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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예쁘다>, <마왕> 그 시작은 '학교폭력'

드라마를 통해 본 학교폭력

등록|2007.12.28 11:37 수정|2007.12.30 18:32
인순이는 예뻤다!

<인순이는 예쁘다>.  살인 전과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격적 설정의 드라마는 시청자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며 막을 내렸다.

insoon인순이는 예쁘다 타이틀 ⓒ kbs2


살인의 오명을 안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인순이. 그녀는 자살하려 찾은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로 인해 인구에 회자되고 떨어뜨린 핸드폰이 단서가 되어 밝혀지면서 한순간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등극한다.

세상을 현실적이면서 계산적으로만 보는 어머니 선영의 욕심에 세상의 중심으로 내몰리는 인순이. 하지만 그녀의 이름과 얼굴에 낙인찍힌 주홍글씨는 그녀가 세상의 중심에 서는 걸 용납지 않는다. 한순간에 사랑이 찾아왔듯 한순간에 싸늘하게 변해버린 대중의 시선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는 와중에 첫사랑 상우의 진심이 전해지고 피해 가족의 진심이 더해지면서 다시 대중의 위로를 받게 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그럼에도 인순이가 자신을 되찾는 것으로 해피엔딩이 분명하던 결말은 동생 근수의 고백으로 반전을 맞게 된다. 과거 인순이 친구를 살해한 사람은 인순이가 아닌 동생 근수였던 것이다.

그동안 친구를 살해한데 따른 죄책감, 자신을 교도소로 보낸 피해자 가족에 대한 원망, 형기를 마쳤음에도 죄를 묻는 사회에 대한 불신에 고통스러웠을 인순이. 한 번 흘러간 시간은 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오히려 어둠 속에 갇혀 살았던 동생 근수를 위로하는 그녀. 그래서 드라마의 제목이 ‘인순이는 예쁘다’인 모양이다.

‘그 시작은?’

드라마는 학교폭력을 기본 설정으로 한다. 인순이가 살인 전과자가 된 것이나 동생 근수가 실제 살인을 저지른 것은 모두 학교폭력에서 비롯된다. 시청자는 이후 사회에 진출한 인물들을 보면서 그들의 상처와 고통에 감정을 이입한다. 전과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그 주변인들이 겪게 되는 고통과 상처, 무엇보다 그 모든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주인공의 비애.

우리는 이를 통해 학교폭력이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로 국한 되지 않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 주변인과 선생님,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됨을 알 수 있었다. 작자의 의도는 분명 마음이 예쁜 전과자 인순이를 통해 전과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학교폭력의 폐해를 고발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의도를 가진 또 하나의 작품으로 올 여름 방영된 <마왕>을 꼽을 수 있다.

title마왕 타이틀 ⓒ kbs2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마왕>은 학교폭력의 잊힌 과거를 복수라는 형태로 끄집어내어 학교폭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는지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 일깨우는 걸작이었다.

이야기의 얼개는 형사가 된 강오수 주변에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추적하여 미스터리의 퍼즐을 맞추자 과거 자신이 저지른 학교폭력과 맞닿아 있음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보는 이의 가슴을 옭죄는 추리적 구성으로 악인마저도 동정의 대상이 되게 만드는 천재적 작품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학창시절의 치기어린 잘못이 피해 학생과 그 가족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림은 물론 가해 학생과 그 가족 역시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osoo괴로워하는 강오수 ⓒ kbs2


최근 드라마에서 학교폭력의 소재가 다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학교폭력이 오늘날 우리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뉴스의 단골 소재다. 그 내용도 폭행, 성폭력, 자살, 집단구타, 살인으로 점점 잔인해진다. 원인은 다양하다. 가해학생들은 그 순간만 반성하는 척 할 뿐 진정 뉘우치지 않고 그들의 부모는 오히려 피해학생을 탓하며 큰소리친다. 학교는 학교폭력이 알려지는 걸 우려하여 쉬쉬하고, 왕따나 학교폭력을 당하는 학생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회 인식 또한 심각하다.

또, 교육 당국은 십수 년 전부터 대책을 강구해 왔다지만 도대체 뭘 실행하고 있다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러는 사이 피해 학생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도망자처럼 숨어 사는 어처구니없는 뉴스 보도를 접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오히려 왜 이제야 학교폭력이 드라마의 주 소재로 등장했는지 의문을 갖는 게 마땅하다.

학교폭력의 원인

학교폭력의 역사는 참으로 길다. 학교가 사회의 축소판이듯 그곳에는 늘 힘 있는 학생이 존재했고 그들에 의한 억압과 폭력이 상존했다. 그럼에도 이를 애써 시대의 로망이나 한 때의 치기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기성세대의 외면이 비극의 싹을 잘라내지 못한 주요인이다.

학교폭력은 왜 존재하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힘은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어른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안간힘 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른들은 왜 권력을 잡으려 하는가?”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서? 웃기는 소리. 권력을 잡으면 많은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고 돈이 따라붙는다는 걸 학생들도 알고 있다. 폭력학생들은 TV를 통해 권력자들이 큰소리치는 모습을 보며 알게 모르게 원초적 본능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폭력학생들에게 폭력은 곧 권력이다. 권력은 예쁜 여자 친구를 사귈 권한을 안겨 준다. 돈이 필요할 땐 언제든 친구라는 미명 하에 꿀 수 있으며 갚지 않아도 무관하다. 친구들이 내 말을 잘 따르고 주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든다. 게다가 리더십 있는 학생으로 선생님들의 신망도 얻을 수 있다. 이보다 달콤한 권력이 또 있을까?

