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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센터 흑자논리는 시대착오 -1

21세기의 컨벤션센터는 19세기의 대운하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기반시설

등록|2007.12.29 19:51 수정|2008.01.11 16:00
이 글은 지난 몇 년간 '컨벤션센터 흑자논쟁'이 몇몇 언론에서 보도된 것에 대한 반론 성격으로 수년 간 세계 각국 주요도시의 컨벤션센터에 대한 방문과 정책자료를 수집하여 쓰여진 기사입니다. 정무형 영산대학교 교수와 기타모토 마사타케 영산대학교 석좌교수가 공동 작성했습니다. <기자 주>

컨벤션센터가 없는 미래의 성장도시는 상상할 수 없다. 19세기의 국부는 운하와 철도건설(고속철로 부활 중)로 창출되었다. 그러나 21세기의 국부는 대형컨벤션센터를 통하여 축적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경제 선진국인 스위스,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컨벤션강국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컨벤션강국 부상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정책이 될 만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도쿄만 해도 해마다 2~3개의 컨벤션센터가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도쿄도지사는 두 번째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면서 도쿄빅사이트(Tokyo Big Sight)라는 중심컨벤션센터를 현재의 두 배 크기인 16만 평방미터로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의 베이징은 도쿄를 능가해가는 중이다. 1997년 불과 1000건의 회의를 개최한 베이징이 10년만인 금년엔 무려 3700건의 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성장하여 아시아의 컨벤션 수도로 급부상 중에 있다.

이러한 반면, 우리의 현실은 전시 컨벤션센터가 흑자를 내야 한다는 논리에만 갇혀 있어서 더욱 앞날이 어두워질 전망이다. 컨벤션센터는 흑자 경영 못지 않게 도시발전을 위한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CVB(현재의 경기관광공사. 인천관광공사, 경북관광공사와 같은 지역관광청으로 마케팅활동이 더욱 중요시되며 기초자치단체로 확산이 예상되는 조직)가 먼저 조직되고 그 기능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컨벤션센터는 국력의 신장과 더불어 도시발전의 핵심체이고 중심 축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한 곳에 우수한 두뇌를 모을 구심점이 있는 도시가 번창하며 이 구심점이 바로 컨벤션센터라는 공간이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치/문화적/교육 중심 역할로 더욱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선진국일수록, 발전하는 도시일수록 CVB의 역할이 전문화되어가고 있다. 또한 컨벤션센터의 시설수준과 수용능력도 확대에 확대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아셈정상회의(ASEM)를 위하여 코엑스(KOEX)에 고급 컨벤션센터가 추가되었고 부산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위해 누리마루가 벡스코(BEXCO) 가까운 곳에 건립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시설은 도시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강화시키고 누리마루처럼 정상회담 이후에는 도시방문객의 필수 방문코스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컨벤션센터는 회의나 전시를 위한 장소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정치/문화/교육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그야말로 필요불가결한 다목적 장소인 것이다.

가까운 일본을 살펴보자. 도쿄의 중심권에는 최근에만도 2개의 컨벤션센터가 추가되었다. 미국의 경우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같은 대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컨벤션중심도시로 유명한 샌안토니오(San Antonio), 라스베가스(Las Vegas)는 각기 컨벤션을 중심으로 스포츠센터와 게임장만으로도 풍요를 누리는 도시로 발전하였다. 

그러면 여타 동아시아의 경우는 어떤가? 아시아의 전시컨벤션산업을 주도해온 홍콩은 이미 중국 이양의 해인 1997년 기존의 컨벤션센터를 두 배로 확장한 바 있다. 게다가 지난 해엔 첵랍콕(Chek Lap Kok) 국제공항의 바로 옆에 아시아세계엑스포(Asia World Expo)라는 홍콩 제2의 대형 국제전시장을 개관하였다.

싱가포르의 경우도 무역센터 옆의 컨벤션센터, 썬텍시티라는 컨벤션 중심건물, 창이국제공항(Changi International Airport) 건너편에 위치한 싱가포르엑스포(Singapore Expo) 등 3개의 대형 센터를 연이어 확보했다. 후발국인 중국의 상하이, 광저우, 베이징은 경제성장 속도를 훨씬 앞지르는 규모로 컨벤션센터 건립에 온 열정을 쏟고 이곳에 교통수단을 연결하기에 눈코 뜰 날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유난히 컨벤션센터 건립이나 확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수익 측면에서 서울의 코엑스와 부산의 벡스코를 제외한 전국의 컨벤션센터가 모두 이미 누적된 적자를 안고 있다는 걸 중요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하였듯이 컨벤션센터는 흑자를 내는 기적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역할에 더 큰 무게를 두는 공공시설중의 공공시설로 바라보는 게 더 큰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의 컨벤션센터 중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지만 적자를 큰 이슈로 삼는 도시는 거의 없다.

(* 2회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정무형 기자는 영산대학교 컨벤션이벤트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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