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대선패배

차라리 갈라서는 것이 옳다

등록|2008.01.02 16:23 수정|2008.01.02 16:23
대선에서 패배한 대통합민주신당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네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어찌 그리도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는지 궁금합니다. 국민에게 외면받는 이유를 모르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터득할 리가 없죠. 아마도 총선이 다가와도 여전히 그렇게 우왕좌왕하다 말 것 같네요.

탄핵의 역풍에 힘입어 과반수를 확보한 열린우리당이 총선 후 지속적으로 모든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그 때마다 원인을 분석한다며 갑론을박을 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일이 한번도 없습니다. 참 신기한 집단이죠? 어쩌면 그렇게 엉뚱한 짓만 계속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마도 패인을 정확히 파악하면 책임질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대선의 패배도 정확한 원인분석도 못한 채로 얼버무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패인을 좀 알려주고 싶군요. 항상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집단은 항상 모두가 책임을 지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것을 내놓으려 하지 않으니 항상 모두의 것을 빼앗길 신세가 되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들의 진정한 패인일까요?

첫째, 국민의 정권교체 의지가 작용한 것입니다. 서민대중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 참여정부가 싫어서 정권교체를 선택한 것이 가장 큰 패인임은 확실해 보입니다. 물론 누가 정권을 담당했더라도 과거 신한국당 정권이 망쳐놓은 경제를 살리면서 동시에 서민들의 삶을 향상시킬 수는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국민은 경제의 메카니즘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정권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죠.

둘째, 명분없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이 패배를 잉태한 것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훈수처럼 당을 부수고 이리저리 뭉쳤지만 국민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당원인지 아닌지도 당에서 확인해줄 수 없는 엉터리 정당이 대선이라는 선거를 치른 것만으로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국민의 눈에 오합지졸로 보이면 무능한 세력으로 취급받고 외면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무조건 뭉쳐야 한다고 훈수하던 김대중씨의 책임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애매한 포지션의 후보가 문제였습니다. 열린우리당을 깨고 신당을 만드는 과정은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차별화 자체는 이제 비판할 가치도 없는 일입니다. 정치인들의 선택이니 책임도 스스로 지면 되는 일입니다. 차별화를 하거나 철저히 추종을 하거나 그 자체로 그러한 처절한 패배의 원인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에서 자유로우려면 참여정부의 핵심인사를 후보로 내세워선 안될 일입니다. 정동영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한 일도 많지만 국민은 그를 참여정부와 떼놓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참여정부를 반대하는 국민은 그가 참여정부의 사람이어서 싫고,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참여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을 싫어합니다. 지지할 사람이 별로 없죠.

넷째,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제시한 것을 각색하거나 얌념을 첨가한 수준에서 제시된 공약이 신선도도 떨어지고 매력도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미 10년을 경험한 국민들이 뭔가 새롭고 발전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에 미달한 공약은 지지를 받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시종일관 후보가 직접 나서서 상대 후보의 약점만을 물고 늘어진 선거전략도 득표에 해가 되었습니다.

다섯째, 신의를 지키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키지 못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대부분 정치인들의 욕심을 채우는 데 도움이 안돼서 폐기된 약속이 많았습니다. 지역구도를 극복하자는 약속도 지킬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향식 정치를 구현하는 민주정당의 약속도 버렸습니다. 백년가는 정당을 운운해놓고 4년도 못가서 스스로 침뱉고, 짓밟아서 당을 깨버렸습니다.

개혁입법에 대한 약속도 거의 지킨 것이 없습니다. 언행이 불일치하는 데에서 신의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참여정부의 인기가 떨어지니 자기편에 대고 침을 뱉은 사람들이 부지기수 입니다. 당을 나가서 다른 데 갔다가 또 다시 합치면서 신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다른 모든 문제가 없었다 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는 패배했을지 모릅니다. 서민생활의 어려움과 양극화의 완화에 참여정부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정권교체론이 거스릴 수 없는 대세였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명분을 잃지 않고, 스스로 정한 포지션에 부합하는 후보가 출마했다면 어떨까요? 미래 비전을 좀 더 충실히 전달하고, 신의있는 정치 행보를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지더라도 이렇게 처절한 참패는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곧 총선입니다. 총선에서도 역시 참패를 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아무도 책임을 지지않기 때문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패배한 것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책임을 질 방법은 없습니다. 여당에서 대통령을 쫓아내더니 그 당마저 자신들이 깨고 나가서 전혀 다른 당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설혹 노무현 대통령이 패배 원인의 90%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신당이 노 대통령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를 위해서 만든 정당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이제 곧 퇴임할 대통령은 마땅히 책임질 방법도 없습니다. 정적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국민의 비판을 받는 것으로 이미 일정 부분 책임을 진 것이기도 합니다.

