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개도갯잔디 너머로 보이는 복개도는 한 폭의 수채화다. ⓒ 조찬현
겨울비가 내린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오후부터 또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베란다 창가에서 서성이며 하늘만 탓하다 햇볕이 먹구름 속에서 잠깐 보이는 듯하여 무작정 길을 따라나섰다. ‘섬달천으로 갈까, 와온 해변으로 갈까,’ 생각 속에 차를 타고 달리다 해넘이 길로 들어섰다.
죽림저수지를 지나 전남 여수 소라면 사곡리 복촌마을에서부터 해넘이길이다. 해안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경치가 빼어나다. 해지는 저녁 무렵이면 노을지는 해변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연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바닷가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창가에서 연인들이 맞이하는 해넘이의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 진목마을 포구 어선들은 방파제 안쪽에 몸을 숨기고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 조찬현
▲ 햇살태양이 오후 늦게야 졸린 눈을 비비고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 조찬현
▲ 태양장척마을 앞에서 복개도까지 긴 띠가 보인다. 바다가 갈라지고 있다. 가운데 긴 띠가 바닷길이다. ⓒ 조찬현
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노을. 노을이 아름다운 해넘이 길의 갯바위는 균열되고 울퉁불퉁한 시커먼 등 거죽을 드러내고 있다. 잿빛구름 속에서 하루 종일 게으름을 피우던 태양이 오후 늦게야 졸린 눈을 비비고 모습을 살짝 드러낸다. 차를 타고 지나던 여행객들은 풍경에 반해 멈칫거리다 차를 세우고 내려선다. 카메라에 추억을 담는가 싶더니 갯가로 내려가 굴을 까고 고둥을 잡으며 깔깔대고 즐거워한다.
호젓한 방파제길. 바람이 차갑다. 방파제에서 찰랑대는 파도, 먼바다에서는 바람결에 너울이 끝없이 밀려온다. 어선들은 방파제 안쪽에 몸을 숨기고 한가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장척마을 앞에서 복개도까지 긴 띠가 보인다. 바다가 갈라지고 있다. 태양은 이제야 희부연 모습을 드러냈다.
복개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다가 열린다. 사람들은 이 바닷길을 ‘모세의 길’이라 부른다. 바다가 갈라지면 마을 사람들은 걸어서 갯것을 하러 복개도로 간다. 바다 갈라짐 현상은 진목마을 부근에서 봐야 아름답게 보인다. 복개도 왼쪽에는 장구도가 궁항마을 앞에는 모개도가 있다.
▲ 따개비복개도 바닷길 말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따개비 ⓒ 조찬현
▲ 연인남자가 여자를 업고 간다. ⓒ 조찬현
바닷길에 서니 바람이 차갑다. 연인들의 웃음소리가 이따금씩 갯바람에 실려 온다. 얼마나 지났을까. 연인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어때요? 이곳.”
“해안도로 타고 왔거든요. 진짜 너무 멋있어요.”
▲ 장수정장수정 정각에서 바라본 복개도 ⓒ 조찬현
▲ 부부지게를 진 아저씨와 아주머니 부부가 해안 길을 간다. ⓒ 조찬현
▲ 여자만 무심한 파도의 부르짖음에도 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 조찬현
모래밭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갯잔디 너머로 보이는 복개도는 한 폭의 수채화다. 지게를 진 아저씨와 아주머니 부부가 해안 길을 간다. 어둠이 내리고 있다. 구름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 변화하는 구름을 관찰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철썩~ 철썩~'
무심한 파도의 부르짖음에도 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노을을 기다리는 내 마음도 모른 채 먹구름 속으로 꼭꼭 숨었다. 바람소리만이 더욱 거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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