보통 학생들은 왜 학교폭력을 방관하는가? 역시 이유는 단순하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학교폭력을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신고하면 되잖느냐?” 

학생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삼성이 오랜 기간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조성해 왔는데 왜 이제야 진실이 드러나는 건가요?”

삼성의 비리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모든 관계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감추거나 삼성의 편에 서서 항변하는 현실. 공공기관의 내부고발자들이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오히려 숨어사는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왜 학교폭력을 신고하지 않느냐고 묻는 것보다 어리석은 질문이 또 있을까?

그 세계에는 사회의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우리의 법은 학생이란 타이틀에 한없이 관대하다. 주먹이 법보다 앞서는 세계. 그곳에서 최고 권력자는 폭력학생인 것이다.

학교폭력, 그 뿌리를 뽑기 위해선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법 적용을 강화하라?”

나는 반대한다.  폭력학생을 강한 법으로 억누르는 것 또한 하나의 폭력이기에. 대신 천지개벽할 정도의 교육 변화를 요구한다.

1400개의 적성화 고등학교를 신설하자.

평준화, 비평준화의 20세기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적성화의 21세기 패러다임을 적용하자. 우리네 학생들은 평준화, 비평준화의 현 교육 패러다임 하에서 오로지 입시위주의 경쟁에 내몰려 창의력 없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있다. 반면 적성화의 미래 패러다임 하에서는 학생들이 각자의 적성에 맞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즐기면서 배우는 창의적 교육을 받게 된다. 

적성화 고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이라 인정받는 전 분야가 해당된다. 예를 들면 '서비스, 실버, 과학, 공학,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레저, 영화, 음악, 예술, 미술, 애니메이션, 외국어, 무술, 디자인, 자동차, 전자, 선박, 항공우주, 인터넷, 상업, 농림, 해양, 유통, 요리, 제과제빵, 뷰티미용, 동물, 모델 고등학교 등'이 있다.

현재 우리 교육의 초점은 오로지 대학진학에만 맞춰져 있다. 물론 실업계(전문계)와 특성화 고등학교가 존재하지만 그 설립목적과 달리 졸업자 67%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이는 실업계의 분류가 일자리 수요가 창출되지 않는 공업, 상업에 집중되어 있고 각급 학교가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없는 교육 과정을 가르치는 탓이 크다. 또, 사회의 편견과 차별 받는 현실이 대학 진학을 부축이고 있다.

따라서 끊임없이 일자리가 창출되는 산업과 고등학교를 연계하여 적성화 체계를 갖추고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도입한다. 그 결과 대학 진학률이 낮아져 등록금이 감소하고 고교 졸업자의 사회진출로 소비가 증가하여 내수경기가 활성화됨은 물론 기업 일자리가 확대되며 경제 여력이 발생한 청년층의 조기 결혼으로 저출산이 해결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현행 경쟁체제하에서 학생들이 주목받는 방법은 공부를 잘하거나 싸움을 잘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적성화 고교 체제로 전환되면 조기에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능력 개발에 매진하게 됨으로써 자연히 학교폭력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논리다.  

막대한 예산은...?

예산 마련 방안 없는 정책은 그림의 떡과 같다. 나는 적성화 고등학교 1400개 전환 및 신설 예산 마련 방안으로 학제개편을 제안한다.

현행 6(초등)-3(중등)-3(고등) 학제를 8(초등)-3(고등) 혹은 8(초등)-4(고등) 학제로 개편하고 사라지는 중학교 2,999개 중 1800~2000개 교를 종합복지시설로 리모델링함으로써 교육이 복지를 실현하고 막대한 복지 예산을 교육에 사용하는 복안을 수립한 상태다. (구체안은 평준화 비평준화 이제 그만! '적성화'로 대안 찾자! 클릭)

인순이, 강오수, 오승하의 슬픈 눈빛을 떠올리며

<인순이는 예쁘다>의 주인공 인순이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그녀는 감옥살이를 하였고 전과자의 낙인이 찍혀 사회의 냉대를 받은 끝에 자살기도까지 하였다. 

<마왕>의 강오수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다. 그는 나쁜 놈을 잡는 경찰이 되어 참회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늘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과거 학창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주변 인물들이 살해(?) 되고 종래에는 사랑하는 가족까지 파탄에 이르러 죽음을 택하거나 감옥에 간다. 그럼에도 살인의 배후에 있는 오승하를 미워하고 원망할 수 없다. 자신이 저지른 학교폭력 때문에 피해자 가족인 오승하가 얼마나 비참한 어둠의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지 처절하리만치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드라마는 학교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 주변인과 우리 사회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걸 전하고 있다.

지금도 학교 안팎에서 위협적인 행위로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을 불쌍한 영혼들에게 끝으로 한마디 남긴다.

학교폭력은 결코 로망이 될 수 없다. 학교폭력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 주변을 검게 물들이는 '악(惡)‘일 뿐이다. 한때의 치기로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기 전에 당부한다. 이제 그만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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