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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문장가도 벽에 머리를 찧는다

[서평] <글쓰기의 전략>

등록|2007.12.24 13:58 수정|2007.12.24 13:58

책 표지<글쓰기의 전략> ⓒ 이명화

밤새워 썼던 원고를 아침에 너무 부끄럽고 실망스러워 버린 경험, 또는 몇 날 며칠 동안 썼던 글을 버린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한 독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듯 시중에는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하지만 그것이 갑자기 글을 술술 잘 쓸 수 있게 해 주지는 않는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밖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스티븐 킹은 '예술적 영감의 신 뮤즈가 여러분의 책상에 너울너울 날아들어 타자기나 컴퓨터에 마법의 가루를 뿌려주는 일은 결코 없다'고 단언했다. '뮤즈가 찾아오면 오히려 뮤즈가 살 집을 지어주어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며, 거기에 들어가는 노동은 순전히 우리의 몫'이라고 했다.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며,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서, 소설가 성석제씨는 '작가는 원고 노동자'라고, 또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했던가.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은 갑자기 글을 잘 쓰게 하는 비법이나 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을 쓰는데 꼭 필요한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의 전략>(정희모/이재성 지음)은 저자가 15년간 대학에서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해 오던 중,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글쓰기 책을 집필하기로 하고 펴낸 것이다. 이 책은 글쓰기의 방법론에만 머물지 않고 '글의 작성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직접 글을 작성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내려가 모범적 예문을 수록해 놓고 있으며 실용적이고 기초적인 지식 부분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글의 발상과정에서부터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글 한 편 한 편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단계별로 배치해 놓고 있다. 아울러 문법과 좋은 문장의 비결까지 독자들을 배려하고 있다. '좋은 내용이 좋은 글을 만들'듯이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지식이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한다.

지식은 발상뿐 아니라 글의 내용과 수준, 그 깊이까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문장력이 없으면 아무리 똑똑하고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 옛말에도 있듯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삼다' 즉 다독, 다작, 다상량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결국, '많이 읽는 것은 지식을 얻는데, 많이 쓰는 것은 문장력을 기르는 훈련에, 또 많이 생각하는 것은 구성력을 연마하는 데 보탬'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글쓰기에 있어 기본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기도 하다.

글쓰기에 있어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바로 '구성'이다. 일반적으로 구성, 즉 플롯을 '뼈대'에 비유한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플롯을 '뼈대'에 비유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라고 말한다. 플롯을 뼈대에 비유하면 '글의 내용은 뼈대를 채우는 살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토비아스'의 말을 빌어 플롯은 뼈대나 구조가 아니라 '글의 추진력 또는 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즉, 구성은 힘, 과정, 나침반, 흐름이라는 것이다. 글의 구성은 고정된 틀이 아니기 때문에 글의 구성을 짤 때는 형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글의 흐름에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책을 써서 유명하게 된 사람을 시오노 나나미가 '나의 친구'라고 말했던 '마키아벨리'를 들고 있다. 마키아벨리, 그가 한 일은 그저 각국 사절로 파견되는 대사를 따라다니면서 회계를 담당하고 문서를 수발하여 기록하는 일을 한 인물로 직무능력은 뛰어났지만 귀족이 아니라서 애초부터 높은 자리에 올라갈 가능성이 없었다. 생전에 그는 조그만 도시국가 피렌체의 평범한 관리에 불과했지만 신이 내려준 유일한 선물, 글 쓰는 재주로 <정략론>과 <군주론>을 저술하여 뛰어난 문장가로서 지금도 그의 이름은 빛나고 있다.

글의 힘은 대단하다. 하지만 아무나 좋은 문장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실망은 금물, '뛰어난 문장가도 벽에 머리를 찧는' 시간들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글쓰기는 누구나 어려워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글쓰기는 현재 어떤 상태인지 또 무엇이 부족하고 강점인지 점검해보면 좋은 글쓰기로 다듬어간다면 유익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 글을 쓰고 싶다면, '종이와 펜 혹은 컴퓨터, 그리고 약간의 배짱만 있으면 된다'는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의 말을 상기하시고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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