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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가시는 길

자형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등록|2007.12.31 17:55 수정|2007.12.31 17:57
 자형!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습니다. 하늘도 그 마음을 아는지, 통곡하고 있었습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눈이 이렇게 광풍을 몰아치는 것은 자형을 보내드리고 싶지 않은 탓일 것입니다. 아픔을 주체할 길이 없습니다. 자애롭게 웃으시는 모습이 눈앞에서 어른거립니다.

내리는 눈아픔은 밀물되고 ⓒ 정기상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떠나실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예의범절을 중히 여기시고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셨기에 언제나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앞세우는 것은 경박스러운 일이라고 경계하셨고, 묵묵히 실천하셨기에 삶의 향도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떠나시다니요?

  하늘이 울고 있습니다. 사별의 슬픔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을 잡을 수 없는 것은 자형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시고 표본이 되셨기에 더욱 더 에이는 아픔을 참아내기 어렵습니다. 살아오면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안을 제시해주신 자상함이 얼마나 힘이 되었던 지요.

  부산으로 출장을 갔다가 연락을 받고는 어찌나 놀랐던지,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버스터미널로 향하였지요. 전주로 연락을 해서 집사람을 나오라고 하여 같이 서울행 버스를 탔습니다.

슬픔참을 수 없는 ⓒ 정기상

버스 안에서도 실감할 수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 터미널에서 전철로 갈아탔습니다. 도봉산에서 갈아타고 소요산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전곡에 도착하였습니다. 보건의료원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실감할 수 없었던 현실과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아 ! 슬픔이 밀물되었습니다.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장례식은 절차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찢어지는 이별의 슬픔이 온 몸에 배어들고 있었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었습니다. 아 ! 이 일을 정녕 어쩌란 말입니까?

  2007년 12월 30일 새벽 6시 15분. 자형의 집 앞에서 노제를 지낼 때 어찌 발걸음을 떼어낼 수가 있었습니까? 누님과 조카들은 어찌하라고 홀로 떠나실 수가 있었답니까? 자형의 마음도 그러하였겠지요. 떠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겠지요. 목 놓아 우시는 조카들의 목소리가 하늘을 진동시켰습니다. 우주의 텅 빈 공간에 슬픔이 그득 메워지고 있었습니다.

가시는 길하늘 나라 ⓒ 정기상

하늘도 자형을 놓아주시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하늘에서는 하야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얌전하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여 폭발하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맞닿았습니다. 하늘의 슬픔은 마음에 그대로 전해졌고 아픔을 주체할 길이 없었습니다. 내리는 눈은 잠시도 쉴 줄을 몰랐습니다.

  선산에 도착하여 제사를 올리고 묘지로 향하는 길이 왜 그리도 험한지요. 꽃상여를 타시고서 하늘나라로 가시는 걸음이 차마 떨어지시지 않았겠지요. 하늘은 통곡하고 있었고 1 m 앞을 구분할 수 없는 눈보라가 그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자형의 가시는 걸음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은 탓이었겠지요.

  존경하는 자형!

  몸으로 보여주셨지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셨지요. 자신조차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자형은 가족을 사랑하셨고 일에 충실하셨지요. 집안 대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친구들의 애경사에 이르기까지 빼놓지 않고 챙기셨습니다.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포효하는하늘 ⓒ 정기상

  사람의 생멸은 무변광대한 우주 공간에 비교하면 먼지 같은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이승의 모든 일은 미련 없이 버리시고 가시는 걸음 편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이승과는 달리 근심 걱정 없으시기를 절실하게 소원합니다. 자형의 따뜻한 사랑을 가슴에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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