를 주장하며 재정지출 절감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동아는 “이 정부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세금 증가가 필연적으로 따라왔다”고 지적하며, “후보들은 어떻게 해서 세금을 줄여 주면서도 나라살림을 꾸려 갈지 책임 있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2월 11일 <후보들, 高성장 공약 지킬 투자촉진책 내놓아야>에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환경개선을 촉구했다. 동아는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금을 펑펑 쓰는 사업만 찾지 말고 기업 활동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경제살리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재계에선 삼성 특검의 영향으로 내년에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일각에선 어려움을 피하려는 엄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성의 경영 차질에 따른 투자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교묘하게 ‘삼성 편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12월 13일 <‘국민의 땀’ 요구하는 당당한 경제공약은 왜 없나>는 동아의 경제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동아는 “일자리 문제를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정상적인 해법은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는 당연히 경제자유 확대, 규제 완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야 한다”며 “성장은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장의 확대’를 통한 ‘성장’만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다.
개혁성향의 언론, ‘비정규직문제’와 ‘서민경제’ 해결을 화두로 제시
반면, 개혁성향의 언론들은 ‘비정규직문제’와 ‘서민경제’ 해결을 화두로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12월 5일 <함께 사는 노동공약이 안 보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동자의 삶이 피폐해지고 해고와 투쟁의 악순환이 이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그 대안은 무엇인가.”, “기업의 생산성, 나라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노동자가 함께 사는 길은 과연 없는가.”라고 물었다. 경향은 대선후보들의 비정규직 대책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대선 후보들이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라는 인식의 늪에 빠져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경향은 “노조와 사용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 간의 갈등을 시장논리에만 맡겼을 때 결과는 … 강자가 약자의 것을 먹어치우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될 게 뻔하다”고 주장하며, “사회 제 세력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대협약을 맺을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향은 12월 14일 <비정규직 재앙 보고만 있을 건가>에서도 “제2의 비정규직 쓰나미가 반년 앞으로 예고됐지만, 현 정부든 차기 정부를 꾸리겠다고 나선 대선후보든 짐짓 딴전만 피울 뿐 재앙을 막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기형적이고 구조적으로 왜곡된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사 문제로 접근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60%를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고용 불안의 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역시 <비정규직 해법에 웬 동문서답?>이라는 칼럼을 통해 “권영길·문국현 후보를 제외하면 유력 후보들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후보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토로했다. 이 칼럼은 “참여정부 성적표가 참담한 것은, 성장 제일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잘못된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바로잡지 못한 채, 이에 휩쓸려 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보수언론의 주장도 함께 비판했다. 한겨레는 “5년 전 비정규직들은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공약에 가슴이라도 설렜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희망조차 품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전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단연 ‘경제 살리기’였다. 너도나도 자신이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라며 민심에 호소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정책을 두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지율 1위 후보의 지저분한 비리의혹을 둘러싼 논란만 판을 쳤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경제가 어렵다’, ‘제발 좀 살려 주이소’라고 외치면서도, 후보들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향하게 됐다.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지 않은 정치권의 책임도 있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컸다. 유력 보수언론들은 민심의 분노를 ‘특정후보 밀어주기’에 이용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검증논란’ 그만하고 ‘정책선거’ 하자면서, 정작 정책보도는 하지 않았다. 여전히 희망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도 언론도 정략적 이해에만 골몰한 채 어려운 삶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제발 좀 살려 주이소’라는 외침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은 ‘최악의 대선’일 뿐만 아니라, ‘최악의 대선보도’로도 기억될 듯싶다.
