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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인디 동지팥죽은 먹은 겨?"

처이모님께서 맛있는 동지팥죽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등록|2007.12.22 20:08 수정|2007.12.23 21:24

▲ 처이모님이 가져다 주신 동지팥죽 ⓒ 홍경석


“따르르릉~” 
잠시 전 집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네~” 
“누구여? 조카사위여?”
전화를 거신 분은 지척에 사시는 처이모님이셨습니다.

“오늘이 동짓날인디 동지팥죽은 먹은 겨?”
요 며칠간 몸도 안 좋고 아울러 이런저런 일로 꽁지에 불이 붙은 강아지마냥 바빴습니다. 그런 까닭으로 오늘이 동지임에도 그걸 몰랐던 저의 무지를 비로소 깨달았지요.

“아뇨.” 

그러자 처이모님께선 마침 동지팥죽을 넉넉하게 쑤었는데, 그걸 갖다주마고 하셨습니다. 잠시 후 집으로 들어서신 처이모님께선 보기만 해도 군침이 절로 흐르는 팥죽을 내놓으셨습니다.

“어여 소금 쳐서 먹어 봐.”
그렇게 가져오신 팥죽에 소금을 조금 치고 동치미를 파트너 삼으니 세상에 그런 별미는 다시없었지요.

지금은 전국적으로 죽 집이 성업 중입니다. 그러한 죽 집이 아닐지라도 각종의 죽이 레토르트 식품으로 연중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렸을 적엔 팥죽은 오로지 동짓날이 돼야만 비로소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동지(冬至)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은 가장 짧은 날이라고 합니다. 오늘이 동지입니다만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푸근하기까지 했습니다. 헌데 제가 어렸을 적의 동짓날은 항상 왜 그렇게 추웠는지 도통 모를 일이었습니다.

하여간 ‘동짓날에 팥죽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여 가정은 물론이고
사찰에서도 동지엔 팥죽 돌리는 광경을 많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결혼을 하자면, 그리고 알콩달콩 잘 살자면 우선은 궁합이 맞아야 한다고 하지요. 근데 그러한 패러다임은 우리가 늘상 먹는 음식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 듯합니다.

먼저 쇠고기를 먹게 되는 경우 으레 곁들이는 들깻잎은 쇠고기엔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칼슘과 비타민 A,C가 많아 퍽이나 좋다네요. 두부 요리에 미역을 곁들이는 까닭은 요오드가 풍부한 미역이 열량은 낮으면서도 포만감을 많이 주므로 그 또한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식품이어서랍니다.

닭고기에 인삼(삼계탕)이 잘 맞는 연유 또한 고단백 식품인 닭고기에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가 있는 인삼을 매치시키는 것이 또한 제격인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고로 동치팥죽에 시원한 동치미와 그 국물이 궁합이 잘 맞는 건 당연지사였지요.

하여간 처이모님 덕분에 하마터면 까먹을 뻔 했던 동짓날의 팥죽을 한 그릇 잘 비웠기에
여간 감사한 게 아니었습니다. 처이모님의 손자들이 볼 책을 몇 권 골라 봉투에 담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월간샘터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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