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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 붉힌 정동영 "선거 졌지만 우리는 뭉쳤다"

[신당 해단식] 이낙연 "BBK 특검법은 국회를 떠났다"... '여운' 남겨

등록|2007.12.20 18:38 수정|2007.12.20 18:39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통합신당이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선거 내내 하나가 돼 싸웠다"며 "국민이 통합신당의 손을 잡아 주지는 않았지만, 하나가 돼 열심히 한 점은 눈 여겨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 남소연

대선 D+1. 20일 승자와 패자의 풍경은 너무나 달랐다.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에는 사람이 넘쳤다. 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당사로 출근하자 당사가 들어있는 한양빌딩 인근은 당선자를 경호하려는 경찰과 전경들로 가득 찼다. 당선이 확정된 어젯밤부터 벌어진 풍경이다.

국회 공보관실에서 매일 배포하는 '주요 정치일정'은 너무 대비되었다. 한나라당은 이른 아침 시각부터 강재섭 대표 등 고위 당직자들의 정치일정으로 풍성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달랑 중앙선대위 해단식 하나뿐이었다. 창조한국당은 해단식 일정조차 없었다.

▲ 대선 다음날 각당의 '주요 정치일정'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정동영 "선거는 졌지만 우린 단합했다, 그걸 소중하게 생각한다"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해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비장한 표정의 정 후보는 선대위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에 "선거는 졌지만 우리는 단합했다, 그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희의 손을 붙잡아주시지는 않았지만, 저희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했다는 것은 잘 눈 여겨 보셨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김원기 고문이 손학규 김한길 공동선대위원장 등 지도부와 이야기를 하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 남소연

그는 "저희는 저희가 생각하는 가치와 길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선거기간 내내 하나가 되어 싸웠다"면서도 "그러나 선택받지 못했다, 국민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민의 지지를 받은 이명박 당선자가 나라를 위해 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면서 다시 한 번 이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냈다.

한편 그는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길이고 그러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선거과정에서 단합했듯이 더 단단해지고, 더 진실해지고, 저희가 추구하는 길과 가치가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에 "제가 많이 부족했다, 역량이 미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당원 동지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자 김근태 선대위원장은 "전력을 다한 정동영 후보에게 여러분과 함께 위로와 격려의 박수 보냈으면 좋겠다"면서 정 후보를 위로했다. 그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겠다, 그러나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가겠다,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른 선대위원장도 대부분 당의 단합과 '국민과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정대철 "와신상담의 계절을 겪어야할 것 같다"

손학규 선대위원장은 "마음으로 실망도 크고 좌절감도 많이 느끼겠지만, 그러나 우리는 국민의 뜻, 국민의 선택을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인다"면서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더욱 더 열심히 국민의 뜻을 섬겨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해찬 선대위원장도 "이번에 국민께서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희망했던 것 같다"면서 "국민들의 선거결과를 저희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내 민주주의를 잘 지켜 단합된 선거운동을 했다"면서 "정동영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아주 모범적인 선거운동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위로했다.

오충일 선대위원장도 "정동영 후보로써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 모습은 감동적이고 아름다웠다"면서 "그러나 후보로서 넘을 수 없었던 험준한 고비가 두어 번쯤 있었는데, 당대표로나 선대위원장으로서 큰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을 자책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번 대선을 통해 후보께서 말했듯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소득"이라고 위로했다.

정대철 선대위원장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일패도지'와 '전패위공'이라는 표현을 거론하며 "일패도지는 한 번 패해 완전히 끝난다는 말이고, 전패위공은 패배를 교훈삼아 성공으로 이끈다는 말이다, 우리의 싸움이 일패도지가 될 수는 없다, 전패위공으로 삼아야겠다"면서 "우리는 와신상담의 계절을 겪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충일 대표 "정치권 밖에서 시민운동 다시 시작하겠다"

▲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이날 비공개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오충일 대표가 "평생을 시민운동에 몸담아 왔으나 시민운동만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세력의 집권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 정치를 통해 일조하자는 충정에서 신당의 창당에 합류했다"며 "그러나 대선이 이런 결과로 끝난 만큼, 이제 정치권 바깥에서 시민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김효석 원내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은 "대선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자 하는 대표의 충정을 존경하지만 당을 앞으로 어떻게 쇄신하고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도 해놓지 않은 채 물러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있는 자세는 아니다"면서 오 대표의 사의를 만류하고 있다.

당에서는 대선 패배에 따른 후보와 대표의 책임론도 거론되지만 어차피 1월에 전당대회를 열어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는 만큼 그때까지는 현재대로 가자는 의견도 있다. 열린우리당이 재보궐 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질 때마다 교체하는 바람에 의장이 9명이나 나오는 등 리더십을 잃고 표류해왔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온다.

이낙연 대변인 "특검법은 국회를 떠났다"

한편 이낙연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한 것과 관련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 당선자의 발목을 잡거나 괴롭히려는 생각은 없다"면서 "그러나 국민의 마음속에 남은 의심을 그대로 묻어둔다고 해서 당선자께 도움이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특검법은 국회를 떠났다"고 전제하고 "저희들이 앞에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당선자 본인이 특검 수용의사를 밝혔던 일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굳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변인의 이날 논평 제목도 '이명박 특검법'이 아닌 'BBK 특검법에 대하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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