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생애, 평양에 통일서점 내는 게 꿈"
<통일문학>으로 국민훈장 받은 김주팔씨
▲ 김주팔 대훈서적 대표 ⓒ 심규상
국민훈장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주팔(66) 대훈서적 대표는 담배를 끊은 이유로 답을 대신했다.
김 대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같은 이유로 주변 사람들에게 '훈장감'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의 왕성한 통일 관련 활동을 민주평통 대전중구협의회, 통일독서 조직위원회 위원장, (사)서울평양문화교류협의회 이사장, 통일문학 발행인, 한민족단체연합회장 등 여러 직책이 말해준다.
그는 지난 17년간 4000여종 24만권에 달하는 북한 책을 수집, 보급해 왔다. 이 때문에 남한 내 '북한 책 박사'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17년 간 24만권 보급한 북한 책 박사... <소설 황진이> 출간도
영화로까지 제작된 북한의 <소설 황진이>를 비롯 <군바바>(대한제국 군대 해산과정을 그린 북한소설)도 김 대표가 출간했다. 북한에서 1946년부터 지난 2005년까지 발행된 <조선문학>을 모스크바, 중국 등을 오가며 뒤져 복원한 것도 그다.
지난 2002년부터는 '통일을 생각하는 문학지'라는 부제가 붙은 <통일문학>(계간)을 창간, 발행해 오고 있다. 올 겨울호로 10번째를 맞았다.
올 7월에는 북한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받는 '통일독서대회'를 국내 처음으로 열었다. 사비를 털어 치른 이 대회에는 첫 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730편이 응모했다. 최근에는 사재를 털어 독서대회 수상 작품집도 출간했다.
50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그가 북한도서에 관심을 갖게 된 내력은 직업의식의 진수를 떠올리게 한다.
"노태우 대통령시절 남북간 교류가 재개되자 대전지역 학자들이 '북한 책을 구해달라'고 하더군요. 뭐든 염려 말라고 자신있게 대답을 했죠. 그런데 이게 서울, 일본, 홍콩을 다 돌아 다녀도 책을 구할 길이 없더라구요. 고객과의 약속은 지켜야겠는데 방법이 없더라구요.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엔 결국 중국 연변에 갔죠. 다행이 조선족을 통해 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북한도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북한 책 전문가'로 통하게 됐죠”
고객과 약속 지키기 위해 일본, 중국 등 뒤져
▲ 김주팔 대훈서적 대표 ⓒ 심규상
"공항에서 책을 압수당하기도 하고 서울만 올라가도 국정원에서 이유를 캐물었습니다. 한마디로 요주의 인물이었죠"
김 대표에게 새해 계획을 물었다.
"내년에는 북한작가가 쓴 <삼국지>와 <수호지>를 출판해 볼까 구상중입니다. 또 '단군유적순례단' 사업도 계획중이예요."
평양에 통일서점을 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양은 평양의 시각으로 보아야 이해가 되고 서울은 서울의 시각에서 보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년동안 북한책을 남한에 보급하고 남한 책을 북한에 소개해 왔습니다. 평양에 통일서점을 내려는 이유도 같은 취지입니다. 앞으로 10년 내에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창간 5주년 맞은 <통일문학>과 별책부록 통일독서대회 수상작품집 ⓒ 심규상
민족의 말과 글, 문화를 서로 이해하게 하는 것이 통일을 실천하는 길이라는 김 대표의 소신이 담겨 있는 셈이다.
이달 초 출간된 '2007 겨울호'에는 70여명에 이르는 남북한, 해외 작가들의 시와 소설, 수필, 평론 등을 수록했다. 300쪽에 가격은 1만 2000원.
하지만 이번 겨울호 <통일문학>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500쪽 가량의 별책 부록이 덤으로 주어진다. <통일문학> 창간 5주년을 기념해 '제1회 통일독서대회 수상작품집'을 별책으로 묶었다. 수상작품집 속에는 올해 전국 각지에서 통일 독서대회에 참여한 수상자들의 탄탄한 글솜씨와 통일의지가 빼곡히 들어 있다.
<통일문학> 발행인이자 통일독서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 대표는 "내년에는 남과 북이 함께하는 통일독서대회를 개회할 예정"이라며 "말과 글을 통해 통일의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각오로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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