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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즌 4세대 통신기술로 LTE 채택

4세대 표준을 둘러싼 LTE, UMB, WiMAX의 치열한 3파전

등록|2008.01.01 11:50 수정|2008.01.01 11:50
미국 2대 이동통신 사업자로 미국 최대 CDMA 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이 2008년 중반까지 무선 인터넷망을 개방하겠다고 전격 선언한데 이어 4세대 이동통신 표준으로 GSM (Global System for Mobile) 계열의 ‘LTE(Long Term Evolution)’로 정하고 내년 시험 테스트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그동안 버라이즌이 4세대 통신 기술로 자사의 기술을 도입하도록 물밑 구애를 펼쳐왔던 회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특히 4세대 표준기술로 ‘UMB(Ultra Mobile Broadband)’를 밀어 왔던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진영의 맹주인 퀄컴은 버라이즌이 공개적으로 LTE 쪽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큰 타격을 입어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LTE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노키아(Nokia)와 에릭슨(Ericsson)을 포함한 유럽 이동 통신 사업자들은 버라이즌의 합류로 한껏 고무된 상태이다.

이르면 2010년에나 정식으로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4세대 이동통신 기술에 전 세계 이동 통신 기술 사업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세계 통신 표준을 제정하는 국제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s Union, 이하 ITU)이 2010년까지 4세대 통신기술 표준을 제정해 2011년에서 2015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4세대 통신기술을 개발 중인 사업자들이 자사의 기술을 도입하는 이동통신 업체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해 2010년 ITU의 4세대 국제 통신 표준 제정에서 자사 기술이 채택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LTE 우세 속에 UMB와 WiMAX가 추격하는 3파전

현재, 4세대 표준을 앞두고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는 CDMA와 GSM의 경쟁은 이미GSM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동 통신 기술의 80%를 GSM 기술이 장악하고 있고, 전 세계 시장의 20% 정도만 CDMA 기술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버라이즌의 이탈은 CDMA 계열에 적잖은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CDMA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수는 약 4억2천만 명으로, 이중 약 절반 정도인 49%가 아시아 지역의 사용자들이다. 이에 비해 북미 지역에서 CDMA 기술을 사용하고 소비자들은 1억3천600만 명으로, 전체 CDMA 기술 사용자들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버라이즌이 LTE를 자사의 4세대 통신 기술로 채택하기로 공식 발표함으로써, 버라이즌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 6천400만 명이 GSM계열로 통신 기술을 바꾸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북미에서 CDMA를 이용하는 전체 이용자들의 약 15%에 달하는 수치다. 따라서 버라이즌의 이탈은 CDMA계열의 통신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이동 통신 사업자들의 이탈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LTE는 사실상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표준의 대세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이미 전세계 이동 통신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데다 유럽도 대부분의 업체가 LTE를 지지하고 있고, 미국의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AT&T도 LTE를 자사의 4세대 이동 통신 기술로 채택 할 것을 신중히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LTE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게임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며, 퀄컴이 주도하는 UMB와 미국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Sprit)와 넥스텔(Nextel)이 4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채택한 와이맥스(WiMAX)가 4세대 표준을 위해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ITU, 4세대 통신표준 위한 7가지 기본 요건 발표

LTE, UMB, 그리고 WiMAX 가 ITU로 부터 4세대 통신 표준으로 채택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ITU는 4세대 통신 표준으로 채택되기 위한 7가지 기본 요건을 발표했다.

첫째, 고속 무선환경의 경우 100Mbp, 정지 또는 저속 무선 환경의 경우 1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IP기반의 다양한 네트워크 간의 끊임없는 서비스와 글로벌 로밍을 포함한 이동성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무선랜 기술과 달리 항상 네트워크에 접속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넷째, 기존의 2세대, 3세대 시스템과의 연동과 다른 4세대 기술의 연동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다섯째, 개방형, 표준형 구조 및 인터페이스 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섯째, 보안과 최소 네트워크 운용 유지 비용이 있어야 한다, 일곱째, 무선 접속 및 핸드 오프시의 최소 지연 시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ITU는 2008년부터 4세대 통신의 표준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며, 이러한 7가지 기본 요건을 기준으로 4세대 통신 표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버라이즌, 보다폰과 GSM계열 이동 통신사와의 호환성 위해 LTE 채택 

그렇다면, 버라이즌이 자사의 4세대 통신 기술로 LTE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버라이즌의 소유 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버라이즌 지분의 45%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GSM 공급자중 하나인 유럽의 보다폰(Vodafone Group)이 버라이즌의 4세대 통신 기술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즉, 버라이즌이 4세대 통신기술로 LTE를 선택함으로써, 보다폰과의 호환성을 높일 수 있게 됨에 따라 두 회사의 영업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버라이즌과 보다폰이 같은 네트워크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두 회사 간의 기술 공유가 가능해져서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두 회사의 통신 네트워크 이용자들간의 로밍 서비스도 가능해져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나아가, LTE 채택이 전세계 8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GSM계열 이동 통신사와의 호환성도 높일 수 있게 됨에 따라 진출 가능한 시장 규모가 휠씬 커진다는 점도 버라이즌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버라이즌이 LTE의 손을 들어주면서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진행되어 오던 4세대 통신 기술 표준을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은 이제 수면위로 떠올라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버라이즌의 합류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LTE와 이를 추격하고 있는 UMB 그리고 WiMAX의 3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4세대 통신기술 전쟁은 차세대 통신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그야말로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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