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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일궈낸 자원봉사의 힘, 섬에는 없었다

많은 양의 기름 가의도 주변 뒤덮었음에도 복구 작업 원활하지 않아

등록|2007.12.20 20:44 수정|2008.01.17 11:43

가의도 전경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위치한 가의도 전경 ⓒ 정대희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태안에 피해복구 작업을 위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기적과도 같은 작업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그 파급효과가 아직 섬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더해지고 있다.
 20일 현재 피해 현장을 방문하여 복구 작업에 투입된 인원은 약 30만명으로 외국의 전문가들도 놀라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태안군 유인도의 대표격인 가의도엔 아직까지도 끈적끈적하고 거무틱틱한 기름들이 섬 주변을 뒤덮고 있어 육지와의 확연한 피해 복구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의도 섬 주민 80여명이 사고 발생일부터 현재까지 약 2주 동안 기름제거 작업에 나섰지만 떠밀려 온 양이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섬 지역이란 여건상 자원봉사자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닦아내도 또...가의도 섬 주민들이 떠밀려 온 기름이 자갈틈새로 스며들어 자갈을 거둬내며 기름을 닦아내고 있는 모습 ⓒ 정대희


가의도리 주동복(75·남) 이장은 "유조선 충돌사고가 일어나 기름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바다로 나와 보니 섬 주변 인근 해역에 전부 시커먼 기름이 둥둥 떠내려 오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기름양이 궁금해 바닷물을 꼬챙이로 푹 찍어보니 글쎄, 30cm나 기름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과 부리나케 뛰어 나와 밀려오는 기름을 떠 담기 시작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며 "기름이 어찌나 많은지 기름 떠 담은 사람도 멀리서 보면 '저게 사람인지 뭔지?' 구별할 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갈이 두루 퍼져 있는 피해지역은 자갈 틈새로 기름이 스며들어 주민들이 숟가락과 막대기를 이용, 자갈을 거둬내면서 기름을 닦아내고 있으나 기름이 너무 깊이 스며들어 작업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기름층가의도에 밀려온 기름이 자갈에 스며들어 두꺼운 기름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 ⓒ 정대희

부직포를 이용해 자갈을 닦아내던 강강희(70·여자)씨는 "이게 이렇게 계속 자갈을 거둬내고 기름을 닦아내도 하도 깊게 스며들어서 해도 해도 끝이 없다"며 "이젠 기름이 굳어지기까지 해서 잘 닦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의료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장시간 기름 냄새에 노출된 주민들은 두통과 현기증 등 갖가지 증상을 보이고 있으나 제대로 된 치료 및 처방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경례(69·여자)씨는 "관절수술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나와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작업을 몇 날 며칠 하니 냄새로 머리도 아프고 현기증도 난다"며 "하루 종일 냄새를 맡다보니 저녁에 집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해도 입맛이 없어 못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 직원 50여명 이상이 교통여건이 좋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 일째 가의도를 방문, 피해복구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며칠째 숨은 봉사를 펼치고 있는 이름 밝히길 꺼려한 자원봉사자는 "피해가 심각하고 복구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섬 이란 특성상 봉사의 손길이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더해진다"며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가의도를 살리는데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원봉사자가의도에 밀려온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한화그룹 직원들이 수 일째 방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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