모니터 대상: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우리 단체는 지난 1차 보고서(2007.10.12)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요한 의제로 선정해 후보별 평가를 한 신문은 경향신문이었으며, 조·중·동은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 대선의제로 전혀 다루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2차 보고서(2007.12.14)에서도 유력 보수신문들은 사설과 칼럼을 동원해 ‘규제완화’, ‘친 기업’ 위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데만 열을 올린 채, 정책검증은 무시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3차 모니터는 12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의 6개 조간신문(경향, 동아, 서울, 조선, 중앙, 한겨레)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 기사 유형 분석
총 기사 수는 144건이었고, 경향이 31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신문은 18건으로 가장 적었다. 보도 유형을 크게 ‘일반 스트레이트’, ‘해설/분석 기사’, ‘기획 기사’, ‘사설·칼럼’, ‘인터뷰’로 구분해서 분석한 결과,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74건(51.4%)으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반면, 기획기사는 39건(27.1%)으로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의 절반 수준이었다.
▲ . ⓒ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사별로는 조선·동아·중앙·서울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중앙의 경우 전체 보도의 84.1%(16건)가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였고, 기획기사는 단 1건에 그쳤다. 동아 역시 일반 스트레이트 보도가 61.5%를 차지했다. 기획기사는 2건이었고, 사설 칼럼 등의 의견기사는 8건이나 되었다. 조선도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의 비중이 60%였지만, 기획기사도 5건을 내보냈다. 서울신문은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가 66.7%(12건)였고, 기획기사는 2건(11.1%)이었다.
반면, 경향과 한겨레는 기획기사의 비율이 높았다. 경향은 총 31건 중 17건(54.8%)을 기획기사로 내보내 절반을 넘었다. 한겨레도 12건(48%)으로 절반에 가까웠다.
2. 기획기사 분석
조·중·동, 경제·노동 관련 기획기사 심층적 정책분석이라고 보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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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련 기획기사는 동아일보는 2건, 중앙은 1건에 그쳤다. 반면, 조선은 <정책과 리더쉽 포럼> 등 총 5건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의 <정책과 리더십 포럼> 기획은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각 후보의 리더십과 경제, 외교·안보,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정책 방향을 설문을 통해 비교·분석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설문에 대한 답은 강한 긍정, 약한 긍정, 약한 부정, 강한 부정으로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성향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책분석 정보라고 보기 어려웠다. 또한 편파성이 엿보이는 설문내용도 있었다. 예컨대 12월 3일 <모두 “대기업 집중 억제”… ‘대기업 은행 경영’ 이명박만 찬성>은 제목부터 편파적이다. 이명박 후보, 이회창 후보, 정동영 후보 3인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모두 “대기업 집중 억제’라는 제목을 뽑은 것은 이명박 후보의 차별성을 높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 기능 강화’, ‘금산분리 유지’,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태도를 ‘대기업 억제’의 근거로 삼은 것도 적절치 않았다. 특히,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두 후보는 16개 항목 중 10개 항목에서 똑같은 답을 했음에도, 위 기준에 대해 태도가 달랐다는 이유만으로 이회창 후보는 ‘대기업 집중 억제’로 해석되어 납득하기 어려웠다.
중앙선관위의 후원으로 진행된 <정책학회, 대선후보 평가>는 특정 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입장 차이는 알 수 있었지만, 대안을 각 후보별로 한두 줄 언급하는 데 그쳐 심층성은 없었다. <新보수新진보 차기정부 국정과제 대토론회>도 기존의 보수와 진보의 논의와 큰 차별성이 없는 내용을 새로운(‘新’) 것인 양 포장했을 뿐, 무엇이 과거에 비해 새로운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또한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간단하게 전달하는데 그쳐 심층성은 없었다는 평가다.
