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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완창 판소리 음반, 동초 소리 들어볼까요?

신나라, 동초 김연수 완창 판소리 음반전집 내놔

등록|2008.01.02 21:43 수정|2008.01.02 21:43

판소리 다섯바탕동초 김연수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 전집 표지 ⓒ 신나라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구전 무형 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다. 판소리의 예술성을 세계가 보존해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판소리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데는 그동안 판소리 발전을 위해 애쓴 사람들이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동초 김연수(1907~1974) 선생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동초는 190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으며,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중동중학교를 졸업한 지식인이다. 1935년 유성준을 찾아가 <수궁가> 전편을 배웠고, 그해 7월 조선성악연구회 입회하였으며, 송만갑으로부터 <흥보가> <심청가> 각 전편을 배웠다. 그 뒤 1936년 정정렬 선생 문하에 입문하여 2차에 걸쳐 <춘향가>와 <적벽가> 전편을 배운 사람이다.

신나라(회장 김기순)는 그 동초 김연수가 1967년에 동아방송에서 녹음해서 방송했던 판소리 완창 음반을 지난해 말 내놓았다. 전집은 춘향가 8장, 심청가 5장, 홍보가 4장, 수궁가 4장, 적벽가 3장 모두 24장으로 구성되었다.

40년 전의 녹음이지만 음질은 비교적 깨끗하고 좋다. 다만, 여러 차례에 걸쳐 녹음을 했기 때문에 음질이나, 음정 등이 고르지 않고, 소리 중간에 끊고 다시 녹음을 한 부분도 여러 군데 있어서, 소리 도중에 갑자기 녹음 상태나 청이 바뀌는 일도 있는 것이 흠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녹음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해내지 못하던 판소리 완창을 40년 전에 해낸 것과 함께 사설집에 있는 내용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부른, 그야말로 완벽한 완창 녹음이다.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한다. 더구나 전집 녹음이 김연수의 탄생 백 돌이 되는 지난해 나와 그 뜻을 더 크게 했다.

동초 김연수 해방 전후의 판소리 거장 동초 김연수 생전 모습 ⓒ 신나라


동초는 자신이 부른 판소리 다섯 바탕의 사설집을 자신이 정리하여 출판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또 김연수 판소리 사설은 다른 판소리에 비해 잘못된 글자나 잘못 전해짐이 가장 적은, 매우 정확한 사설로 평가받는다.

동초는 신식 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판소리도 상당히 합리적으로 접근했다는 평을 듣는다. 김연수는 여러 선생으로부터 소리를 배운 후에, 그 소리 중에서 좋은 점만을 골라 자신의 소리를 다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나름대로 다시 사설을 짜기도 하고, 고치기도 하였다.

동초는 판소리계에 발을 들여놓은 직후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거의 모든 삶을 창극에 몸담았다. <조선성악연구회> <조선 창극좌> <김연수창극단> <우리국악단>에 이르기까지 창극 관련 단체를 만들고, 운영하였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1962년 국립창극단의 전신인 초대 국립국극단장에까지 올랐으며, 1957년과 1959년 대한국악원장에 두 번 선출되었고,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판소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967년 동아방송국에서 이 음반의 자료가 된 판소리 5바탕 전판 녹음하여 140회에 걸쳐 연속 방송하였으며, 1974년 세상을 떴다.

1930년대는 판소리의 극화, 곧 창극이라는 새로운 양식이 개발된 판소리사에 중대한 전환기인데 이를 동초가 주도했고, 이를 통해 동초는 소리꾼으로 크게 성공했다. 동초가 창극이라는 새로운 양식의 개발을 주도한 것은 판소리를 듣는 예술에서 보고 듣는 예술로 한 단계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김연수는 판소리 다섯 바탕의 사설을 정리하면서, 모든 사설을 배역에 따라 분배하고, 그 배역을 표시하였으며, 배역이 없는 해설에 해당하는 부분은 효과로 처리하는 등 판소리 사설을 완전히 연극적 관점에서 재정리하고 있다. 김연수는 이처럼 판소리의 극적 성격을 더욱더 확대함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판소리 다섯바탕 동초 김연수 판소리 다섯바탕 음반 표지 ⓒ 신나라


최 교수는 또 김연수의 소리의 또 다른 특징을 말한다. “동초 소리는 다양한 부침새 기교를 쓴다. 부침새란 판소리 사설과 장단 사이의 관련 양상을 가리킨다. 부침새에는 ‘대머리 대장단’과 ‘엇부침’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대머리 대장단은 동편제 소리꾼들이 즐겨 사용하는 부침새로 규격적인 부침새라 할 수 있고, 엇부침은 주로 서편제 소리꾼들이 즐겨 사용하는 부침새로 변칙적인 부침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동초는 서편제 소리꾼들이 즐겨 사용하는 엇부침의 기교를 다양하게 사용하였다. 이는 아마도 자신의 목소리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다양한 장단과 운용의 기교로 극복하고자 한 데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불리는 판소리 중에서 김연수 바디는 정정렬 바디나 박동실 바디와 함께 장단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방 전후 판소리계에 임방울과 김연수라는 걸출한 두 거목이 있었다. 판소리가 오늘날 세계에서 인정받는 데는 임방울처럼 뛰어난 목과 대중을 휘어잡는 재주도 필요하지만 김연수처럼 사설을 정리하고, 완창 녹음을 하며, 제자를 기르는 몫은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일이다.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이제 김연수 바디 판소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승력이 강한 판소리가 되었다. 제자들도 김연수 이후 5대나 이어지고 있다. 그런 판소리를 만든 사람의 원본 판소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원본 판소리가 나왔으니, 판소리가 어떻게 변모를 거듭해 왔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있다”라며 동초 완창 판소리 전집 음반의 출시를 크게 반겼다.

지난 2007 정해년은 사설이 명쾌하여 청중이 듣기에 가장 좋은 유파를 창시한 동초 김연수 선생의 탄생 100돌이 되는 해였다. 이런 때를 맞아 오늘의 판소리를 일구어온 그의 소리를 다시 들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동초 김연수 창 “판소리 다섯바탕 완창 전집”에 흠뻑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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