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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나도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지?"

영화배우 황정민, 뮤지컬 배우로 4년만에 귀환

등록|2007.12.27 14:19 수정|2007.12.27 16:36

▲ 영화배우 황정민이 뮤지컬 <나인>에 출연한다. 15명 여인들에 둘러싸인 영화감독 귀도로 분한 황정민. ⓒ 오마이뉴스 조은미

영화배우 황정민이 뮤지컬에 도전한다.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뮤지컬 <나인>이 1월 22일(화)부터 3월 2일(화)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뮤지컬 <나인(NINE)>은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8과 1/2>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 1982년 초연, 2003년 리바이벌에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영화감독 '귀도'로 분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품으로 꼽힌다. 국내 초연이다.

사실 황정민에겐 이번 뮤지컬이 도전이 아니라 귀환이다. 황정민은 1995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캣츠> 등에 출연했고, 2004년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이후 쭉 영화배우로 활동했다.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는 셈이다.

15명 여인에 둘러싸인 영화감독 역할

26일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나인> 제작발표회에서 황정민은 검정 슈트를 쫙 빼입고 15명 여인들에 둘러싸인 영화감독 귀도로 분해 노래하고 미소 지었다.

"내 몸은 이제 곧 마흔이 되지만 마음은 아홉살. 내 나이보다 현명하고 싶고, 패기도 열정도 갖고파. 불가능한 것은 없다 말해줘. 제발. (중략) 난 신이며 멋진 철학자. 난 젊고 싶지만 너무 늙어버렸어. 불가능한 것은 없다. 말해줘. 제발. 할 수 있다……. 뭐 그 쯤이야"

황정민은 어색한 듯 능숙했고, 능숙한 듯 쑥스러웠다. 자신을 둘러싼 15명 여인 사이에서 영화감독 귀도, 아니 황정민은 마냥 순진한 아이처럼 마냥 능숙한 플레이보이처럼 무대를 미끄러지며 노래했고 유영했다.

CJ엔터테인먼트와 같이 <나인>을 제작한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인 신춘수 프로듀서는 "상업성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나인>을 제작하는데 적절한 캐스팅을 위해 3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며, "황정민은 스타이지만 스타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토니오 반데라스보다 뛰어난 연기와 노래를 선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나인>을 연출한 데이비드 스완은 "뮤지컬 <나인>은 40대 중년에 달한 남자가 중년의 위기 맞으며 창조성의 고갈을 느끼고 아직 배워야할 것이 많고 버려야할 것이 많음을 배워나가는 작품"이라며, "창조적인 한 예술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으로, 드라마가 흥미롭고 재밌다"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어린아이가 성장하는 것도 성장이지만 큰 사람이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는 성장 뮤지컬이라 생각한다"며, "배우로 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또 황정민은 "10시간씩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는데 굉장히 기분 좋게 잘 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이건 여담이지만, 제가 여복이 많다고 하는데 이번 작품이 여복의 결정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 가운데 왼쪽부터 황정민,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 프로듀서 신춘수. ⓒ 오마이뉴스 조은미


황정민과 함께 귀도 역에 더블 캐스팅된 뮤지컬 배우 강필석도 "<나인>은 굉장히 열정적이고 너무나 사랑이 많은 사람,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자라지 못한 사람의 성장 뮤지컬"이라며, "너무 큰 역을 맡아 부담이 많이 되지만, 10시간씩 오직 귀도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영화배우가 아니라 뮤지컬 배우 황정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내가 보는 황정민이란 배우는 굉장히 진솔한 연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캐스팅할 때 황정민이 '날 믿냐?'고 해서 '믿는다'고 했는데, 연습할수록 그 믿음은 깊어간다"고 밝혔다.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은 "공연 전엔 황정민이 어떤 배우인지 누구인지 몰랐다"며, "워낙 옆에 스태프들이 너무 좋은 배우라고 말을 많이 했는데, 정말 리허설에서 모든 게 드러나는 걸 봤다"고 황정민을 극구 칭찬했다.

