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안보 미륵리절터 전경북향하고 있는 특이한 절이다. 뒤쪽의 고개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이용한 하늘재이다. 미륵리절은 하늘재를 지키는 군사적 역할도 겸했던 것으로 보인다. ⓒ 신병철
정확한 이름을 몰라 그냥 미륵리사지라고 말하는 이 절(이후 미륵사)은 특이하게도 북쪽을 향하고 있다. 이야기가 없을 수 없다. 이곳에서 신라의 마지막 태자인 마의태자가 송계계곡에 자리하여 남쪽을 보고 있는 덕주공주와 마주보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기 때문이란다. 미륵사 유적들이 모두 고려때의 모습이고 덕주사의 불상들도 모두 고려 이후에 만든 것이므로 신빙성은 없다.
가장 높은 곳에 돌부처 한 분이 곱상하게 서 있다. 석불이 보고 있는 북쪽만 열고 나머지 주변은 돌로 쌓았다. 앞쪽에 기둥을 세운 주춧돌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앞쪽을 목조건물로 보호하고 주변을 돌로 막은 반 석굴의 법당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불상은 크게 다섯개의 돌을 조각하여 포개놓았다. 왼손에 뭔가를 감싸쥐고 있다. 가슴 앞에서 양손을 모으고 있다. 둥그스러운 얼굴은 순박하다. 다소곳한 표정이 사람들 마음을 끈다. 전국에 널려 있는 소박한 고려 미륵불 중에 하나다.
통일신라시대에는 부처모습을 국왕으로 여겼다. 국가 차원에서 불상을 새겼고, 그 수준은 대단하였다. 선종으로 부처나 미륵을 자처한 지방세력이 연합한 나라가 고려였다. 불교가 지방으로 저변이 확대되었다. 고려때부터 불상은 지방화했고, 조각의 수준은 형편없어졌다. 소박하고 단순하며 괴량감이 들기도 한다. 수안보 미륵불은 그 중에서도 소박하고 곱상한 아름다움을 지닌 대표적 부처님으로 통한다.
▲ 미륵리절터 석불입상과 석등 및 석탑북쪽을 향하여 남북일직선상에 자리잡고 있다. 석불이 가장 북쪽에 있다. ⓒ 신병철
부처님이 서 있는 곳이 아마도 중심 법당이었을 것이다. 법당 앞으로 석등과 석탑이 차례대로 북쪽으로 서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석등은 통일신라 석등 양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긴 중간의 간석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고 아래 위로 연꽃으로 장식했다. 균형잡힌 석등이기는 하나 상대석에서 보듯이 어쩐지 세련미가 떨어지고 있다.
석등 뒤쪽의 5층 석탑은 통일신라 양식의 고려때 석탑 모양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다. 2중 기단이 필요 이상으로 거대해졌고, 지붕돌의 길이가 짧다. 5층으로 변화를 나타내보았으나, 새로운 양식으로 개발되지 못한 고려식 통일신라 석탑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석탑은 동쪽으로 조금 가면 서 있는 삼층석탑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 미륵리절터 고려식 석등신라양식에서 벗어난 고려식 네모 석등이다. 높지는 않으나 푸근하고 앙증맞은 느낌마저 든다. 대좌의 연꽃과 화사석의 화창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신병철
상대석과 화창의 네기둥과 그 위의 지붕이 아래쪽의 둥근 연꽃과 어울려 푸근한 멋을 풍기고 있다. 화창에 불을 밝혀 석등으로 사용했을 것 같지는 않다. 모양 자체가 그냥 환한 불을 보듯 했다. 미륵부처님의 푸근하고 곱상한 감정은 이 석등에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되고 있었다.
푸근하고 온화한 부처님을 뒤로 하고 이번에는 덕주사의 부처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우리의 소원도 다양하니 여러 부처님을 만나 다양한 소원을 빌어야 뭔가 통할 것 같았다. 덕주사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산에 오른다. 먼저 올랐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새해 처음 만나는 사람같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강요해본다. 돌아오는 화답 역시 밝기 그지없다.
▲ 덕주사 마애불남향한 큰 바위에 온몸을 새겨넣었다. 굳게 다문 입과 반쯤 감은 눈으로 해탈의 높은 경지와 결연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 신병철
반듯한 코와 큰 귀 그리고 굳게 다문 입과 반쯤 감은 눈이 네모진 얼굴과 함께 근엄하면서도 해탈의 높은 경지 그리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엄청난 노력과 봉사의 이타행으로 모든 중생들을 극락세상으로 이끌어갈 아미타부처님의 경지인가 보다. 높은 원력이 저절로 묻어나오고 있어, 친구들은 저절로 고개 숙이는 듯 했다. 이런 부처님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까? "모두가 자신이 차지한 위치에서 주인으로 행세할 수 있는 한 해가 되도록 도와주소서" 이쯤이면 될까?
산에서 내려온다. 아래쪽 덕주사에 또 부처님이 한분 계신다. 약사전에 계신 병든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부처님 약사불이다. 큼직한 얼굴에 조그마한 손, 갑옷같은 윗옷 등이 조금은 조잡하다. 그럼에도 험상궂으나 퉁명스러운 친근감을 지닌 부처님이다. 왼손에는 약함을 들고 있고 오른손은 설법수인이다. 오른손바닥이 바깥으로 표현되어 있으니 조금은 한심한 조각이다.
▲ 덕주사 약사불큼직한 머리, 불균형 몸매, 갑옷같은 옷, 바깥으로 보이는 손바닥... 애초부터 조각기법이 없었다. 고려나 조선시대 지방화한 불상의 전형을 보인다. 화려한 후불탱화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신병철
이런 부처님께는 무슨 소원을 빌어야 어울릴까 또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우리 모두 아픈 사람이 없는 한해가 되어주고, 가난하여 치료 못받는 사람이 없는 한해가 되어 주소서" 이쯤이면 너무 큰 소망일까?
▲ 시골 한동네 초등학교 동기생의 새해여행 나이 50이 넘은 시골 한 동네 동기생 친구들이 부부동반으로 새해여행을 떠나 많은 부처님을 만났다. 그리고 소원을 빌었다. "내년에도 만나자고" ⓒ 신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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