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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겨울 숲, 딱따구리가 봄을 깨우네!

등록|2008.01.04 15:49 수정|2008.01.05 13:54

딱따구리북한산 자락에서 ⓒ 김민수

 이렇게 가깝게 그를 만나본 적은 없습니다. 간혹 아침 출근길에 숲 속에서 경쾌하게 들려오는 나무를 쪼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먼발치에서 바라본 적은 있지만 이리도 가깝게 그를 보기는 처음입니다. 아마도 어린 새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어린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어린 딱따구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아직 인지를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저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가만히 그를 바라봅니다. 그도 해치지 않을 것을 알았는지 그냥 무심코 자신의 일을 계속합니다. '설마 저 작은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본능일 수도 있고, 먹이를 구하는 중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딱따구리가 따닥거리며 내는 소리는 작고도 경쾌했습니다. 마치 겨울 숲에서 잠자고 있는 봄만 살짝 골라 깨우려는 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딱따구리작지만 힘찬 소리가 들려온다. ⓒ 김민수

지난 대선에서 각 당 후보들의 요란하고 현란한 구호들을 보면서 그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했습니다. 저렇게 시끄러운 공약들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혀져 버릴 선거용이라 생각했지요.  대선이 끝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쟁점이 되던 문제들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리고, 당선인의 공약만 포장이 되어 연일 언론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환경파괴를 뻔히 불러올 경부대운하가 이미 실무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나 대북정책 등에 대한 차기 정부의 정책, 교육정책, 언론정책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국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은 어디로 갔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키지 못할 공약은 슬그머니 뒤로 해버리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교육이나 환경,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제일주의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섭니다. 이런 걱정이 기우이길 바랄 뿐입니다. 

딱따구리아직 어려서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 김민수

겨울 숲에 울리는 새끼 딱따구리의 작은 소리,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그들의 나무를 쪼는 소리도 점점 커지겠지요. 그때쯤이면 침묵의 숲 여기저기에서 풀꽃들이 피어나고 나뭇가지마다 꽃눈이 터지는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어루러져 들려올 터이니 또 그만큼 계절과 하나되는 소리로 들리겠지요.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맘몬의 논리가 어떻게 국민들의 마음 깊이 새겨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못 살아도 자긍심을 가지고 살아가던 때가 있었는데, 조금 불편해도 다른 이웃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삶인데 언제부터 그렇게 경제제일주의자들이 되었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나는 이런 세상을 꿈꿉니다. 우리 사람에게서 멀어진 자연이 사람에게도 점점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세상, 그래서 결국 사람도 자연인의 하나로 서로 배려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세상입니다. 새들과 대화를 하고, 나무와 들풀들과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그런 세상 말이죠. 이런 세상이라면,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어가며 사는 세상이라면 이렇게 일등만 살아남거나 단 몇 퍼센트의 사람들이 세상의 모든 부와 권력을 누리지는 않겠지요. 새해가 시작된 후 우연히 손만 뻗치면 잡을 수 있을 만큼의 거리까지 다가온 작은 새를 내게로 날아온 길조라 생각하고 올 한해도 힘차게 살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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