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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용변권은 생명권.... 화장실 문화를 다시 바꿔야

등록|2008.01.03 11:19 수정|2008.01.04 16:45
연예계의 '블루칩'인 유재석이 오랜 무명에 가까운 생활을 벗어나 일약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계기는 화장실 일화 때문이었다.

<서세원의 토크박스>에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휴지가 없어서 마지막 남은 휴지 한 장을 달랑 그냥 엉덩이 사이에 붙이고 나왔다는 우스갯소리로 그는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솔직담백하면서도 진솔함이 담긴 그의 재담은 그의 상표이자 '인간 유재석'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서세원의 토크쇼에서 인기를 얻은 이 가운데 윤다훈도 화장실 경험담으로 인기를 얻었다. 간신히 찾은 화장실에서 너무 급하게 앉는 바람에 코트에 걸린 변기 뚜껑이 내려져 그만 그 위에 볼 일을 보고 말았다는 것이다.

땀은 덜 나오고 술은 많이 들어가고... 바야흐로 화장실의 계절

겨울에는 땀이 덜 나니 오줌이 더 마렵다. 연말연시에 잦은 술자리는 요의를 자주 느끼게 한다. 겨울철에 아무 데서나 오줌을 누는 남성들이 많은 것은, 개인의 품성 탓도 있겠지만 계절적인 원인에 회식 문화 그리고 화장실 문화가 공범(?)으로 작용하고 있을 터다.

화장실 찾기 힘든 곳이 한국이며, 비록 화장실을 찾았다고 해도 화장지가 없기가 다반사다.

볼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추운 도시 공간은 비정하다. 어느 외국인은 한국의 화장실은 모두 문이 잠겨있어 당황스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한국의 화장실 문화는 자기폐쇄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제 복지 차원에서 화장실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할 시점이다. 용변은 생존을 위한 필수행위지만, 이마저도 대한민국에서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 잘 쌀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거창한 복지개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용변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 아니 생명권이다. ⓒ 박병춘


용변보려다 죽은 지하철 승무원

지난달 9일 지하철 기관실 문을 열고 용변을 보려던 한 승무원이 선로에 떨어져 마침 뒤따라오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지하철 승무원은 한번 운행에 들어가면 3~4시간을 기관실에 갇혀 있어야 한다. 승객들은 중간에 내릴 수 있지만, 승무원은 내릴 수 없다. 승강장에 화장실만 있어도 승무원도 쉽게 용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이 있기까지 도대체 운전기사들은 어떻게 용변을 처리하는지 생각하지 않았다.

지하철의 경우 1~4호선에서 승무원용 화장실이 있는 곳은 3곳이라고 한다. 승무원들은 5~6개 역마다 화장실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해 왔지만 서울 메트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거부해왔다고 한다. 비닐이나 우유팩·페트병이 최선의 대책이라는데 여성 운전사에 대한 배려마저 배제되어 있다. 설사라도 한다면 지옥철이 따로 없다.

버스기사들도 3-4시간의 긴 운행시간 내내 참아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운행 중에 용변을 볼 수 없으니 음식물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만약 교통정체로 배차 간격이 밀린다면 차고지에서 바로 다시 버스를 운전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용변 때문에 집중력이 저하되고, 급하게 몰다 보면 과속 난폭 운전을 하게 된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운전사가 하루 9시간 이상, 연속 4시간 이상 운행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 때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는 노동환경에서 운전기사들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방광염이나 담석증에 시달리는 운전기사도 있다고 한다.

한번도 학교 화장실에 가본 적 없다는 장애인 작가

어디 운수 노동자만일까. 어느 장애인 작가가 어린 시절 한 번도 입에 올릴 수 없었던 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오줌과 똥에 관한 얘기다. 소아마비 장애였던 그는 아무도 없는 틈을 봐서 방에서 휴대용 변기로 볼 일을 봐야 했기 때문에, 똥오줌 얘기는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던 셈이다.

그 작가는 학창시절 16년 동안 한 번도 학교 화장실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물은 물론이고 물기가 있는 음식마저도 멀리해야 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정을 모르고 사람들이 음료수를 권할 때다. 음료수를 권하는 사람은 왜 마시지 않느냐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집안에서만 용변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똥 이야기를 잘한다고 한다.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다.

▲ 지난해 지역 장애인단체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광주시 청사의 화장실. 이 곳의 사회복지과 앞 장애인전용 화장실은 일반 남자화장실 쪽으로 조금 들어가야 입구가 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톱스타로 활동하다가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한 가수도 하반신 장애인이다. 하반신 장애로 배변 감각이 없다. 소변은 일정한 시간에 따라 받아내지만 대변은 그렇지 못하다. 한 번은 방송 중에 그냥 배변이 나오고 말았다고 한다. 감각이 없기 때문에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제작진이 그 점 때문에 못마땅해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서야 방송활동을 했다는데 그 '해결책' 하나로 항상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또 다른 분들이 권하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똥 싼다고….

앞서 말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똥 이야기는 가장 솔직하고 가장 겸손한 자기표현이다. 장애인의 숙적은 제도도 인식도 아니다. 장애인은 영원히 똥과 오줌과 싸워야 한다. 특히 척수장애인은 이 싸움에서 이겨야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장애인들에게는 가장 비밀스러운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장애인과 함께 하려면 바로 이 화장실 문제부터 같이 고민해야 한다."

장애인은 영원히 똥오줌과 싸워야 한다

장애인에게는 똥과의 싸움이 절대 과제 가운데 하나다. 그들을 배려하는 화장실은 부족하기만 하다. 거리에 나선 장애인이 급한 용변을 볼수 있는 공간이 없어 곤란을 겪는다. 현행관련법은 공중이용시설과 공공건물에 한정해 장애인 화장실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이동로인 도로와 버스 계류장 인근 등에 전용화장실을 설치하자는 제안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버스정류장 인근 일정 거리 안에 있는 건물에 장애인 노약자 전용 화장실 설치의무조항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일정 거리마다 장애인 노약자 이동로에 이동식 장애인 전용화장실을 설치하는 것. 이 화장실은 비단 장애인만 이용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긴 운행 중에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는 많은 운전기사들을 위한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용변권이 박탈되는 곳은 훈련소밖에 없다. 훈련병은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변기 있는 교도소보다 더 못한 셈이다. 화장실은 권력의 통제요, 그러한 통제를 통해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이 사회는 화장실의 부재로 누군가에게 깊은 무기력감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타워 팰리스라도 화장실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사람은 잘 먹고 잘 싸야 건강하다. 잘 쌀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거창한 복지개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용변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 아니 생명권이다.

▲ 포항시청사 내 화장실 점자 안내판이 잘못 표시되어 있다. ⓒ 경북점자도서관

덧붙이는 글 데일리안에도 보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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