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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세요 '사형제', 다신 오지 마세요

한국 '사실상 사형폐지국' 진입... 시민사회 및 종교단체 '환호'

등록|2007.12.30 18:30 수정|2007.12.30 19:04

▲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준비위원회는 30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형폐지국가기념식'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수감중인 64명의 사형수를 상징하는 64마리의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 박지훈


"10년 동안 마음을 졸이며 오늘 이 날을 기다려왔습니다."

30일, 국회의사당 앞에는 64마리의 비둘기를 참석자들이 하늘을 날았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진입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 참석자들이 날려보낸 이 비둘기들은 모두 64마리.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 64명을 상징한다.

1997년 12월 30일 김영삼 정부 시절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이 단행된 지 10년 동안 단 한번의 사형도 없었고, 이날 이렇게 한국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100여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은 "한국이 인권 선진국에 들어선 것"이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환호와 함께 차기정부가 사형제를 폐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종교계 인사, 사형제 폐지 위한 이명박 당선자 노력 주문

이날 참석자들은 선언문에서 "사형은 현대 형벌의 기능이 지니고 있는 '교화'의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고 범죄발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회의 불완전한 요소들로 인한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개인에게만 책임지우는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위일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다, 유엔은 이미 '전세계 국가의 사형제 폐지'를 천명했고, 이를 위한 결의안과 선택의정서도 채택한 지 오래"라며 사형제 폐지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기산 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한국의 사실상 사형폐지국 진입은 인권 선진국을 의미한다"며 "이명박 당선자가 사형제 폐지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권오성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도 "사람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는 없다"며 "이명박 당선자가 전임 대통령과 같이 사형집행을 실시하지 않는 것은 물론 사형제가 폐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이 당선자의 사형제 폐지 노력을 촉구했다.

기념식 사형집행을 실시하지 않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찬양(?)도 나왔다. 진관 스님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찬양합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석자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진관 스님은 "잘한 것 없는 정부지만 이것만은(사형집행 미실시) 찬양해 줘야돼"라고 말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박수를 보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사형집행 안한 것은 찬양하자"

또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형폐지국가 기념식 준비위원회'는 사형제 폐지 운동 발자취가 담긴 영상을 2대의 차량을 통해 서울시내 거리 곳곳에서 상영했다.

이날 종교계에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스님, 사형수 사목 전담 조성애 수녀 등이 참석했다.

또, 인혁당 사건 사형수 하재완 선생 미망인 이영교씨, 유영철 살인 피해자 유족 고정원씨 등도 참석해 사형제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했으며, 정치권에선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한 유인태 의원과(통합신당) 함께 김근태, 유재건, 이미경, 손봉숙 의원(민주당) 등이 참석해 지지를 보냈다.

한편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에 진입함에 따라 법적 또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134개국이 됐다.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90개국이며, 군사범죄를 제외한 일반 범죄에 대한 사형을 실시하지 않는 국가는 32개국이다. 아울러 '사실상 사형폐지국'은 한국을 포함해 33개국이다.

국제 사회는 10년 동안 사형이 이뤄지지 않는 국가를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한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중에서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아직까지 단 한 곳도 없다. 반면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중국, 일본 등 64개국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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