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뉴라이트, 권력핵심부 진입하나

정권교체 이후 새 진로 모색... "이제 안에서 새로운 싸움을"

등록|2007.12.24 09:00 수정|2007.12.24 09:53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뉴라이트 인사들의 현실정치 참여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윤대근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은 10년 만의 정권교체 이후 뉴라이트진영의 진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최근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서울 은평구에 사무실을 열었다. 그가 밝힌 '새로운 싸움'이란 현실정치에 참여해 '자유주의 개혁'에 힘을 보태는 것이었다.

이러한 행보는 뉴라이트조직이 출범할 때부터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정권교체가 현실화된 이후 뉴라이트진영 인사들의 권력 진입이 더욱 활발해진 전망이다. 지난 시기 '운동권 386들'이 민주파 정부에서 그랬듯, 이들도 '참여개혁론'을 앞세워 권력 핵심부에 해당하는 청와대·국회·정당 등에 포진할 가능성이 크다.

역할마감이냐 역할존속이냐?

뉴라이트운동의 본류를 자처해온 자유주의연대는 '두 가지 진로'를 놓고 내부논의가 한창이다. 하나는 '정권교체와 함께 우리의 역할도 끝났다'고 보는 '역할종료(마감)론'으로, 이는 '현실정치 참여론'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권력의 밖에서 뉴라이트운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역할존속론'이다. 물론 '역할존속론'도 현실정치 참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는다.

뉴라이트진영의 한 핵심인사는 "제도권에서 다른 형태로 자유주의운동을 계속 하자는 의견과 정권교체 이후 비제도권에서 했던 역할을 축소하거나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현재 운영위원회에서 의견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초께 진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사상운동 측면에서 자유주의 담론을 확산시키고 (진보좌파를 향해)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권교체 이후 우리의 활동은 확실히 달라야 한다"며 "현실정치 속에서 자유주의 개혁을 실현할 단계에 와 있다"고 '현실정치 참여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현재 신지호 대표, 최홍재 전 조직위원장 등 핵심인사들은 '역할종료론'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이들은 "현실정치(국정) 참여가 제2기 뉴라이트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신지호 대표는 "우리는 야당 사회단체 혹은 야당 NGO에서 여당 NGO가 돼 버렸다"며 자유주의연대의 진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래서 이제는 비판과 저항만으로는 안된다. 국정에도 참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국정에 참여하는 부분과 사회운동단체로서 계속활동하는 부분으로 역할의 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한 기능분화에 따른 재편을 통해 제2기 뉴라이트운동이 시작된다."

최홍재 전 조직위원장도 "3년 전에는 해야 할 일이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밖에서 할 일이 있겠느냐"며 "국회·청와대 등에 들어가는 것보다 밖에서 파이팅(fighting)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지호 대표, 최홍재 전 조직위원장과 함께 '뉴라이트 3인방'으로 불렸던 홍진표 사무총장도 진로와 관련한 고민을 거듭하다 국정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 자유주의연대를 이끌고 있는 3인방. 왼쪽으로부터 신지호 대표, 홍진표 사무총장, 최홍재 전 조직위원장. 이들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거나 청와대 등에 입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


부대표 등 한나라당 선대위에 결합... "50여명이 중앙과 지역에서 결합"

특히 자유주의연대 소속 일부 인사들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한나라당 선대위에 적극 참여했다. 이재교 부대표는 중앙선대위 산하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지난 9월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이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이사장에 임명된 데 이어, 10월에는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대표인 조전혁 교수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한나라당에 합류했다.

조전혁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후보 캠프 쪽에서 교육정책 관련 부분에 정책 조언도 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로 이명박 후보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대선기간 동안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나는 현실정치 참여 쪽에 서 있다"고 전제한 뒤 "우리 회원들 중에 이명박 당선자의 정책파트에 들어와 있는 사람도 있고 앞으로 인수위에 참여하거나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후보 시절 50여명 정도의 회원들이 선거캠프에 결합했다"며 "특히 전북과 울산·부산에서는 한나라당의 지역선거조직과 적극 결합해 활동했다"고 말했다. 

"물론 뉴라이트가 세력으로서는 아직 미약하다. 하지만 내년 총선 등과 관련, 수혈이라는 측면에서 뉴라이트세력의 일부를 영입하는 것은 굉장한 상징성이 있다. 또 이명박 당선자가 중도실용주의정부를 표방하게 되면 뉴라이트출신 전문가집단이 그 컨텐츠를 보강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이 인사는 "한나라당의 교육공약은 그동안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거의 수용했다"며 "교육공약 하나만 놓고 보면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의 철학적 중심에 섰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유주의연대 내부에서 현실정치(국정) 참여그룹과 사회운동그룹으로 역할을 분화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자유주의연대는 일찌감치 제도권의 안(현실정치)과 밖(운동)이 서로 연대하는 '페이비언 소사이어티 모델'을 검토한 바 있다.

