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 그리운 오병이어(五餠二魚)

등록|2007.12.24 14:31 수정|2008.01.07 21:50

▲ 오랫동안 독거노인과 쪽방 거주자를 위한 급식소였던 대전역 동광장 뒤편 '오병이어'가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보살집'이 들어섰다. ⓒ 안병기


어릴 적엔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덕의리 들판 한가운데 있던
초가집 교회에 나가서
예쁘게 생긴
유년부 반사가 들려주던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천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나눠 먹였다는
오병이어(五餠二魚) 이야기를
귓등으로 흘리면서  
무지개 떡 한 접시를 받아먹곤 했다
시쳇말로 하자면 나이롱 신자였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무지개떡을 얻어먹으려고
더 이상 교회를 기웃거리지 않았다
이따금 오병이어 이야기가 떠오를 때마다
그 엄청난 과장이
상징이거나 은유일 거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도리질하곤 했다

어느 교회에서 운영하던 급식소였던가  
잊어버렸지만
대전역 동광장 뒤편에
'오병이어'라는 간판단 무료급식소가 있었다
몇 년 동안이나  
쪽방 사람들과 독거노인들의 벗이 돼주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면서
오병이어 이야기가 과장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하나가 틔운 씨앗이
구제금융 시대를 겪는
동방의 한 나라로 건너 와서
확고한 사실로 꽃 피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샌가 무료급식소 사라지고
그 자리에
보살집이 대신 들어섰다
떼어내지 않은 간판만이 

희미해져 가는 옛날을 홀로 지키고 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