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지난 대선처럼 치러지면 한나라당 '개헌도 가능'한 슈퍼여당
[분석] 한나라당 2/3 넘어... 지자체·대통령에 이어 국회까지 '무소불위'
▲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가 19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제17대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후보를 앞세운 한나라당이 17대 대통령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자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4월 9일 총선에 쏠리고 있다.
92년 이래 네 차례의 총선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였다면, 내년 총선은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직후에 실시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효과를 안게 된다.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을 530만표라는 큰 격차로 물리친 한나라당으로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에서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 과반수를, 대통합민주신당은 개헌 저지선 확보를, 기타 정당들은 비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판세가 총선에도 그대로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이 개헌선을 훨씬 웃도는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바람' 힘입어 수도권과 영남 독식할 듯
이명박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대통합민주신당에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52.2%의 득표를 올려 정동영 후보에 '더블 스코어'로 완승을 거뒀다.
수도권 109개(서울 48, 경기 49, 인천 12) 지역구별 득표율을 살펴봐도 1위와 2위의 격차가 15% 이내로 좁혀진 곳은 14.9% 포인트의 경기도 부천 오정(원혜영 의원, 신당) 1곳뿐이다. "서울시장 출신의 이명박 당선자를 총선에서도 그대로 밀어주자"는 수도권 신지역주의가 다시 득세할 경우 한 정당이 수도권을 '싹쓸이'하는 전대미문의 기록이 수립된다.
이 당선자는 또한 영남권(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68석)에서 62.4%, 강원(8석)에서 52.0%의 대승을 각각 거뒀다. 영남권에서 이 당선자가 과반수 득표를 달성하지 못한 곳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48.6%)와 울산의 동구(49.5%, 정몽준 지역구)와 북구(47.2%, 민주노동당 강세 지역) 뿐이었다.
이 지역에서도 한나라당 내에 심각한 조직 분규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이 전 지역구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이 당선자가 10%의 벽을 넘지 못한 호남에서는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충청권에서는 대전 6곳 중 1곳(유성), 충남 10곳 중 2곳(천안 갑·을), 충북 8곳 중 7곳에서 10% 이상 격차의 승리를 거뒀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은 지역구에서만 195~210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당선자의 득표율을 비례대표 산정 방식대로 계산하면 27석을 더해 한나라당이 총 299석 중 230석 안팎을 차지하게 된다.
개헌선(200석)을 넘는 정당의 출현은 1990년 2월 인위적인 정계개편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216석) 이래 18년 만의 일이 된다. 1967년 6월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민주공화당도 175석 중 개헌선을 넘긴 129석을 차지한 일이 있는데, 공화당은 2년 뒤 숫적 우위를 앞세워 박정희 대통령의 3선 연임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이어 의회까지 장악할 경우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부문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슈퍼 여당'으로 다시 태어난 한나라당 정권이 지난 10년의 정책 기조를 부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면 남북관계나 사회복지, 대기업 규제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후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지도부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선거 결과를 국민들이 주신 채찍으로 생각하고 잘 받아들이겠다"며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반 한나라] '개헌 저지선' 확보에 목매지만...
신당은 이번 대선에서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을 지켰다. 정동영 후보가 80%의 득표를 올린 반면, 이 당선자는 9.0% 득표에 그쳤다. 이 지역에서 신당의 잠재적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은 한 곳에서도 5% 이상의 득표를 올리지 못했다.
이변이 없는 한 신당이 호남의 31석(광주 7석, 전남 11석, 전북 13석)을 모두 가져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비 호남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면 앞길이 캄캄하다.
정 후보가 이 후보에 5.8%차로 따라붙은 제주특별자치도 3곳을 제외하고 전략 지역으로 삼을 만한 곳이 없다. 이명박 후보에 6.4% 차이로 1위를 내준 충북 보은·옥천·영동(6.4%, 이용희 의원)과 1~3위가 10% 이내에서 접전을 벌인 대전 동구(선병렬 의원)와 대덕구(김원웅 의원), 충남 논산·금산·계룡(이인제 민주당 의원) 정도가 신당이 승부를 걸어볼 만한 지역이다.
호남권 31곳과 제주 3곳을 모두 이기고 정 후보의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15석)을 배정받으면 '접전 지역'의 성과에 따라 49~53석 가량을 얻게 된다. 이는 7대 국회의 신민당(45석, 25.7%)이래 제1야당이 얻게 될 최소 의석수이자 의석비율이 된다.
15.1%를 득표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받게 된 '이회창 신당'의 사정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20석 이상을 확보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지 여부가 이회창 신당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데, 가능성은 반반이다.
이회창 신당은 이 후보의 연고지 충남 예산·홍성(57.0%)을 비롯해 공주·연기, 보령·서천, 부여·청양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 밖에 충남 아산(8.6%)과 논산·금산·계룡(7.6%), 서산·태안(7.0%), 당진(6.7%) 4곳과 대전의 모든 지역구(6곳)에서 이명박 후보를 10% 이내로 따라붙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는 충청과 함께 기대를 걸었던 영남과 강원 지역에서 각각 18.3%, 17.6%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향후 총선에서 이 지역을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수혈하지 않고는 '교두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신당'은 대선에서 승리한 충남 4곳을 지켜내고 대전을 포함한 '접전 지역' 10곳 중 8곳 이상을 건져야 비례대표 8석을 포함해 교섭단체 구성을 바라볼 수 있다.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은 지역구에서는 한 곳도 이기지 못하고 비례대표로만 각각 3석과 2석을 배정받게 된다.
이인제 간판으로 총 16만708표를 얻은 민주당의 대선 표는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각각 대구 수성구(16만4,557표)와 광주 북구(17만6,435표)에서 얻은 득표수에도 못 미친다. 민주당은 이 상태로 선거를 치르면 원내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물론, 이같은 전망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외견상 "대선과 총선은 다르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달라질 것이냐"가 문제인데 "이명박 정부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의를 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이 상태로 가면 야당이 60석이나 얻겠냐?"며 "한나라당이 의석 3/4을 휩쓸면 야당의 기능은 마비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론이라도 야당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언론마저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특정정당의 권력 독식으로 인한 사회의 획일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가 압승을 거뒀다고 하지만, 보수와 진보를 떠나 변화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하나의 목소리가 다른 한 쪽을 억누르는 식으로 나아가면 사회의 다양성을 유지하고 갈등 조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 투표율이 자꾸 떨어지면서 '다수를 가장한 소수'의 목소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현상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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