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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영, 코미디 프로는 이제 그만!

등록|2008.01.03 10:39 수정|2008.01.03 10:39
이색 공약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일대 바람을 일으켰던 허경영 경제공화당 총재가 본격적으로 TV 프로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의 '박철쇼', MBC에브리원의 '구라데스크' 등에 출연했던 허경영 총재는 공중파 방송인 KBS2 TV의 ‘폭소클럽2’(1월 2일, 오후 8시 50분)에 출연하여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던져 주었다.

폭소클럽2에 출연한 허경영 총재... 더 이상 코메디 프로에 출연하게 된다면 그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 네이버


그는 폭소클럽2의 ‘응급시사’ 코너에 출연해 자신이 대통령 선거전에서 공약했던 내용 중에서 몇 가지를 풍자적으로 이야기 했다. 몽고와의 통일, UN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하는 것,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공약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도중에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 급식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제작진에서 자막으로 정정해 주기도 했다)

허경영 총재의 TV 프로 출연은 이미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예견된 일이었다. 허경영 총재가 출연하는 프로의 시청률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어떤 프로에 출연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십거리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정치에 환멸을 느낀 사람들에게 영양제의 역할을 해주었다’는 평가와 ‘정치를 완전히 코미디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허경영 총재는 공약의 황당함으로 당분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공중파 TV의 코미디 프로에 출연한 그는 어딘지 모르게 벌써부터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가 내세운 공약은 황당함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깊은 내용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웃고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가 말한 공약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점차 그의 공약은 신선도가 떨어지고 있다.

초반에는 호기심으로 그의 TV 출연에 관심을 보인 시청자들도 새로운 것이 없다면 싫증을 내고 외면할 것이다.

그가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나름대로 신비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허경영이 누구냐?’라는 궁금증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한 공약들, 다른 사람들은 웃지만 정작 본인 자신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인터넷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신비감과 기이함이 절묘하게 조화되었기 때문이다.

허경영 총재가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 영역에서 무엇인가 이루려고 한다면, 순간적인 인기에 현혹되어 여기저기 방송 출연을 남발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올해 초의 총선과 앞으로 남은 5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허경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가 되었다. 한마디로 대통령 선거를 통해서 ‘허경영’이라는 인물을 홍보했다면, 앞으로 있을 총선에서 전술만 잘 수립한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면 국회의원 이상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대통령 선거에서 하마터면 이인제 후보를 따라잡을 뻔했던 허경영 후보가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으로 전락할 것이냐, 아니면 앞으로의 정치 생활을 위해서 자신을 슬기롭게 컨트롤 할 것인가는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지만 더 이상 코미디 프로에 등장하는 것은 인기는 누릴 수 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영향력은 상당히 좁아질 것이기에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뉴스큐,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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