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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기업' 당선자, 재벌 만나 '빅딜'할까

내일 첫 만남에 이건희·구본무·정몽구·김승연 등 대거 참석

등록|2007.12.27 17:19 수정|2007.12.27 17:19

▲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7일 낮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오는 28일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재벌총수들과의 첫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당초 참석이 불투명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구본무 LG회장, 최태원 SK회장 등 20여명에 달하는 재계 총수들이 대거 참석한다.

특히 사상 첫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 당선자로 친기업적 성향의 이 당선자와 재벌총수 간에 대기업 규제완화와 투자 확대 등 이른바 '빅딜'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이번 이명박 당선자와 재벌 총수들과의 회동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인수위 명단을 발표하던 지난 26일 오전 이 당선자 쪽에서 전경련에 회장단과의 만남을 전격 제안했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삼성을 비롯해 4대재벌 등 회장단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곧이어 28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간담회 자리를 갖기로 결정했다.

출국금지된 이건희 회장 등 총수들 대거 참석

이후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은 26일 오후 이명박 당선자와 재벌 총수들간의 회동을 공식 발표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원회를 구성하자마자 대기업 총수를 만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인수위가 구성되고 새해를 시작하면서 당선자와의 회동을 예상했었다"면서 "어차피 만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만나 경제살리기에 기업도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건희 회장도 오늘(27일) 오후에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회장단 소속 18명 기업 CEO 모두를 포함해 추가로 3~4분 정도가 내일 당선자와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통령 당선자와의 오찬 자리에 재벌 총수들이 이처럼 대거 나서는 것도 처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내일 간담회 자리에는 이건희 삼성회장 등 18명의 전경련 회장단 모두가 나올 예정이다. 특히 이건희 회장의 경우 지난 10월 29일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고, 검찰의 출국금지 상태에서 첫 외부 공식행사에 나서는 것이다.

구본무 LG 회장도 지난 2000년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모임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지난 98년 LG 반도체를 현대에 넘겼던 대기업 빅딜에 대한 불편한 심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내일 모임은 대통령 당선자와 기업인들과의 상견례 성격이어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비자금 조성 사건과 보복폭행 사건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정몽구 회장과 김승연 회장도 간담회 자리에 나온다. 

이 당선자는 출총제 폐지 '선물' 주고, 재벌들은 '투자'로 화답할듯

▲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이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과의 첫 회동에선 어떤 이야기가 오갈까. 재계에선 이 당선자가 반기업적 정서를 없애고,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주겠다고 해온 만큼 규제완화 등 내심 '선물'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4대그룹 한 임원은 "이명박 당선자의 개인적 성향을 볼때 (대기업 총수들과의) 첫 회동이지만 의외로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구체적인 이야기'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재계에서 말해온 것과 차기정부의 공약이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나"라며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 재벌규제 완화 내용이 들어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또 다른 그룹의 임원은 "당선자 쪽에선 그동안 말해온 것처럼 기업들이 맘놓고 일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할 것"이라며 "조석래 전경련회장 등은 큰 틀에서의 기업 규제완화 등을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살리기'를 최대 국정 목표로 삼고있는 이 당선자 입장에선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따라서 그동안 재계에서 요구해 왔던 출총제 폐지를 비롯해 금산법(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 개정,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기업관련 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약속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삼성비자금 의혹 사건을 비롯해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보복폭행 등 재벌 총수 일가의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여론도 여전하다. 28일 이명박 당선자와 재벌 총수들간의 만남 자체가 그리 미덥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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