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트한 양로원 시설 벽에 걸린 재미있고 인상 깊은 글귀가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 송상호
칠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이르다고 여쭈어라.
칠십칠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지금부터 노락을 즐긴다고 여쭈어라.
팔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이래도 아직은 쓸모 있다고 여쭈어라.팔십팔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쌀밥을 더 먹고 가겠다고 여쭈어라.
구십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여쭈어라.
구십구에 저승에서 데리러 오거든, 때를 보아 스스로 가겠다고 여쭈어라. 한 양로원 시설에 들렀다. 시설을 둘러보다 눈에 들어온 액자에 담긴 글귀들이 재미있어 한참을 보고 속으로 웃다가 한 어르신에게 말을 건넸다.
“그것 참 아무리 봐도 재미있는 글귀네요.”
“아. 그랴. 참 재미있는 구절이지.”
“그런데 어르신. 이거 언제부터 걸어 놓은 건가요?”
“나도 몰러. 나도 여기 와서 보았응께.”
그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고, 술꾼이 주막을 그냥 지나가면 실례가 아니겠는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으니 그 어르신이 묻는다.
“예. 하도 재미있어서 그냥 사진에 담아 두고 많은 사람과 나눠 보게요.”
“허허허허, 그 사람 참 재미있는 사람일세.”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본국으로 가서 알린 것 같은 그런 마음을 알까. 좋은 보물을 먼저 발견한 양 카메라에 고이 담아 집에 가져와서 컴퓨터에 올리면서 또 한 번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것 참. 사람들은 재주도 좋아. 어쩜 저렇게 말도 참 잘 만들어 낼까.'
그 문구처럼 ‘나도 노년이 되어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으면, 그러면서도 죽음 앞에서도 재치 있고 여유 있는 반응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 앞에서 당당하고 여유 있는 만큼 삶도 그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불현듯 스친다.
덧붙이는 글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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