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두막에서 바라본 12월의 보름달통창을 통해 바라보는 보름달의 모습이다. ⓒ 정부흥
마아크트웨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하기 쉬운 일은 담배를 끊는 일이다. 나는 백번도 넘게 담배를 끊었다"고 하였다. 나의 일상생활 중 다반사(茶飯事)로 발생하는 일이 집사람과 다투는 일이다. 나는 지금까지 집사람과 수백 번도 더 다퉜고 특히 지리산 오두막을 짓는 일을 시작하면서 그 빈도가 더 잦아졌다.
마아크트웨인은 100번 이후에도 담배 끊기를 계속했을 것이고 나의 집사람과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다툼은 발생 원인에만 집중할 일이다. 집사람 인격을 비하하여 상처를 입히는 일은 조심해야 한다. 집사람이 상대해주지 않아 영영 대화조차 못할 뻔한 경우를 몇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툼 뒤에는 상대방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 자신을 알게 된다.
하루나 늦어도 이틀이면 충분하리라고 예상한 한 평짜리 창고가 예상과 달리 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완성하지 못했다. 처음 해보는 공정에 부딪치면 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되고 시간 낭비가 따른다. 무리하더라도 내일까지는 오두막을 완성해야 한다. 다시 오두막 안으로 그 많은 공구와 건축자재를 집어넣을 수는 없다. 벽체가 마감되면서 오두막은 나와 집사람의 소꿉장난 신방으로 거듭났다.
▲ 레이저레벨과 수광기레이저 빛을 이용하여 4방향으로 수평과 수직을 볼 수있는 장비이다. ⓒ 정부흥
▲ 주춧돌 놓기주춧돌은 정확한 위치에 놓여야하고 서로 직각이 되어야 한다. ⓒ 정부흥
▲ 기둥고정하기조립식 주춧돌은 기둥과 고정할 수 있도록 철물이 장착되어 있다. 기둥에 구멍을 뚫어 철물과 연결한 후 볼트와 너트로 고정한다. ⓒ 정부흥
마침내 집사람이 불만을 터트린다. 집을 한 채 지어 본 사람이 이까짓 구멍 하나 제대로 못 뚫느냐는 것이다. 울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나는 드릴을 집어던지며 “그러면 네가 해봐라”하면서 현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번 다툼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집사람이 빠르고 이성적으로 사태를 수습한다. 일단 나를 새참과 녹차로 진정시키고 대안을 제시한다. 가운데는 구멍이 커도 상관 없으니 한쪽에서 절반 뚫고 다음은 다른 쪽에서 절반을 뚫은 다음 제대로 맞지 않으면 드릴의 끝부분을 크게 돌려 가운데 가운데 부분을 확장하면 어떻겠느냐고.
달리 방법이 없는 나는 집사람의 제안대로 해봤다. 볼트머리가 별 무리 없이 반대편으로 나온다. 너트를 조이니 기둥이 주춧돌에 고정되었다. 성공이다. 그러나 내 기가 죽어서 그런지 작업이 신명나질 않는다.
앞쪽 주춧돌의 높이에 맞춰 기둥을 잘랐으니 기둥의 길이가 4cm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긴 기둥은 주춧돌이 낮게 묻힌 쪽에, 짧은 기둥은 높이 묻힌 주춧돌 위에 올려야 한다. 집중을 못하다보니 앞 기둥이 서로 바뀌었다. 높이가 8cm 차이가 나고 수평이 맞질 않는다. 나는 휴식을 위해 사다리에서 내려와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사람을 원망했다. 아래서 뭐 했느냐고 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자 피곤하고 지친 집사람도 말을 따뜻하게 받질 못한다.
▲ 창고골조기둥을 새운 후 벽체를 막기위한 창고골조 ⓒ 정부흥
▲ 창고지붕지붕에 아스팔트싱글 붙이기 전 루핑작업을 끝낸 집사람 ⓒ 정부흥
오두막 짓기의 경험을 살려 문틀을 먼저 만들고 문짝과 경첩을 달았다. 이제 창고에 고정시키면 그런 대로 공구들을 정리하고 열쇠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기둥을 자를 때 생긴 오차는 결국 문이 맞지 않는 현실로 나타났다. 밤 10시가 넘어가니 추위를 못 이기는 집사람의 노골적인 신세한탄에 더 이상 다툼으로 맞설 수도 없다.
'무엇을 위한 고생인가'라는 생각이 또 고개를 쳐든다. 목재 매장에 지불한 70만원이면 스티로폼 판넬로 지금보다 더 큰 창고도 맡겨서 지을 수 있다. 4일 동안 나와 집사람은 창고 짓는 일에 온 정성을 쏟았다. 오늘 오후에도 3번씩이나 집사람과 다퉜다. 피곤하고 지치면 급격히 집중력이 떨어진다.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집사람과 의견 대립이 심해진다. 집사람을 먼저 오두막 안으로 보내 대전으로 돌아갈 짐을 정리하라고 하고 혼자서 맞지 않은 문과 실랑이를 하다보니 새벽 0시가 넘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해머로 문짝을 쳐 넣고 자물쇠를 붙였다. 다음 밝은 낮에 보면 문틀 어느 부분이 부서져 있지 않을까 싶다. 창고 내부는 우선 집에서 가져간 송판으로 깔고 그 위에 각종 공구와 자재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열쇠를 잠갔다. 뒤돌아서는 나의 뒤통수를 무엇인가 당긴다. 이 엉터리 목수 실력에 집사람을 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는 나를 내가 가장 잘 안다. 양심의 소리라는 것일까?
무거운 마음으로 오두막으로 들어와 아침 출발을 위해 자리에 눕는다. 심란하여 잠을 못 이루고 있는 나에게 보름달이 인사를 건넨다. 서동요나 정읍사에 등장하던 달로 알고 있었는데 이곳으로 나를 방문하여 나를 밖으로 불러낸다. 손을 뻗어 집사람의 손을 슬며시 쥐어보니 잠을 못 이루고 있는 것은 집사람도 마찬가지다.
▲ 지리산 야경오두막 마당에서 바라본 지리산 온천의 야경과 주능선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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