동아의 <이런 공약 포퓰리즘 아닙니까?> 기획은 각 분야 전문가 31명이 참여해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 세 후보의 공약 중 가장 포퓰리즘적이라고 평가되는 공약을 선정했다. 이 기획은 구체적인 ‘실천계획’ 없이 제시된 공약을 가늠해보는 기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공약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이념적인 잣대’로 이뤄져 기회의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이명박 후보의 ‘1가구 1주택 공급 의무화’를 헌법의 주거권으로 명시하자는 공약에 대해 “사회주의식 접근으로 듣기엔 좋지만 예산 문제로 현실화될 수 없다”, “이런 혜택이 악용되면 주택공개념으로까지 갈 수 있다”, “이 공약은 이 후보의 평소철학과 배치된다”며 “서민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의 전형”이라고 평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중앙은 <2007 대선 좋은 유권자 좋은 대통령>이라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중앙은 12월 13일 <‘관광 JAPAN’ 치밀한 정책…42년 만에 관광 역전>에서 한일간 관광객 수가 역전된 것을 계기로 일본인들이 한국관광을 할 때 불편한 점들을 점검했다. 이 기획은 구체적인 의제설정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각 후보들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획은 외면한 채, 미시적인 부분에만 매달리는 중앙의 보도행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웠다.
한겨레·경향, 경제·노동 관련 의미있는 기획시리즈 많아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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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대선서 실종된 비정규직>이라는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우리사회의 구체적인 미래가 담긴 정책경쟁이 실종되며, 유권자는 그저 ‘관객’의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실종된 ‘비정규직 해법’과 외면당한 ‘860만 비정규직 유권자’는 그 대표적 사례”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 기획기사에서 △주요 대선 후보의 일자리노동 공약 △비정규직법 입장 △전문가 진단 △해외사례 등을 자세히 실었다. 한겨레는 “현재로선 뚜렷한 개선 전망은커녕 악화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기업의 외주화에 대한 규제 방안’만큼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거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대선 긴급제안-88만원 세대를 구출하다>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진단했다. 경향은 이 기획을 통해 ‘고용 없는 성장’과 ‘양극화’ 속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잃어가고 있는 이른바 ‘88만원 세대’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성희롱과 임금체불로 인턴을 전전하는 디자인 전공 대졸 여성, 외주화에 반대하다 해고된 하청 비정규직 고졸 남성,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알바생, 홈에버 계약직 김씨, 전화 보험 판매원 최씨 등은 승자독식 사회에서 밀려난 우리시대 20대의 절절한 절망의 목소리를 토해냈다.
경향은 2007년 화제가 됐던 책 <88만원 세대>의 문제의식 아래 비정규직 20代의 노동실태를 낱낱이 해부하고 20대를 착취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발했다. 경향은 현재 20代가 ‘사회성시민의식’은 미성숙한 채, ‘오직 살아남기에만 전력’하는 가치관을 갖게 된 원인을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진단하며, 무한경쟁에 내몰린 20代가 현재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경향은 <2007 한국인의 자화상>에서도 실업, 교육, 부동산, 육아, 비정규직, 고령화, 취업, 이주노동자 등의 주제별로 시민들을 초청해 시민들이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토해내게 하고 이를 지면에 담았다. 경향은 이런 시도는 유권자인 서민들에게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정치의 발언권을 돌려주는 시도로서 다른 신문사에서는 볼 수 없는 돋보이는 기획이었다는 평가다.
한편, 경향의 또 다른 기획기사인 <민노당-“우리는 다르다”>는 원내 유일의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 후보의 주요 정책기조와 그 내용을 소개한 것으로, 전체 선거 기사에서 다른 후보들의 정책과 균형성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4. 의견기사 분석
보수언론, 의견기사를 통해 ‘시장주의의 강화’ 꾸준하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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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는 12월 3일 <“노동시장 유연해지면 채용 12% 늘리겠다”>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정규직과 노조 가입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보장받으며 높은 임금을 누리는 동안 비정규직과 노조 미가입 근로자는 낮은 임금과 노동 유연성을 감수함으로써 그 비용을 일부 부담한다”며 “현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인 고용의 경직성과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는 놔둔 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만 압박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정규직 노조’와 ‘정부의 반기업 정책’에서 찾은 것이다.
