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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성공 1원칙 "도시인의 오만을 버려라"

'폐교가 살아야 마을도 되살아난다' , 오마이스쿨 개교기념 1박2일 토론회 열려

등록|2007.12.21 17:58 수정|2007.12.21 17:58

▲ 참가자 자유토론(라운드 테이블) 모습 ⓒ 조경국


"앞으로 폐교에서 지내게 된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마을 어르신들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까 생각하니 긴장이 됐다.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두려움도 있었다. 그 분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란 관점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만한 생각이란 걸 깨달았다.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가 중요한 것 같다."

폐교를 살리려는 사람들이 '다시 살아난 폐교'에 모였다. 20일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폐교가 살아야 마을도 되살아난다' 토론회에는 대선 바로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폐교 활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만큼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농민, 회사원, 자영업자, 시민단체 활동가, 한국능률협회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직업군은 물론이고 전통무예 십팔기 보존회, 전국백수연대, 새터민 예술단 등 언뜻 폐교와 무관하게 보이는 단체에 소속한 사람들도 참석했다.

그만큼 '마을을 살리는 창조적인 폐교 활용'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랐다. 특히 폐교 활용에 대한 비즈니스적 접근에 대하여 '폐교를 살려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면서 참석자들의 토론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어떤 접근 방식이든 '마을과의 소통이 1순위'라는 인식에 있어서는 참석자 대부분이 공감을 표시했다. 토론회는 폐교 활용 모범 사례 발표, 참가자 자유토론 등 순서로 진행됐으며, 열띤 분위기 속에 당초 종료 예정시간이었던 오후 6시 30분을 훨씬 넘긴 밤 10시에 이르러서야 마무리됐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에 있는 '하늘내 들꽃마을'은 폐교 활용의 모범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귀촌한 도시인들이 옛 연평초등학교에 친환경상품 인터넷쇼핑몰 사무실을 이전하고 주민들과 연대하면서 마을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쇼핑몰 고객을 농촌체험 관광객으로 유치함으로써 성공적인 도농 교류 사례까지 제시하고 있다. 2006년도 농림부 지정 최우수농촌체험마을.

폐교된 경기 평택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부활시킨 '웃다리 문화촌'은 문화 코드에 도시형 폐교란 특징을 잘 접목시킨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상주하는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일반인을 상대로 강좌를 병행하는 방식, 다양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으면서 연인원 2만5천명 정도가 웃다리 문화촌을 방문했다. 이와 함께 문화촌에서 하늘 솟대 만드는 법을 가르치던 지역 노인들이 '희망 솟대'라는 실버기업까지 창업하는 성과도 거뒀다.

소통은 쉽지 않다. 그래도 소통하라

이날 사례 발표자들은 성공적인 폐교 활용의 조건으로 한결같이 마을 사람과의 소통을 꼽았다. 첫 번째 사례 발표자로 나선 하영택 하늘내 들꽃마을 전 사무장은 "아무리 뛰어난 기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마을 주민을 배제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그들과 어떻게 연대할 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 전 사무장은 "마을 어르신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가 굉장히 힘들다. 편안하게 살 수 있고 소득이 향상된다고 해도 대부분 나한테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고 소통의 어려움을 소개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을 사람 일원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 하늘내 들꽃마을 하영택 전 사무장 ⓒ 조경국


이어 하 전 사무장은 "1년 동안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함께 밥을 먹고 옛날 이야기도 듣고 안마도 해 드리는 등 마을 사람으로 살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시기 시작했다"면서 "이 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마을 조직에 동참하면서 여러 가지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최진희 오마이뉴스 교육사업팀장도 "농촌 학교 형성 과정 자체가 마을 역사성을 담고 있는 만큼, 폐교 활용 방안 검토 과정에서 마을에 이익이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하는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며 "오마이스쿨 개교 과정에서 주민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6~7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다"고 소개한 박성복 웃다리문화촌 사무국장(평택문화원 상임이사) 역시 "이 기간 동안 마을 주민들과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이 수시로 미팅을 했고, 그 결과 폐교가 다시 열릴 때쯤에는 마을 주민들도 학교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다 알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사례 발표에 이어진 참가자 자유토론(라운드 테이블)에 나선 지정 패널들도 "일시적인 거주 형태는 지양해야 한다"면서 사례 발표에 동감을 표시했다. 박찬국 여주 밀머리 미술학교 대표는 "폐교 활용에는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적어도 마을에 살아야 한다"고, 전병관 오궁리 미술촌 대표 역시 "소득 증대보다는 인구 이동을 해야 한다"고 각각 강조했다.

왜 하필이면 폐교를 살리려 하는가

그리고 토론회 분위기를 환기시킨 것은 "왜 하필이면 폐교를 살리려 하는가. 폐교를 살려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란 질문. 폐교를 활용해 '어린이 살림학교'를 남편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윤귀섭(여, 강원 횡성)씨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돈 보다 더 좋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윤씨는 "많은 분들이 폐교 지역에 들어가서 어르신들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기분을 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 분들한테 배울 점을 찾아야지, 도울 점을 찾는다고 가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 최진희 오마이뉴스 교육사업팀장(왼쪽), 박성복 웃다리문화촌 사무국장(오른쪽) ⓒ 조경국


역시 폐교를 활용해 장애인 예술공동체인 '아름다움 만들기'를 운영하는 권영환 서예가(남, 경기 가평)도 "폐교 활용에는 분명한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권 서예가는 "동시에 기존 지역 공동체와 어떻게 어울려 살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며 "공동체 속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것도 공동체 살리기 운동의 한 갈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폐교 활용에서 비즈니스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 역시 적지 않았다. 박운록 (남, 경기 이천)씨는 "철저하게 사업 아이템으로 접근하고 있었는데, 공익 등 문제를 강조하는 말씀들이 많이 나와 다소 당혹스럽다"며 "임대나 매각 등 현실적으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 폐교 활용인 만큼, 수익성이 있는 부분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행업을 하면서 폐교에 대한 접근 기회가 많았다는 한재철(남, 서울)씨는 "정부 예산 등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무엇보다 정상적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와야 한다"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임주영(남, 충남 공주)씨는 "컨텐츠만 있다면 충분히 제값 받고 독자적인 폐교 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각각 동감을 표시했다.

농민 신택주(남, 경북 의성)씨는 "충분한 검토만 있다면 비즈니스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신씨는 "인근 지역에서 폐교가 잠깐 활용됐다가 방치되는 사례를 봤는데, 그랬을 때 마을에 미치는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철저한 검증 없이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은 위험하다"고 폐교 활용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 20일 오마이스쿨에서 열린 토론회 '폐교가 살아야 마을도 되살아난다' ⓒ 조경국



"폐교 활용 정보 네트워크 만들자"

아울러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폐교 활용을 위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일우(남, 경기 용인)씨는 "폐교 활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오늘 만남이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토론을 진행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참 다양한 측면에서 폐교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왜 하필이면 폐교를 살려야 하는지, 그리고 폐교 활용에 대한 합당한 가치와 철학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면서 "앞으로 오마이스쿨을 더욱 창조적인 공간으로, 나아가 모든 시민이 강사가 될 수 있는 지식 나눔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 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폐교 활용 아이디어와 임대·매각·리모델링에 필요한 비용 그리고 정부나 지자체 폐교 지원 사업 내용 등 생생한 정보 교환이 이뤄졌고, 참석자들은 오마이스쿨을 둘러보며 느낀 점을 서로 의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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