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자는 이들을 기억하라
[현장] 2007년 12월 겨울에 찾아간 남대문 쪽방촌
▲ 남대문 경창서 옆에서 본 쪽방촌. ⓒ 박영록
역대 가장 혼란스러웠던 대선이 끝나고 며칠 후, 남대문 경찰서 뒤편 쪽방촌을 찾아가 봤다. 처음 가봤던 2002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남대문경찰서 쪽에서 보이는 쪽방촌 건물들 사이에는, 할리우드에서 천방지축으로 노는 것으로 유명한 패리스 힐튼네 호텔이 우뚝 서있다. 그 사이 골목안에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고급승용차들 사이로 나라에서 주는 월 40만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이 없으면 당장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번 대선에선 기업경제를 살려야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그리고 그것을 믿고 이 두평도 채 안되는 방에 사는 사람들 상당수가 그 사람을 뽑았지만, 그 어느 대통령 후보도 이 쪽방촌에 들어온 일은 없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이 쪽방촌도 재개발사업으로 대기업의 사옥에 필요한 녹지부지로 헐린다고 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몇 백억의 땅값을 지불하고 사옥을 짓는 곳에, 쪽방촌 사람들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흩어지게 된다.
▲ 감옥의 문도 창문이 있는데,, ⓒ 박영록
▲ 여기는 언제나 밤이다. ⓒ 박영록
가난은 국가도 막을 수 없다. 이렇게 삶의 질이 떨어지는 현실을 살게 된 까닭도 개개인마다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도 국민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부자의 복지를 위해 나라가 신경을 쓴다면, 가난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같은 열정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왜 가난해졌는지보다도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한 방을 두드려 봤다.
"일흔 아홉입니다."
"가족은…?""없습니다…." 방을 열었을 때, 할아버지는 아무 것도 올려 놓지 않는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 놓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 계셨다. "공기가 너무 차서…."채 2평이 안 되어 보이는 방은 창문도 없고, 허리를 곧바로 펴기에도 어려울 정도로 천장이 낮았다.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TV를 친구삼아 겨울을 나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 온 지도 1년 반정도. 심장에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 적십자 병원에서 약을 타다 먹고 있다고 했다.
▲ 창문이 없는 방은 사는 사람을 언제나 아프게 만든다. ⓒ 박영록
▲ 그래도 먹을 게 많아.. 할아버지의 장조림은 너무나 차가왔다. ⓒ 박영록
▲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약이지만, 밤마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나 원망스럽다고 하셨다. ⓒ 박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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