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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드라마에 '패치 아담스'는 없나

등록|2007.12.21 09:52 수정|2007.12.24 11:58
한국에도 메디컬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 메디컬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미국 드라마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의료라는 소재에도 있다. 엄밀하게 보면 의료자체 보다 현실에서 외면 받는 외과가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것이다.

SBS <외과의사 봉달희>, MBC <하얀거탑>, MBC <뉴하트>는 모두 외과 이야기다. 특히 외과 수술은 죽음과 삶, 성공과 실패를 극명하게 보여주기에 용이하고 팽팽한 긴장감, 박진감을 통해 흥미를 자아낸다. 또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도 소외당하는 외과 의사들의 눈물과 고통이 감동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메디컬 드라마는 미국 드라마와 같이 막대한 제작비와 인력을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휴머니즘과 정, 사랑과 로맨스를 결합했다. <하얀거탑>은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고, <뉴하트>는 이 둘을 절묘하게 가로지른다.

특히 <뉴하트>의 최강국(조재현)은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마찬가지로 권력의 칼날 위에 있는 최고의 외과의지만, 장준혁과 달리 환자를 고려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사 중심이다. <외과의사 봉달희>는 의사의 성장드라마, <하얀거탑>은 성공드라마, <뉴하트>는 성장과 성공을 아우르는 성찰드라마지만, 결국 모두 의사의 사고와 행동이 환자의 생사를 결정한다는 설정이다. 최고의 의학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사가 성실하고 진지하게 임할 때 환자들은 살아난다고 전제한다.

또 이러한 드라마들은 두 가지 점을 간과한다. 하나는 모든 문제를 지나치게 사람 탓으로 돌려 병원 자본과 시스템의 속성을 간과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의사와 의료 지식, 기술에 함몰되어 환자 입장에서 본 병원의 분위기와 환자의 심리를 가볍게 한다.

병원에 가서 병을 얻어온다는 말이 있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멀쩡한 사람도 우울하고 아프게 만든다. 메디컬 드라마는 의료 환경의 이상향을 꿈꿔야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의사 패치가 이룬 것은 즐거운 병원이다.

그는 희망 없이 누워 있는 환자들에게 삶의 활력소를 주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면서 즐거운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 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펀 메디컬이다. 이는 환자 중심의 치료이기도 하다. 즐거움은 환자의 면역력을 향상시켜 질병을 이길 힘을 줄 뿐 아니라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욕구가 죽음과 절망에서 자신을 구원한다”는 빅터 프랭클의 말을 떠올릴 수 있다. 의사는 그것을 위한 조력자다.

패치는 병원이 근엄한 의사들의 숙소나 작업공간이 아니라 환자들의 집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엔 의사들의 권위주의를 향한 신랄한 조롱과 풍자가 배어 있다. 너무나 전문적이고 진지하기만 한 <뉴하트>의 최강국은 패치에게는 여전히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다. 즐거운 병원에 <뉴하트>의 배대로(박철민) 같은 밝은 의사가 주인공이 될 만도 하다.
덧붙이는 글 뉴스메이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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