이어서 데이비드 스완은  "따지고 보면 <나인>은 원맨쇼로 귀도 자체가 굉장히 많은 걸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걸 잘 소화해내고 있다"며 "연습 초반이지만 벌써 귀도 캐릭터 자체가 나오고 있어 너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귀도를 둘러싼 15명 여인들로 뮤지컬 배우 김선영·정선아·문희경·양소민 등이 캐스팅 됐다.

다음은 황정민과 나눈 일문일답.

- 주인공 귀도에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한 걸로 안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귀도와 비슷하다 얘기했던 건, 뒤에 여자들이 많아서 그런 얘길 드렸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웃음), 늘 배우를 하며 스스로 질문한다. 귀도도 다른 작품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 모두한텐 '난 괜찮아, 할 수 있어' 사람들한텐 얘기한다. 나도 배우를 하면서 '난 훌륭한 배우야, 배우니까 늘 잘할 수 있어' 늘 얘기하지만, 실제 내 속에선 그게 아니란 거다.

'이걸 어떻게 하지? 이 산을 어떻게 넘어가지?' 괴롭고 억지로 한 산을 넘어가는 느낌인데, 그런 느낌이 귀도와 제가 비슷하지 않을까. 왜냐면 솔직하지 못하다. 난 잘 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하고 싶은데, 얘기 못하는 날 발견했을 때, 솔직하지 못한 나를 발견했을 때 비슷하다 말한 거다.

뮤지컬 무대 4년만에 컴백 부담... 매일 10시간씩 연습

▲ 영화감독 귀도 역에 더블 캐스팅된 황정민과 강필석. ⓒ 오마이뉴스 조은미

- 뮤지컬에 4년 만에 컴백하는데, 소감이?

"4년 만에 한다. 굉장히 기분 좋다. 왜 부담이 없겠나. 굉장히 부담 있다. 특히 (남자 배우가) 나 혼자 나오고, 다른 남자 배우 있으면 묻어갈 수 있는데 그게 없고(웃음), 내가 뿌리로 힘을 딱 가져야 하니까. (사람들이) 뮤지컬 할 때의 저를 잘 모른다. 영화 하며 유명해졌고 '어, 너 공연 얼마나 잘 하나 보자' 하고 오는 분들도 있고, 이전 공연 봤다 기대감 갖고 오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 분들 100% 충족시켜야할 텐데. 부담감 많다. 많은 얘길 하며 도움 받으며 잘 하고 있다."

- 귀도가 현재 두 명이다. 귀도란 인물에 대한 분석을 어떻게 했나?
"그건 공연 보고 나서 사람들이 얘기하지 않을까?

- 매일 10시간씩 연습한다던데?
"뮤지컬 연습을 원래 오랫동안 하는 이유는 그 안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것도 있고 연출가나 주위 분들과 얘기 나누며 찾아가는 거라 그렇다. 어떻게 분석을 해서 이렇게 해야겠다고 딱 정하고 가는 건 아니다. 연습기간 동안 이렇게도 해도 저렇게도 해보고 했을 때, 상대방 배우나 연출이 말하면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본다. 마지막 결전장 가기 위한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굉장히 좋은 악운이다. 내가 틀린 것을 해도 나한테 틀리다 말해줄 수 있으니까. 물론 여자들만 있어 왕따 기분이 있다(웃음).

귀도 콘티니 상상에 의해 이 모든 게 이뤄지기 때문에, 내가 무대에 뿌리박지 못하면 이 공연이 산으로 갈 것이란 책임감이 있다. 지금 이 뿌리 어떻게 박을 것인가. 그 고민이 지금도 있다. 자신 있게 말할 건, 공연이 시작됐을 때 '뿌리를 조금씩 박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다. 공연 시작하면 완벽하게 뿌리박은 걸 보여주고 싶다. 보통 공연 시작하면 첫 번째랑 나중이랑 틀리잖아. '나중 갈수록 너무 좋아졌어.' 그런 이야기 난 너무 듣기 싫다. 연습에 박차 가한다. 그리고 나 혼자 아니라 강필석씨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웃음)"

- 15명 여인에 둘러싸인 데 대해 부인이 어떻게 생각하나?
"공연을 봐야 얘기를 하지. 지금은 열심히 가사일 하느라 정신없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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