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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재산 환수해 부설 민족대학원 세울 것"

[인터뷰①] 김삼웅 독립기념관 관장

등록|2007.12.28 11:44 수정|2007.12.30 10:45
독립기념관은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2010년까지 전시관 전면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화를 진두지휘해온 김삼웅(64) 독립기념관장을 지난 23일 중국 하이옌에서 열린 '백범 김구 전시관' 재개관식에서 만나 독립기념관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 보았다. [편집자말]

▲ 독립기념관 김삼웅 관장(왼쪽)이 중국 항저우(杭州)시 부시장과 임시정부 청사 등 문제를 놓고 협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독립기념관이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무료 개방으로 시민들을 맞는다. 국민들이 보다 자유롭고 친근하게 독립기념관을 찾을 수 있도록 지난 7월 관련법을 개정해 관람료를 없애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올해 개관 20주년을 기해 '겨레의 함성(제4관)'을 재개관한 데 이어 7개 전시관 모두를 2010년까지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변화를 진두지휘해온 김삼웅(64) 독립기념관장 또한 연임으로 내년 10월 말까지 1년간 임기가 늘어났다.

독립기념관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무엇을 남겼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23일 중국 하이옌에서 열린 '백범 김구 전시관' 재개관식에 참석한 김삼웅 관장을 현지에서 만나 독립기념관의 오늘과 내일을 들어 보았다.  

"만주지역의 독립운동 현장 복원해야 한다"

-이번에 하이옌 김구 전시관을 재개관했다. 최근 해외사적지 복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우선 임시정부 27년의 현장과 사료를 복원, 보호하는 것은 민족의 정통성을 찾는 일이다. 또 국민들과 청소년들에게 항일 애국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의미가 크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 등 한중 우호교류 협력을 돈독히 하는 성과도 올리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해외사적지 복원사업과 앞으로 방향은?
"그동안에는 임시정부 현장과 사료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작년부터는 만주지역 무장투쟁과 사회주의 관련 항쟁 의열 투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제강점기 있었던 무장투쟁을 통한 독립운동 현장을 복원, 전시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만주 용정중학교에 역사전시관을 개관했다. 안중근 의사와 신채호 선생 등이 고초를 겪었던 여순감옥 등은 독자적 관리가 필요하다. 또 청산리전투 현장에 어떤 형태로든 기념관을 지어서 보존해야 한다. 또 있다. 해외 최초의 독립군 양성소였던 '신흥무관학교'를 현지에 복원해 피맺힌 항일투쟁을 기려야 한다." 

▲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 전경 ⓒ 독립기념관


-어려운 점은 없나?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중국의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연구 프로젝트) 이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정부가 외국 사적지에는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과의 협상이 과제다. 하지만 꾸준히 중국정부와 기업을 꾸준히 설득하고 있다. 중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경제적 수익창출을 바라는 중국 정부의 틈새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북한혁명박물관과 자료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남한이 임시정부와 의열투쟁 중심의 독립운동가 기술이라면 북한은 김일성 중심의 항일연군계열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쌍방 간 교류협약은 해방 후 체제와 이념을  초월해 항일운동 전체를 연구·기록·보존하자는 취지다.

실제 지난 7월 북한의 혁명박물관을 방문해 남쪽에서 연구한 자료를 기증했고 북으로부터도 그동안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연구 자료를 전달받았다. 향후 교류협력을 통해 항일독립운동사를 연구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셈이다."

"임시정부 중심 남한 연구-항일연군 중심 북한 연구 교류해야"

-내년 2월 출간될 단재 신채호 선생의 전집에 북한에서 발굴한 자료가 포함됐다고 들었다.
"그렇다. 독립기념관에서 단재 선생의 전집을 편찬하고 있다. 북한과 교류과정에서 평양인민대학습당에 단재 선생의 유고를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북한과 독립운동사 교류협력의 첫 결과물로 내년 초에 나올 총 9권의 단재 전집에 북한 보유 자료가 실리게 된다. 단재 전집 봉정식은 내년 2월초, 단재 선생 71주기 기일에 묘소에서 할 예정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중국과의 관계나 대북 교류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나?
"어제(21일) 중국 항저우시(항주시) 인민정부 부시장이 같은 질문을 해왔다. 그 때 '이 당선자가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어 중국과의 교류협력이 활발해 질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흐름으로 볼 때 큰 틀에서 대북관계나 중국 관계 또한 일관된 방향을 견지할 것으로 본다."

-지난 광복절에는 독립기념관에서 처음으로 일본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제침략사와 독립 운동사를 익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일본 구마모토 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본 각지에서 시민, 학생, 현직 교사 등 40여 명이 자비를 들여 2박 3일간 독립기념관을 찾았다. 이어 일본의 신문과 교과서에서는 볼 수 없는 일제침략 만행을 보고 듣고 체험했다. 이를 통해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의 필요성을 아래에서부터 증진시켜 나간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후에도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 항저우 임시정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는 김삼웅 관장 ⓒ 오마이뉴스 심규상


"민족주의 폐기? 밀림에서 무장해제하자는 것"

-제 7대 관장을 맡아오다 내년 10월 말까지 1년간 임기가 다시 연장됐다.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계획이 있다면?
"독립기념관 부설의 민족대학원 건립을 추진중이다. 민족대학원은 석 박사 등 역사 연구 전문가 집중 양성은 물론 일반시민을 상대로 한 평생교육기관 성격을 지향하려 한다. 교육 연구내용은 역사문화, 국란극복사, 독립운동사를 다루게 된다. 예산은 친일행위자재산환수위원회가 환수할 기금 중 일부를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친일행위자재산환수위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민족주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는 온당하지 않다. 일본은 신군국주의로, 중국은 신중화주의로 압박해 오고 있는데 우리만 민족주의를 용도 폐기하는 것은 밀림에서 무장해제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환수한 친일재산을 민족혼을 잇는 백년지대계에 투자하는 것은 시기적절하다. 이 안에는 광복회장도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일부 친일후손들이 재산 환수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이 완료되는 대로 독립기념관이 중심이 돼 추진할 계획이다."

(* 인터뷰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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