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가십거리로 회자되는 것 원치 않는다"

[단독인터뷰] 유동근씨에게 폭행당한 <왕과 나> 제작진

등록|2007.12.27 15:08 수정|2007.12.27 15:08
지난 15일 새벽 1시 경. 탤런트 유동근씨가 부인인 전인화씨가 출연하고 있는 SBS 드라마 <왕과 나> 녹화 현장을 찾아 김용진 SBS 프로덕션 드라마 CP와 이창우 <왕과 나> 조연출을 폭행했다. 김용진 CP는 눈에 피가 고여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고, 이창우 PD는 턱을 다쳤다.

김용진 CP와 이창우 PD는 < PD저널>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유동근씨의 폭행이 SBS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장에 있었던 <왕과 나> 스태프 모두가 피해자"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이 단순히 가십거리로 다뤄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음은 김용진 CP와 이창우 PD와의 일문일답.

- 사건 경위를 설명해 달라.
"15일 새벽 1시경 SBS 탄현 녹화센터 로비에 유동근씨가 술을 먹고 찾아왔다. 유동근씨는 아내인 전인화(<왕과나> 인수대비 역)씨의 배역 비중이 너무 낮고, 대본이 늦게 나온다는 이유로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유동근씨는 <왕과 나> 조연출인 이창우 PD에게 유동윤 작가와의 전화 통화를 요구했고, 이창우 PD가 몇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자 유동근씨는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용진 SBS 프로덕션 드라마 CP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에 이창우 PD가 유동근씨를 만류하자 이창우 PD의 왼쪽 얼굴 턱 부분을 가격하고, 김용진 CP의 왼쪽 눈 부위도 가격했다. 쓰고 있던 안경이 깨지고 턱과 눈에 상처를 입어 일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 SBS 드라마 <왕과 나>의 한 장면 ⓒ SBS

- 15일 사건이 발생했는데 왜 이렇게 뒤늦게 알려지게 된 건가.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드라마가 구설수에 올라가서 좋을 것이 없다.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동근씨 측에서 성숙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물론 사건 당일 병원에 와서 사과했고, 이후에도 전화 통화를 한차례 했다. 24일엔 유동근씨가 SBS에 찾아와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폭행사건의 사과는 그렇게 끝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개 사과'였다."

- 공개 사과를 원하는 이유는?
"이번 폭행 사건은 우리 둘만 피해자가 아니다. 사건 당일 녹화 현장에 있었던 <왕과 나> 스태프 모두가 피해자다.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가 모든 스태프가 있던 자리다.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게 잘못했으니 전체에게 사과하라는 것이다. 녹화를 하면서 왜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이 그런 공포 분위기를 느껴야 하며, 녹화가 왜 지연돼야 하는가. 모두가 피해자다. 회식 자리였으면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문제는 사건이 촬영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영업장에서 업무방해를 한 것은 개인적인 사과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 SBS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처음에 우리가 원한 건 공개사과였다. 그런데 그쪽에서 공개사과를 원치 않아 고소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또 한번 하게 됐다. 지금 상황에선 일이 너무 확대돼버렸으니 고소를 하는 수순을 밟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진 회사 차원에서 따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 같다."

- 전인화씨는 계속 <왕과 나>에 출연하는 건가? 25일 방송분에 전인화씨가 출연하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녹화하면 녹화도 잘 안 될 거고 빠지는 것이 본인도 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인화씨에 대해 제재를 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전인화씨는 일단 우리 식구다. 만약 전인화씨가 더 이상 촬영하기 어렵다고 한다면 고민해봐야 하겠지만, 남편인 유동근씨 때문에 전인화씨를 징계할 이유는 전혀 없다. 유동근씨 폭행 사건과 전인화씨는 별도의 문제다. 유동근씨 일로 전인화씨가 타격을 입게 되고 기사가 나면서 이미지가 실추되고, 이렇게 일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 <왕과 나>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
"목요일부터 촬영을 하게 될 거다. 금요일, 토요일엔 세트 녹화가 있으니 전인화씨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전인화씨 자신도 미안해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을 대본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좀 아쉽다. 원인은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본이 늦게 나왔다고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것 자체는 잘못됐다는 것이다. 대본 문제와 이번 폭행 사건과는 별개의 문제다. 아쉬운 부분은 술을 마시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다."

- 지금 몇몇 언론에서 기사가 나왔는데 나온 기사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연예인이 PD를 때렸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가십화시켜서 회자되는 것을 원하는 건 아니다. 아마 앞으로도 추측 기사도 많이 나올 텐데 유동근씨가 잘못하긴 했지만, 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변해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흥밋거리로 다뤄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사건이 도마 위에 올라갔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따지고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추측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있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썼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용진 CP "정확하게 사실이 전달되기 바란다. 비록 창피할 수는 있지만, 어떻게든 잘 해결돼서 드라마를 끌고 가고 싶었다. 그런데 유동근씨의 행동에 대해 일부 연기자들 사이에선 쪽대본의 폐해를 잘 지적해 속이 시원하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해석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본과 폭행은 관계없는 문제다."

이창우 PD "대하사극 촬영이 쉽지 않다. 대본이 늦게 나오다보니 연기자와 스태프를 몰아가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13일 단합대회를 했다. 인간 대 인간으로 같이 힘내자는 거였다. 유동근씨가 그런 분위기를 깼다. 착잡하고 씁쓸하다."

김용진 CP와 이창우 PD와의 약 40분 간의 인터뷰 내내 기자들로부터 끊임없이 전화가 걸려왔다. 두 PD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가십거리로 다뤄지는 것에 대해 원치 않는다며 언론과의 접촉을 꺼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