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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눈 오는 날 산골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눈 쌓인 산골 마을에서 만난 일상의 아름다움

등록|2007.12.31 08:29 수정|2007.12.31 08:29
산골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

ⓒ 이인옥



창밖에 내린 눈을 바라보며 아침을 열었다. 새하얀 눈이 덮인 세상은 고요하기만 하다. 사람들의 마음도 저렇듯 근심 걱정 없이 고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부신 하루를 맞이하는 기분이 그만이다.

카메라를 메고 산골 마을의 풍경을 담기 위해 집을 나섰다. 밤새 내린 눈으로 길이 미끄러울까 걱정스러웠지만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눈이 아니던가. 온 세상을 하얗게 색칠한 눈으로 인하여 동심으로 바라본 산골 마을, 운치 있고 고즈넉한 풍경에 매료돼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

농촌풍경아름다운 농촌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같다. ⓒ 이인옥



아랫마을을 지날 즈음 눈 덮인 대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시골집 뒤로 병풍처럼 둘러쳐진 대나무가 하얀 눈에 덮여 반짝이고 있다. 조심조심 다가가서 사진을 찍는데 그만 가슴이 설렌다. 너무 멋진 풍경이기 때문이다.

다시 차를 몰아 고복저수지를 지날 즈음 새들이 눈 속을 뚫고 날아오른다. 그 모습 또한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새들이 한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모습도 멋있지만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예술처럼 아름답다.

어느 집 앞에서는 개들이 다가오며 반겨준다. 요염한 포즈를 취하는가 하면 귀엽게 멍멍 짖기도 한다. 그들 또한 오랜만에 만난 눈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리라. 조심스럽게 나선 길이지만 만나는 모든 것들이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조심스럽게 길을 걷는 사람들과 차들이 거북이 걸음으로 일상을 펼쳐가지만 얼굴에는 눈을 만난 반가움에 웃음이 가득하다. 오랜만에 내린 눈이 어른이나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한다. 그들의 환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걱정 근심을 이 눈이 다 씻어주어 더 많은 웃음을 안겨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길을 걷는 아주머니산골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어머니 모습처럼 정겹다. ⓒ 이인옥



눈 쌓인 산골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 눈사람을 만들 거라며 네모난 상자에 눈을 담는 아이들이 시린 손을 호호 불며 열심히 눈을 모으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꼬마들이 언제쯤 눈사람을 다 만들지 궁금하지만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또 다른 풍경을 만나기 위함이다.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과 자신을 불살라 사람들을 이롭게 했던 연탄재들, 차곡차곡 쌓인 장작들도 눈에 덮혀 나름대로의 풍경을 그려준다. 보이는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작품이고 예술이다. 농촌에 살면서 농촌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일, 내가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행복이다.

너도 나도 도시로, 도시로 떠나는 현실에서 농촌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듬직하다. 그들이 있기에 아직도 농촌은 살 만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정겹고 여유로운 산골마을에서 웃음꽃을 피우며 살아가면 좋겠다.

민락정고복저수지에 위치한 민락정 모습 ⓒ 이인옥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것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눈 내린 날 아이들의 밝고 건강한 모습처럼, 눈 쌓인 산골의 정겹고 여유로운 풍경처럼,  우리 모두 하나 되는 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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