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일궈낸 자원봉사의 힘, 섬에는 없었다
많은 양의 기름 가의도 주변 뒤덮었음에도 복구 작업 원활하지 않아
▲ 가의도 전경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위치한 가의도 전경 ⓒ 정대희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에 피해복구 작업을 위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기적과도 같은 작업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 파급효과가 아직 섬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더해지고 있다.
20일 현재 피해 현장을 방문하여 복구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약 30만명으로 외국의 전문가들도 놀라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태안군 유인도의 대표격인 가의도엔 아직까지도 끈적끈적하고 거무틱틱한 기름들이 섬 주변을 뒤덮고 있어 육지와의 확연한 피해 복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의도 섬 주민 80여명이 사고 발생일부터 현재까지 약 2주 동안 기름제거 작업에 나섰지만 떠밀려 온 양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섬 지역이란 여건상 자원봉사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닦아내도 또...가의도 섬 주민들이 떠밀려 온 기름이 자갈틈새로 스며들어 자갈을 거둬내며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 모습 ⓒ 정대희
가의도리 주동복(75·남) 이장은 "유조선 충돌사고가 일어나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바다로 나와 보니 섬 주변 인근 해역에 전부 시커먼 기름이 둥둥 떠내려 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기름양이 궁금해 바닷물을 꼬챙이로 푹 찍어보니 글쎄, 30cm나 기름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부리나케 뛰어 나와 밀려오는 기름을 떠 담기 시작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기름이 어찌나 많은지 기름 떠 담은 사람도 멀리서 보면 '저게 사람인지 뭔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 기름층가의도에 밀려온 기름이 자갈에 스며들어 두꺼운 기름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 ⓒ 정대희
또 의료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장시간 기름 냄새에 노출된 주민들은 두통과 현기증 등 갖가지 증상을 보이고 있으나 제대로 된 치료 및 처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경례(69·여자)씨는 "관절수술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나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작업을 몇 날 며칠 하니 냄새로 머리도 아프고 현기증도 난다"며 "하루 종일 냄새를 맡다보니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해도 입맛이 없어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 직원 50여명 이상이 교통여건이 좋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 일째 가의도를 방문, 피해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째 숨은 봉사를 펼치고 있는 이름 밝히길 꺼려한 자원봉사자는 "피해가 심각하고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섬 이란 특성상 봉사의 손길이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더해진다"며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가의도를 살리는데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자원봉사자가의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한화그룹 직원들이 수 일째 방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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