대통합을 강하게 요구하며 여당의 틀을 깨려고 했던 전직 대통령은 역시 달리 책임질 방법이 없습니다. 그의 훈수대로 했으나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는 수준의 평가만으로 책임을 다한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된다면 일정 부분 책임을 진 것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선 전에 그렇게 찾아가서 굽신거리다 이제와서 그를 원망하기도 민망한 일입니다.

책임은 역시 당내에서 져야 합니다. 책임을 져야할 대상은 아주 많습니다. 첫째, 대선후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냥 패배도 아닌 참패의 책임을 후보가 아니면 누가 지겠습니까? 스스로의 포지셔닝도 책임져야 하지만 대선의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기꺼이 져야합니다. 정계은퇴를 선언하거나 적어도 총선 불출마는 선언을 해야 합니다.

경선에 참여했던 대선 주자들은 모두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본선에서의 득표는 당내경선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치열한 경선을 치르고, 깨끗한 승복을 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더욱 높인 것처럼 감동있는 경선을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창당 과정부터 대선주자들의 책임은 매우 엄중합니다. 후보에 준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합당한 일이죠. 손학규,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등 모두가 무거운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 입니다.

창당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제 세력의 대표들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시민사회 몫으로 창당을 주도한 세력도 역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작부터 지분나누기에 관심을 갖고 접근하는 방식이 구태 정치인들을 뺨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른바 중진이라는 사람들은 모두 국민에게 참회하고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후보의 참모로 활동하던 정치인들도 자신들의 모자라는 역량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합니다. 도무지 미래에 대한 비전을 만든 것도 별로 없으며, 만든 것도 알려내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무능력을 스스로 돌아보고 물러나야 할 것입니다. 패배 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책임을 회피하려고 이말 저말을 만들어내는 모습으로는 공멸을 재촉할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통합민주신당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 옳습니다. 지난 대선에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은 처음부터 예견된 재앙입니다. 참여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생겨난 정당에서 참여정부 핵심인사를 후보로 선출한 경선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참여정부와 차별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정당에 참여정부를 철저히 계승하겠다는 친노세력이 참여한 것도 웃다가 뒤로 자빠질 일입니다. 전혀 이질적인 그들이 각기 표를 모아온 것이 아니라 각기 표를 내쫓았을 뿐입니다.

이제 그들은 서로 갈라서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참여정부 찬반여부로 갈리기가 민망하다면 정책적 지향을 가지고 갈리면 되는 일이죠. 이질적인 집단이 서로 짜증스럽게 모여있는 꼴은 국민에게도 짜증을 유발할 뿐입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던 것이죠. 애당초 열린우리당을 놓아두고 신당이 탄생을 했다면 패배에 대한 변명거리라도 남았을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은 현 정권을 계승하는 여당으로, 신당은 현정권을 반대하는 야당으로 각기 길을 갔어야 다음 총선이라도 일말의 희망이 남았을 겁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각자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 부대끼며 국민에게 짜증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겁니다.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을 지고, 대참패한 정당은 차라리 깨져야 합니다. 그렇게 철저한 반성이 없다면 다음 총선도 똑같은 참패를 당할 것입니다. 아니 더 극심한 참패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아무도 책임을 안 지고, 서로에게 책임을 지우려고만 하는 작태는 이제 더 보기도 싫습니다. 부디 책임지고 서로 갈라서시길 권합니다.

신당의 정치인 나리들, 책임좀 지십시요.
덧붙이는 글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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