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는 겨울산
[시작 노트가 있는 나의 시 29] 겨울 우면산을 바라보며
겨울산 2
세상의 일을 모두 마친 순한 짐승이 누운 산, 헐벗은 잔등 위에 내리는 눈을 다 맞고 있다. 곧추 세운 터럭 몇 올 위에 쌓이는 눈송이, 아직 식지 않은 핏줄이 가 닿는 곳은 어디?
산 밑 동네, 어미 잃은 송아지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는 겨울산
<시작 노트>
멀리서 겨울산을 바라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는 공제선 부근이 마치 군데군데 누런 털이 빠진 소의 잔등처럼 보인다. 잎이 모두 떨어진 나무들의 빈 가지들이 마치 소의 잔등에 난 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산 아래 마을, 도축장으로 끌려간 어미 소를 그리워하는 송아지에게도 저 겨울산이 어미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처럼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산간 마을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이 짧은 시가 빚지고 있는 산은 사실은 서울 강남에 있는 산이다. 한국에서 살 때 내 일터였던 예술의전당 뒷편 산이 우면산(牛眠山), 즉 '소가 잠들어 있는 산'이라는 이름에서 착안 한 시인 것이다.
가끔씩 일을 하다가 지치면 나는 건물 밖 광장으로 나와서 고요히 바람 소리만 내고 있는 우면산을 바라보곤 했다. 특히 눈 내리는 날에. 그러면 내 눈에는 소 한 마리가 산에 누워서 마지막 숨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굵어지기 시작하는 눈발은 그 누운 소의 코에서 나오는 뜨거운 마지막 입김을 식혀주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오랜 노역으로 헐벗은 소의 잔등 위에 마지막 힘을 다해 곧추 세운 터럭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때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가? 인간으로 환생한 송아지 한 마리가 산 밑 동네에서 울고 있었던가?
그 송아지의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던 겨울산이, 이제 여기 초원의 나라 뉴질랜드에서 햇빛 눈부신 북쪽 하늘을 가끔씩 쳐다보는 사내의 눈에도 차오르고 있다.
세상의 일을 모두 마친 순한 짐승이 누운 산, 헐벗은 잔등 위에 내리는 눈을 다 맞고 있다. 곧추 세운 터럭 몇 올 위에 쌓이는 눈송이, 아직 식지 않은 핏줄이 가 닿는 곳은 어디?
산 밑 동네, 어미 잃은 송아지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는 겨울산
<시작 노트>
이처럼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산간 마을 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이 짧은 시가 빚지고 있는 산은 사실은 서울 강남에 있는 산이다. 한국에서 살 때 내 일터였던 예술의전당 뒷편 산이 우면산(牛眠山), 즉 '소가 잠들어 있는 산'이라는 이름에서 착안 한 시인 것이다.
가끔씩 일을 하다가 지치면 나는 건물 밖 광장으로 나와서 고요히 바람 소리만 내고 있는 우면산을 바라보곤 했다. 특히 눈 내리는 날에. 그러면 내 눈에는 소 한 마리가 산에 누워서 마지막 숨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굵어지기 시작하는 눈발은 그 누운 소의 코에서 나오는 뜨거운 마지막 입김을 식혀주기 위한 것이라고 여겨졌다. 오랜 노역으로 헐벗은 소의 잔등 위에 마지막 힘을 다해 곧추 세운 터럭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 때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가? 인간으로 환생한 송아지 한 마리가 산 밑 동네에서 울고 있었던가?
그 송아지의 눈망울에 가득 차오르던 겨울산이, 이제 여기 초원의 나라 뉴질랜드에서 햇빛 눈부신 북쪽 하늘을 가끔씩 쳐다보는 사내의 눈에도 차오르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