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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밭인디 굴이 생겨서 다 버려 부요"

전남 여수 달천갯마을 굴 따는 아낙네

등록|2007.12.27 17:05 수정|2007.12.27 18:31

뻘배뻘배는 갯벌을 미끄러져간다. ⓒ 조찬현



굴 따러 간다. 달천마을 어촌계 아낙네들이 뻘배와 작업도구를 경운기에 싣고 바다로 향한다. 어떤 아낙네는 머리에 뻘배를 이고 간다.

"꼬막 밭인디 굴이 생겨서 다 버려 부요."
"많이 따나, 적게 따나, 이녁이 다 가꼬 가요. 솜씨대로 갖고 가."
"바닥 청소해, 청소!"

"막 살리기 위해 굴을 따,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해묵고 그래."

아낙네아낙네들이 바다로 굴 따러 간다. ⓒ 조찬현


26일 오후 3시경, 전남 여수 소라면 달천마을 바닷가.

경운기에 뻘배를 싣고 주민들이 하나 둘 바닷가로 나오기 시작한다. 뻘배를 갯가에 내려놓기가 바쁘게 뻘배는 갯벌을 미끄러져간다. 꼬막 작업을 할  때는 어촌계에서 한 집에 한 명씩만 참여하도록 인원을 제한한다. 그러나, 오늘 작업은 인원 제한이 없다. 오늘 꼬막 밭을 살리기 위한 굴 따기에 100여명이 참여했다.

"요거 치워내야 꼬막이 살어"
"굴은 돈이 별로 안 돼."


굴 따기 작업을 시작한 지 20여분, 벌써부터 굴을 큰 바구니와 망태기에 가득 담아 뻘배에 싣고 갯가로 나온다. 경운기에 싣는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갯벌을 꼬부랑 할머니가 지나간다. 바로 건너편에 거북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햇살 너머로 조그마한 섬 운도와 저 멀리 팔영산이 보인다.

할머니가 바다 한가운데서 굴을 따 뻘배에 싣고 나오면 할아버지는 갯벌 끝나는 부분까지 마중을 나온다. 할머니는 밀고 할아버지는 앞에서 끌고 간다. 어느새 달천교 부근의 바다는 물이 다 빠져나가고 바닥이 드러났다.

굴 따는 광경을 다리 난간에서 지켜보던 한 어르신은 바다에는 찔룩게와 짱뚱어가 살아야 된다며 "이들 생물이 사라지면 바다는 아무것도 안되 부러"라며 바다오염을 줄여야 된다고 말한다.

자연산 굴이 잘 여물었다. ⓒ 조찬현



달천 바닷가꼬막 밭을 살리기 위한 굴 따기에 100여명이 참여했다. ⓒ 조찬현



굴따기물이 빠진 바다에서 굴따는 아낙네 ⓒ 조찬현



바다로뻘배를 끌고 간다. ⓒ 조찬현



노부부할머니는 밀고 할아버지는 앞에서 끌고 간다. ⓒ 조찬현



경운기경운기에 바다에서 따온 굴을 싣는다. ⓒ 조찬현



여자만의 노을여자만에 노을이 진다. 잔잔한 바다에 붉은 빛이 감돈다. ⓒ 조찬현



해가 저문다해가 저물자 아낙네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 조찬현


바다는 온통 굴 밭이다. 갯바위와 바다 밑을 굴이 새까맣게 뒤덮고 있다. 길 가던 관광객이 흥정을 해 굴을 사간다. 현지에서 바로 5천원에 거래를 한다.

"한 망에 얼마예요?"
"시세가 얼만지 잘 몰라, 그냥 5천원만 주세요."


"아이고~ 허리야. 못하겠어, 힘들어 못하겠어!"

나이가 82세라는 할머니는 힘이 부치고 허리가 아프다며  먼저 나온다.

해가 저물자 경운기마다 굴을 가득 싣고 나온다. 여자만에 노을이 진다. 잔잔한 바다에 붉은 빛이 감돈다. 바다는 온통 하늘의 붉은 빛을 머금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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