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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그룹, 2선 퇴진하라... 비정동영계 '압박'

신당 대선 패배 이후 불협화음... '김한길 경선 출마설' 반발 조짐

등록|2007.12.24 20:07 수정|2007.12.24 20:07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총회에서 임종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 남소연


"대선이 끝난 뒤 정동영 후보의 메시지가 명료했으면 좋겠다."

대선 참패 이후 쇄신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안에서 차기 당 지도체제 구성 문제를 둘러싼 계파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24일 대선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임종석·송영길 의원 등 일부 386 초·재선들이 '정동영 후보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선 패배에 대해 명확하게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대선 당일인 19일 밤 "제가 부족해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항상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상임고문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백의종군'을 언급했다. "당 진로와 관련해 원로와 중진 선배들께서 알아서 잘 지도해 달라, 저는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뒤에서 돕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전 장관은 다음날 정치적 고향인 전주를 방문 "대선이 끝났어도 큰 뜻을 이루려는 내 꿈은 쉼 없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에서는 "대통령이 되진 못했지만 우리나라가 광주·전남이 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통렬히 반성해야 할 후보의 메시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노무현 프레임' 벗어나야" vs. "경선하면 또 찢어져 싸운다"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양형일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송영길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기간 내내 정당 내부에서 (선거를) 주도하는 그룹이 있었다"며 "(정 전 장관이) 책임을 확실하게 진다는 것은 통렬하게 자기 반성하고, 그 그룹이 전부 2선 후퇴해, 새로운 얼굴로 당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표면상 정 전 장관을 겨냥하고 있지만, 당내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한길 의원 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경선론'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한길 그룹'은 24일 오전 모임을 열고, '합의추대'가 아닌 경선을 통해 대선 패배의 원인과 당의 진로를 놓고 치열한 노선투쟁을 벌여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이 '노무현 책임론'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친노세력과의 결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 '김한길 그룹'에 속한 박상돈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노무현 프레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어정쩡하게 넘어가기 보다는 확실히 논쟁을 해야 한다"며 "노무현의 그림자가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의원은 "모든 책임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있고, 그래서 당이 지지를 받지 못해 졌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라며 "이제와서 노무현 책임론을 얘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 전 장관이 책임지는 것이 책임정치"라고 반박했다.

송 의원은 또 "총선을 앞두고 당권을 갖기 위해 경선을 한다면 공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처절하게 싸우게 된다, 당이 망하는 길"이라며 "정 전 장관이 (초등학교) '1학년 3반'도 알 수 있는 일에 대해 어영부영 입을 닫고 있으면 나중에 당이 구제불능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이 나서서 김한길 그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경선론'을 철회시키라는 것이다.

송 의원은 "이런 요구가 수용이 안되고 이상한 모습으로 당 지도체제 구성 문제가 흘러갈 경우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상호·오영식 의원도 "가능한한 빨리 전대 이전에 합의추대 방식으로 가야한다", "경선하면 또 찢어져서 싸우게 된다"며 가세했다.

계파간 논란 심화되자 당 지도부 제재 나서

▲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서 오충일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러나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김한길 그룹 의원들의 경선론이 거세게 제기됐다. 양형일 의원 등은 "경선을 통해 치열한 노선 투쟁을 벌이자"고 주장했고, 문학진 의원은 "외부로 비치는 당의 모습이 좀 그렇더라도 경선을 하는 게 정상이고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그룹에 속하는 조일현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뒤, "지금 깨진 바가지를 얼기설기 모아봤자 물을 담을 수 없다"며 "늦어도 정확하게 가야 한다. (청와대에서 시작된) 조류독감 균을 털어야 한다"고 경선론에 가세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 새로운 리더십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단일지도체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지도체제 구성 논란으로 계파간 논란이 심화되자, 당 지도부가 제재에 나섰다.

오충일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상임고문단 연석회의에서 "사람과 조직, 노선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하고, 차이를 앞세워서는 안된다"며 "패배의 책임을 다른데서 찾으려고 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저희에게는 더 깊이 아파하고, 더 처절하게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얼마나 빨리 쇄신하는가 보다는 얼마나 깊이 반성하고 철저하게 쇄신하는가 하는 것이 과제"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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