12월 4일 <대선후보들, 국민세금苦 무슨 수로 덜어줄지 말해야>에서는 ‘감세’를 주장하며 재정지출 절감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동아는 “이 정부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해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세금 증가가 필연적으로 따라왔다”고 지적하며, “후보들은 어떻게 해서 세금을 줄여 주면서도 나라살림을 꾸려 갈지 책임 있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2월 11일 <후보들, 高성장 공약 지킬 투자촉진책 내놓아야>에서는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환경개선을 촉구했다. 동아는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세금을 펑펑 쓰는 사업만 찾지 말고 기업 활동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경제살리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 사설에서 “재계에선 삼성 특검의 영향으로 내년에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일각에선 어려움을 피하려는 엄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성의 경영 차질에 따른 투자 위축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이 만만찮을 것”이라며 교묘하게 ‘삼성 편들기’에 나서기도 했다.
12월 13일 <‘국민의 땀’ 요구하는 당당한 경제공약은 왜 없나>는 동아의 경제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동아는 “일자리 문제를 최대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정상적인 해법은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는 당연히 경제자유 확대, 규제 완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어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야 한다”며 “성장은 소득 불균형을 완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장의 확대’를 통한 ‘성장’만이 해법이라는 이야기다.
개혁성향의 언론, ‘비정규직문제’와 ‘서민경제’ 해결을 화두로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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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개혁성향의 언론들은 ‘비정규직문제’와 ‘서민경제’ 해결을 화두로 제시했다.
경향신문은 12월 5일 <함께 사는 노동공약이 안 보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노동자의 삶이 피폐해지고 해고와 투쟁의 악순환이 이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그 대안은 무엇인가.”, “기업의 생산성, 나라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노동자가 함께 사는 길은 과연 없는가.”라고 물었다. 경향은 대선후보들의 비정규직 대책에 실망감을 표시하며 “대선 후보들이 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라는 인식의 늪에 빠져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고의 유연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서 경향은 “노조와 사용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 간의 갈등을 시장논리에만 맡겼을 때 결과는 … 강자가 약자의 것을 먹어치우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될 게 뻔하다”고 주장하며, “사회 제 세력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대협약을 맺을 수 있는 실질적 정책”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향은 12월 14일 <비정규직 재앙 보고만 있을 건가>에서도 “제2의 비정규직 쓰나미가 반년 앞으로 예고됐지만, 현 정부든 차기 정부를 꾸리겠다고 나선 대선후보든 짐짓 딴전만 피울 뿐 재앙을 막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경향은 “기형적이고 구조적으로 왜곡된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노사 문제로 접근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의 60%를 비정규직으로 내모는 고용 불안의 사회가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역시 <비정규직 해법에 웬 동문서답?>이라는 칼럼을 통해 “권영길·문국현 후보를 제외하면 유력 후보들 가운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하는 후보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토로했다. 이 칼럼은 “참여정부 성적표가 참담한 것은, 성장 제일주의와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잘못된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을 바로잡지 못한 채, 이에 휩쓸려 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보수언론의 주장도 함께 비판했다. 한겨레는 “5년 전 비정규직들은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공약에 가슴이라도 설렜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아예 희망조차 품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전했다.
이번 대선의 화두는 단연 ‘경제 살리기’였다. 너도나도 자신이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라며 민심에 호소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제정책을 두고 ‘정책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지율 1위 후보의 지저분한 비리의혹을 둘러싼 논란만 판을 쳤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경제가 어렵다’, ‘제발 좀 살려 주이소’라고 외치면서도, 후보들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투표장으로 향하게 됐다. 정책을 중심으로 경쟁하지 않은 정치권의 책임도 있겠지만, 언론의 책임도 컸다. 유력 보수언론들은 민심의 분노를 ‘특정후보 밀어주기’에 이용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검증논란’ 그만하고 ‘정책선거’ 하자면서, 정작 정책보도는 하지 않았다. 여전히 희망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권도 언론도 정략적 이해에만 골몰한 채 어려운 삶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제발 좀 살려 주이소’라는 외침은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대선은 ‘최악의 대선’일 뿐만 아니라, ‘최악의 대선보도’로도 기억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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