신지호 대표가 "국정참여그룹은 (권력) 안으로 들어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정부의 선진화개혁 등을 위한 전사가 되어야 한다"며 "밖에 남아있는 그룹은 '한국판 해리티지 재단(미 공화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보수 성향의 연구재단)' 등 싱크탱크를 구축하고, '한국판 미쓰시다 정경숙(일본의 우익 양성소)'을 세워 인재 육성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투 트랙'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지난 11월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선언했다. 전국연합을 이끌어온 김진홍 상임의장이 2선으로 퇴진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


전국연합 이끈 김진홍 의장, 2선으로 퇴진?... "5년, 10년 뒤를 내다봐야"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뉴라이트전국연합(전국연합)은 지난 11월 "17만 회원이 이명박 후보의 운동원으로 활동해 이 후보가 당선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명박 후보 지지를 공개 선언한 바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이명박 당선자는 지난 22일 전국연합의 '송년의 밤' 행사에 참여해 전국연합의 지지·지원활동에 감사 인사를 건넸다. 특히 이 당선자는 전국연합을 이끌어온 김진홍 상임의장에게 "(목회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정치 쪽에 와서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연합을 이끌어온 김진홍 상임의장은 2선으로 퇴진해 목회활동에만 전념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임헌주 사무처장은 "김진홍 목사는 현재 2선으로 퇴진하고 성직자로 돌아가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세간에 김 목사에 대한 안좋은 얘기가 많았는데 그런 행보 속에서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학 정책실장도 "김진홍 목사가 현실권력에 참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김 목사가 이명박 정부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을 일축했다.

전국연합은 일단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정권교체'라는 단기목표는 이루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우파시민운동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간접지원하면서 한나라당의 '5년 이상 집권'을 돕겠다는 포부를 세워놓고 있다.

최진학 정책실장은 "(우리의 임무는) 일단 이 후보를 공개지지한 것으로 일단락됐다"며 "앞으로 우파운동의 활성화, 우파 활동가 배출 등을 통해 뿌리깊은 좌파편향을 시정하고 경제살리기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헌조 사무처장도 "아직도 북한의 영향이 있고 80년대 386 운동권 심리가 남아 있다"며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해 사회 곳곳의 좌편향을 시정하기 위해 전국민 차원의 운동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학 캠퍼스, 노동현장, 교육현장, 일터 등 풀뿌리운동으로서 사회 곳곳에 더 굳건히 뿌리내래는 작업을 해야 한다. 낡은 잔재를 청산해야만 5년 뒤에도 제대로 된 정부가 출범해 10년간 대한민국을 바로세우고 선진화할 수 있다. 정권교체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니다."

임 처장은 "차기 정부가 뉴라이트 사상에 입각해 경제살리기운동, 선진화운동 등을 벌여 나간다면 적극 도움을 주고 함께 하겠다"며 "다만 그렇지 못할 경우 NGO로서 비판의 목소리도 내면서 긴장관계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국연합도 자유주의연대처럼 한국판 헤리티지재단이나 마쓰시다 정경숙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한나라당이 5년 이상 집권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부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다시 임 처장의 얘기다.

"좌파에 비해 보수 우파는 자신의 정책을 연구하고 생산하는 운동을 벌이는 데 취약했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이나 리더십 인스티튜트, 독일의 콘라드-아데나워재단, 일본의 마쓰시다 정경숙 등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5년, 10년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우파 시민운동에만 만족할까?... "개인적으로 현실정치 참여할 수 있어"

하지만 전국연합이 자신의 역할을 '우파 시민운동'에 한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현실정치 참여'에 더 비중으로 두고 있는 자유주의연대처럼 전국연합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실정치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성이 공동대표가 한나라당 중앙 선대위 사회복지분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하지만 최진학 실장은 "우리의 목표는 정권교체였다"고 강조한 뒤, "전국연합은 시민단체이지 현실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개인적으로 참여할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헌조 사무처장도 "정치권을 일신해야 하니까 능력있는 분들이 현실정치에 참여할 수 있지만 그것은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며 "조직적인 결정을 통해 누굴 내려보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