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투표율 유독 높은 지역 보고 있노라니

그들은 오히려 양극화로 인해 오히려 득을 본 사람들인데

등록|2007.12.20 16:33 수정|2007.12.20 16:33
투표당일, '당연한' 휴일늦잠으로 눈을 뜬 시각은 오전 9시. TV를 켜니 투표율이 낮단다. '비상'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지역별 투표율을 보여주는데 전북과 경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반면 제일 낮은 곳은 내가 사는 서울이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른사람을 볼 필요없이 당장 내 자신부터가 지난 5년 전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고, 지난 일요일까지만 해도 '기권'을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승부도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다. 격차가 너무 컸다. 그런데 언제나 그러하듯 막판이 되면 확인되지 않는 얘기들이 주로 인터넷상에서 춤을 추었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회창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부재자투표 1위는 문국현이다'
'정동영이 이명박을 거의 따라잡았다'

여기에 서울의 낮은 투표율이 가미되는 순간 나의 기대는 커져갔고, 투표를 결심했다. 다섯살짜리 아이가 투표를 하고 싶다고 말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투표장으로 갔다. 그런데 한산해야 할 투표장에 줄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결국 줄을 서서 투표를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난 뒤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투표율 비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투표율이 비상이라던데 왜 줄은 선거지?' 이상했다.

이번 17대 대선의 최종투표율은 63.0%였고, 서울은 62.9%. 전국평균과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오후들어  유권자가 몰리면서 투표율이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 ⓒ 여인택


구별 투표율도 흥미를 끌었다.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지역은 서초구로 66.3%를 나타냈다. 송파구 64.9%, 강남구 64.0%, 그리고 양천구와 강동구는 63.8%로 전국평균을 상회하였다.

내가사는 영등포의 투표율도 63.2%로 전국평균을 상회하였다.

반면 은평, 중랑, 금천, 강북구의 투표율은 60%에 머물렀다.

이미 보도를 통해 언급된 바 있지만 강남지역에서는 투표를 위해 30분정도를 기다렸을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지역에서 이명박 후보는 60%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하였다.

한마디로 부자동네는 줄을 서서 투표를 한 것이고, 가난한 동네는 투표에 별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인 셈이다.

양극화로 인해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것이 이번 대선의 화두이고 그것을 심판하기 위해 한나라당 후보에게 몰표를 주었다는 일반적인 해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물론 단정적으로 해석할 수 없지만 투표율이 높은 지역 사람 중 자영업으로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투표를 할 때도 외제차를 타고 오면서도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아닌가?

이들의 또하나의 공통된 푸념은 아파트 세금이 너무 올랐다는 얘기들이었다. 조세제도의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개인적 성향이 강할 것으로 보였던 이들 지역에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는 사실에서 자신들의 이익이 곧 후보를 지지하는 잣대가 되는 2007년 대한민국 일부지역의 부끄러운 모습이 엿보았다.

경제, 특히 양극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런 양극화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의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서민을 들먹이면서 경제의 어려움을 얘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들의 축적된 부에 비해 정말로 보잘 것 없는 세금 몇푼 마저도 거부반응을 보여대면서 단체행동을 하는, 그리고 그런 목소리가 중요한 정책이 될 것같아 보이는 지금의 현실은 참으로 맥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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