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섬, 농한기가 없는 반농반어의 마을 경제
산·들·바다가 어우러진 '앵강만 어울림마을'
▲ 남해섬 신전권역의 무게중심 신전 숲과 돌발 ⓒ 정기석
보물섬으로 불리는 섬이 있다. 남해섬이다. 산과 바다 그리고 들이 어우러진 천혜의 경관자원이 말 그대로 보물이다. 그 보물섬의 한가운데서 섬의 무게중심을 잡는 앵강만과 신전들. 넉넉한 바다와 들이 품은 신전권역에 농촌마을 종합개발의 신바람이 불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너무 바빠요. 여름에는 벼농사를 지어야 하고, 겨울에는 마늘하고 시금치를 키워야 하고…, 또 바닷가에 나가 물고기도 잡아야 하고…, 쉴 틈이 없어요."
윤창호 신전권역 추진위원장은 자신도 농사짓느라 여유가 없어 마을사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말 그대로 이 신전권역의 마을마다 할 일도 많고 자원도 많다.
신전마을 바닷속 갯벌 한가운데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돌발’이 있다. '석조망'이라고도 부르는 이 조형물은 주민들이 어촌체험마을로 가꾸기 위해 지난 2003년 남해군의 지원을 받아 7천만원을 들여 만들었다.
높이가 2m, 길이가 150m가량 되는 이 ‘돌발’은 중앙이 높고 양쪽 끝이 낮게 반달 모양으로 돌을 쌓아올린 석축이다. 밀물 때 바닷물과 함께 몰려왔던 물고기가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한창때는 마을 앞바다에 모두 4개의 석조망이 있어 물고기를 잡아 벌어들이는 수입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신전들의 벼·마늘·시금치 농사와 여름철 바지락, 겨울철 개불까지 합쳐도 큰돈이 안 돼 자연자원을 활용한 관광어촌 프로그램으로 농외소득도 올리고 마을도 활성화시키려고 만들었다. 지금 한창 신전마을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전권역 5개 마을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단초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신전들에 선 윤창호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추진위원장 ⓒ 정기석
농한기가 따로 없는 반농반어 마을경제
신전권역은 경남 남해군 이동면 신전리·화계리·용소리·금평리·원천리 등 행정리 5개 마을에 걸쳐 총 640만평을 사업지역으로 한다. 신전들을 중심으로 한 농경지는 80만평에 달한다. 전체 624호에 1400명의 주민이 살고 그 중 394호의 농가에서 벼농사를 다 짓고 나면 마늘과 시금치 농사를 이어 짓는다.
화계리와 원천리는 어업에 치중한다. 반농반어에다 농번기와 농한기가 따로 없이 일 년 내내 바쁘게 돌아가는 마을이다. 남해섬의 한가운데를 양분하는 모양의 앵강만 자락에 위치한 어촌과 농촌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권역 내 신전숲·신전객벌·용문사 등의 관광자원을 비롯해 유럽형 유기농장 게비스랜드 남해농장·참다래작목반 같은 농업생산시설이 들어서 있다. 권역 외에는 남해섬의 대표적 관광명소 상주와 송정해수욕장, 가천 다랭이마을, 남해 금산 보리암 등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3백만명 왕래하는 참 좋은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자연환경보전지역인 신전 숲 안에 버티고 있던 군부대가 이전한 자리에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신전숲 공원도 조성되고 있다. 용소리에는 재미동포들의 귀향촌인 미국마을(아메리칸 빌리지) 조성사업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신전권역에는 향후 2010년까지 총 6979억원의 사업비가 투여된다. ‘지역 어메니티 강화와 지속가능한 농어업 육성으로 자생력있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사업목표를 세웠다. 함께하는 마을, 자생력 있는 마을, 매력있는 마을을 만들어서, 결국 ‘앵강만 어울림마을’을 구현하겠다는 비전이다.
농산어촌이 복합된 권역 특성, 친환경농업이 활성회되지 않은 지역경제 특성 등을 감안해 하드웨어 부문이나 소프트웨어 부문에 걸쳐 보다 실제적이고 차별화된 사업실행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 재미동포들의 귀향지인 용소리 '미국마을' ⓒ 정기석
‘앵강만 어울림 마을’ 만들기
문화복지 계획으로는, 지역활성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200평의 지역활성화센터에 13억원, 주민 간 교류, 도농 간 교류의 장으로 기능 할 400평의 어울림 광장 조성에 2억원, 권역내 마을간 단절을 해소시킬 290m의 원천해안도로 연결에 5억 5천만원이 들어간다.
산업경제 계획으로는 용소리 친환경작목반이 중심이 된 1만여평의 참다래 단지 확대조성에 4억원, 권역 친환경농업화를 선도할 친환경영농자재 생산공동작업장에 3억원이 소요된다.
아무래도 경관 및 관광명소 남해섬내 권역의 특성상 가장 중점을 두고 투자하고 있는 경관관광 계획으로는 신전숲 체험공원조성에 18억원, 마을 숲 정비에 2억 5천만원, 체험공간 2개소 조성에 2억원, 호구산 등산로 850m 정비에 9천만원, 4.3Km의 해안도로 정비에 2억 3천만원, 권역 종합안내시설에 1억 5천만원이 투입된다. 전체 예산의 40%가 경관관광 투자에 집중되는 것이다.
지역역량강화 소프트웨어 사업에는 마케팅·컨설팅·권역 운영지원·정보화·교육 등에 7억원이 지원된다. 지역에 기반을 둔 농업·농촌 전문 연구 컨설팅 인력들이 사업 성패에 있어 관건이 되는 마을 주민들과의 교감과 소통을 위해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로써 참다래 등 고소득 친환경작물 재배를 확대하고 고품질 친환경 농산물 생산 거점지역으로 조성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육성과 어촌 프로그램과 연계한 방문객 체류거점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이다.
▲ 진정한 마을 만들기를 더불어 고민하는 주민교육 ⓒ 정기석
2014년에는 가구당 연소득 2400만원(2004년 2100만원), 친환경재배율 78%(2004년 0%), 연간 방문객 30만명(2004년 7만명)이 다녀가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남해섬의 무게중심인 앵강만 5개 마을이 한데 어우러져 중심만 잘 잡는다면 이룰 수 있는 목표다.
덧붙이는 글
오래된미래마을(http://cafe.daum.net/Econet) 원주민으로 지리산 남쪽자락에서 '생활마을 꾸리기' 일을 하며 사는 정기석 기자가 쓴 이 기사는 <농경과원예> 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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