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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있게 풀어쓴 공산주의

[요즘 읽은 책]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선언: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등록|2007.12.27 15:15 수정|2007.12.27 15:15

공산당 선언<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선언: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 도서출판 뿌리와 이파리

뭇 사람은 솔직해야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 '요즘에 읽은' 거 아니다. 이틀 만에 '벼락치기' 했다. 좀 더 고상하게 말하자면 '마감의 힘'을 빌렸다. 그러니 '에이~'하고 실망스러운 누리꾼은 창을 닫아라.

물어보자.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누군가가 '지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역사적 흐름과 특징을 요약해보시오'라고 질문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답을 내놓겠는가? 제대로 적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수준을 낮게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근래에 이런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비극은 자본주의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본주의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김규항, <나는 왜 불온한가> 중에서)

그러나 천만다행이다. 약 160년 전, 지금 눈으로 봐도 모범이 될만한 책이 있었으니, 그 책이 바로 <공산당선언>이다. 당시 독일의 20대 후반 두 청년(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 엥겔스)이 공동 집필했다.

"160년 전 쓰인 책이 지금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부터 "현실사회주의가 붕괴한 지가 어언 20년이다. 이 녀석아, 무슨 얼어 죽을 공산당선언이냐. 더구나 한국에서는 '마르크스=빨갱이'로 통하지 않더냐…" 등등 여러 불만이 귓전을 때린다.

구구절절한 이야기까지 여기서 풀어놓을 순 없겠다. 다만, 마르크스가 지난 2000년 동안 인류 역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새천년을 앞두고 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여론조사를 했는데, '위대한 사상가'에 마르크스가 뽑혔다 한다)은 꼭 머릿속에 기억해두자.

더불어 <공산당선언>은 "얼마 안 되는 분량이지만, 이 안에는 몇 백 년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들어 있다"는 점과 정치팸플릿이지만, 명징한 표현들은 문학사적 가치가 크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맛보기

"하나의 유령이 유럽에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의 유령이."(이를 패러디 하면 "하나의 유령이 도민일보에 떠돌고 있다. 솔로당이라는 유령이.")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부르주아지는 이제까지 존경받았던, 사람들이 경외하며 바라보았던 모든 직업에서 그 신성한 후광(後光)을 벗겨버렸다. 부르주아지는 의사, 법률가, 성직자, 시인, 학자 등을 자신들의 유급 임금 노동자로 바꾸어 놓았다."

읽다 보면 이 책이 과연 160년 전에 쓰인 책이 맞나 싶을 정도다. 저자는 이런 지적에 동의를 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고전읽기, 그거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는 거다. 자칫 '정치 팸플릿' 수준에 머물 수도 있는 <선언>을, 지은 이가 적절하게 현실의 옷을 잘 입혀 놓았다. 게다가 지은 이의 '글발', 장난 아니다. 읽다 보면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아른거린다. 재치가 넘친다. 서너 페이지 넘길 때마다 한 번씩 웃었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과제물도 가끔 나온다. 꽤 묵직하다. '자본주의 성립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는 자유로운 계약 노동자는 어떻게 등장하였는가', '자본의 위기극복전략을 설명하고 한계를 지적하라'. '역사적 유물론, 유물사관에 대해서 설명하라' 따위다.

다만, 과제물 이행 여부는 전적으로 읽은 이의 마음이니,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뿐만 아니라 책 속 삽화도 무척 재미있다. 군더더기 없는 강유원씨의 글이건만, 내용을 까먹으려고 하면 삽화가 등장, 기억을 되살려 준다.

그림은 한겨레신문인지, 한겨레21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두 곳 중 한 곳에서 그림을 그렸던(혹은 그리고 있는) '정훈이'라는 작가다.

"20대에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지 못한 사람도 바보고, 40대가 되어 그것을 버리지 못한 사람도 바보다"(칼 포퍼)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공산당선언>을 자신이 밥 벌어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체제인 자본주의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강조하는 지은 이의 말에 한 번 더 귀기울여 보자.
일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경남도민일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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