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안하는 삼성, 태안 주민 무시하나
[取중眞담] 사고 윤곽 드러났는데도 입 다문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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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일어난 유조선과 해상 예인선의 충돌직후 모습. (충남소방헬기에서 항공 촬영) ⓒ 태안군청 이승훈
태안해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해상크레인 삼성 예인선단은 출항 전에 기상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출항을 강행했다.
삼성예인선단은 또 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항해일지를 거짓으로 기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항해일지에 "7일 새벽 0~2시부터 기상악화를 주시했고, 일찌감치 유조선과 충돌예방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기록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예인선단은 이 밖에도 사고 당일 해상크레인이 유조선 쪽으로 밀리자 무리하게 예인 와이어를 작동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예인선단, 무리하게 출항하고 항해일지 거짓 기재
▲ 밀려오는 기름띠에 주저앉은 지역주민 ⓒ 정대희
이쯤 되면 재앙에 이르게 된 원인 등 윤곽이 대체로 드러난 셈이다. 시민단체들은 아예 이번 사고 명칭을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을 낸 삼성중공업은 말이 없다. 전국 45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기름띠와 싸우고 있지만 삼성중공업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삼성은 '왜 사과 한 마디 없느냐'는 지청구에도 말이 없을까?
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기름 유출사고에 대한 삼성의 전략이 부인하고 속이고 지연시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고 초기에는 책임공방으로 사고원인을 가리고, 여의치 않자 항해일지 조작으로 속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어 사건 윤곽이 드러난 뒤에는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때까지 지연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냐는 물음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물음에도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말이 없다.
드러난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 그래도 말없는 삼성
말만 없는 게 아니다. 행동도 없다. 삼성중공업과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방제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기업의 명운을 걸고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는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시민사회단체 지적처럼 1989년 엑슨 발데즈호 사고 당시, 가해자인 엑손정유사가 1조원 가량을 정부 측에 지급하고 지난 10여 년간 정화작업을 벌인 전례와도 대별된다.
▲ 소원면 의항리 해안가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삼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등에 새겨 놓았다.. ⓒ 신문웅
진정성을 폄훼해 억울한가? 그렇다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태안 주민들과 국민들 앞에 사죄하라.
27일 전국 5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그룹에 대해 "사활을 건 노력을 강구하고 생태계 복원이 끝날 때까지 소요비용에 대해 무한책임을 질 것임을 국민 앞에 천명하라'고 촉구했다.
태안 주민들 사이에서도 'X싼 놈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방제복 뒷면에 '삼성 XXX'라는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삼성에게 이르노니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도 않으면서 믿어주기를 바라지 말라. 아니, 더 이상 태안주민들과 국민들을 무시하지 말라.
더 이상의 침묵은 뻔뻔스러운 게 아니다. 태안 주민과 국민에 대한 멸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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