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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포대 썰매 너무 신나요!

시골마을에서 비료 포대 썰매 타는 아이들

등록|2007.12.30 19:43 수정|2007.12.30 19:43
비료포대 썰매타는 아이들

ⓒ 임재만


밤새 눈이 내려 세상이 온통 하얗다. 올해는 날씨가 너무 포근하여 눈다운 눈을 볼 수 없었는데, 가는 해가 아쉬운지 간밤에 눈이 내려 새로운 세상을 열어놓았다.

빈 들판에 노니는 새들도 내리는 눈이 반가운 듯 눈 속을 떼 지어 이리저리 나는데 몸놀림이 매우 경쾌하다. 함박눈이 이렇게 탐스럽게 내리는 날이면 제일 먼저 좋아서 밖으로 뛰어나올 친구들이 어린 꼬마들이 아닐까.

예전에,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친구들과 하루 종일 눈싸움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만 해도 시골에 아이들이 참 많았다. 보통 한 집에 자녀들이 대 여섯 명씩 되었으니 골목마다 아이들이 넘쳐나는 것은 당연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가고 시골에 아이들이 별로 없다보니 산사의 마당에 서 있는 듯 조용하다. 마흔이 넘은 나이지만 함박눈 내리는 기분에 들떠 나도 모르게 집을 나섰다. 눈 내리는 시골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다.

비료포대 썰매 타는 아이들비료포대 썰매 타는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 ⓒ 임재만


어느 동네 골목에 들어서자 개구쟁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아이들이 마을 언덕에서 비료 포대 썰매를 타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즐거워하는 친구들의 얼굴 표정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상큼 발랄이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눈꽃보다 더 아름답다. 코는 딸기코처럼 빨갛게 얼어 있고 눈을 질끈 감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연신 괴성을 지르며 내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천사의 모습이다.

“야호! 신난다~~”
“내 차례야 비켜, 와~~~”
“오빠, 재밌다 그치!”
“어~ 어~ 야, 야~ 아이쿠~”

서로 먼저 내려오다 그만 부딪치고 마는 아이들, 그러나 찡그리는 표정 없이 그 자체로도 즐거운지 얼른 일어나 비료 포대를 들고 다시 언덕 위로 뛰어 오른다. 그리고는 다시 순서를 기다릴 사이도 없이 아래로 쪼르르 내달리며 괴성을 지르는 아이들, 지켜보는 나도 덩달아 신이난다. 

비료포대 썰매를 타다 넘어진 아이들비료포대 썰매를 타다 넘어진 아이들의 개구진 모습 ⓒ 임재만


장갑도 없이 비료 포대 하나를 들고 마을 언덕을 오르내리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꼬마들이 너무 부러웠다. 손이 빨갛게 얼어 매우 추워 보이는데도 비료 포대에 몸을 맡기고 언덕 아래로 내달리는 기분이 너무 좋은가 보다. 중심을 잃고 쓰러져 그대로 눈밭에 고꾸라져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 그들의 모습에서 예전의 나를 떠올려 본다.

전에는 뒷동산을 내려오는 길에 눈이 쌓이면 비료 포대에 볏짚을 넣어 썰매를 타곤 하였다. 타다가 쓰러져 무릎을 다쳐도 아픈 내색 없이 눈이 다 녹거나 해가 질 때까지 열심히 탔었다. 지금 이 아이들은 방학이 되어서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온 거라 했다.

비료 포대 썰매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가 장갑과 비료 포대를 넉넉하게 준비해와 아이들에게 건네준다. 더욱더 신이 난 아이들, 웃음이 눈송이와 어울려 멀리 울려 퍼진다.

썰매를 타다 넘어진 아이들비료포대 썰매를 타다 넘어진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 ⓒ 임재만


비료포대 썰매타기 4비료포대 썰매타기 4 ⓒ 임재만


오랜만에 시골 언덕에서 노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마을에 생기를 불러온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손잡고 시골 할머니댁을 찾아 부모님 마음도 기쁘게 해드리고, 동심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 또한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길목에서 도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조용한 시골마을에 새 희망을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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