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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새색시처럼 아름다운 붕어섬

엄마품 같이 푸근한 옥정호의 매력

등록|2008.01.07 09:07 수정|2008.01.07 09:49

▲ 옥정호에 있는 붕어섬,겨울풍경 ⓒ 조정숙


운암발전소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호수로, 옥정호는 임실과 정읍의 경계에 걸쳐 있다. 섬진강의 물을 막아 생겼기에 섬진저수지, 임실 운암면, 정읍 산내면에 걸쳐 있기에 운암저수지, 산내저수지로도 불린다.

붕어 모양의 섬을 안고 있고, 호수를 뒤덮은 새벽 운무가 운치가 있어 사진작가들의 단골 출사지로 꼽힌다. 이곳을 찾아갈 때 운암교를 시작하여 강진면을 지나 태인 방향으로 가다 산내삼거리에서 산외 방향으로, 종산삼거리에서 운암 방향으로 가면 다시 운암교에 닿는다.

종산삼거리 가기 전 지금은 폐교가 된 종산초등학교가 있는데 이곳은 아버님이 교직에 계실 때 두 번째 부임지였던 곳이다. 지금은 시골의 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가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 운동장을 밭으로 개간하여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옥정호는 알 만한 사람은 알 만큼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옥정호의 푸르디 푸른 강줄기를 타고 돌다보면 전라도에 이런 길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불구불한 길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 아름답다는 붕어섬을 보기 위해서는 국사봉이라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 아버지께서 두번째 부임지셨던 종산초등학교,지금은 폐교가 되어서 마을 주민들이 운동장에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은다. ⓒ 조정숙


▲ 지난 여름 아코디언 연주를 맛깔스럽게 해주신 황토마을에 사시는 할아버지 ⓒ 조정숙


국사봉을 찾아가기 전에 옥정호를 끼고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지난 여름 붕어섬을 찾아 갔을 때는 좀 이색적인 마을이 있었다. 입구에 "황토마을 체험하러 오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있어 이정표를 따라 들어갔다.

황토마을 입구 정자에서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아름다운 선율의 아코디언을 구수하게 연주해 주기도 했다. 관객은 남편과 나 두 사람이었지만 손바닥이 얼얼할 정도로 박수를 쳤던 기억이 새롭게 난다.

▲ 고사목, 2007년 여름에 촬영했다. ⓒ 조정숙


▲ 옥정호에서 노를 저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한가롭다. ⓒ 조정숙


▲ 옥정호 부근 펜션에 피어있는 능소와길.지난 여름에 촬영했다. ⓒ 조정숙


마을의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자 인적이 드문 곳에 고사목이 맑은 호수를 바라보며 고고하게 서 있다. 생을 다한 나무지만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백의민족의 정기를 그대로 보여 주는 듯했다.

마을을 빠져나와 다시 옥정호를 달리다 작은 쉼터에 잠깐 차를 멈추고 아름다운 비경에 빠져 호수를 바라보는데 저만치 노를 저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호수와 어울리는 풍경이다.

다시 출발하여 호수가 보이는 아름다운 펜션을 따라 들어가면 능소화가 만발한 능소화 길을 만난다. 이곳은 아버님 친구분이 정년 퇴임을 하시고 펜션을 지어 운영을 하시는데 언제라도 쉬고 싶을 때 와서 쉬다 가란다.

능소화가 만발한 꽃길을 지나가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국사봉전망대 근처에는 용운리, 입석리, 운암교 아래의 마암리, 범어리 등은 소담한 호숫가 마을이 있다. 붕어섬에는 팔순의 노인이 아직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용운리 마을 이장님께 부탁하면 배로 데려다주기도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기 때문에 2년 동안 옥정호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 위해 찾아갔지만 붕어섬을 들어가진 못했다.

▲ 지난 2007년 봄에 촬영한 붕어섬. ⓒ 조정숙


▲ 붕어섬의 여름 ,장마철을 대비해서 물을 뺀 상태다. ⓒ 조정숙


▲ 전망대에서 바라본 옥정호의 또 다른 모습,운해가 장관이다. ⓒ 조정숙


사계절 변해가는 모습을 담으려고 했던 붕어섬을 찾아가 본다. 옥정호에 있는 붕어섬을 제대로 구경할 거라면 좀 여유를 갖고 하루 전 출발하여 국사봉전망대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그곳에서 일박을 한 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잠을 깨서 출발하여  올라가야 하는데 흠이라면 숙소가 많지 않다는 게 흠이다.

모두들 꿈나라에 있을 이른 새벽 단잠을 한방에 날리고 국사봉 주차장을 향해 출발해야 한다. 언덕 정상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의 70도에 가까운 가파른 산길을 숨이 턱까지 찰 정도로 헉헉대며 30여분을 올라가야 아름다운 붕어섬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붕어섬의 비경을 여러 번을 가도 만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번에 그 아름다운 자태를 만날 수도 있다. 날씨에 민감한 곳이기도 하지만  붕어섬은 새색시 수줍음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질 않을 때가 많았다. 좋은 풍경을 보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올 4월에  남편과 함께 그곳을 찾아갔었다. 두 번째는 8월에 한 번 더 갔지만 장마철을 대비해서 물을 뺏기 때문에 붕어가 아닌 옆구리 터진  붕어섬을 보고 돌아왔고 눈 쌓인 절경을 보기 위해 4일(금요일)에 다시 찾았다.

붕어섬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기 위해서는 새벽잠을 포기하고. 4시에 국사봉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가파른 길을 올라 붕어섬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오르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다.

새벽 동이 트기 전에 삼각대를 받치고 떠오르는 태양 아래 운무 속에 갇혀 있는 붕어섬이  빼꼼이 드러날 때의 모습을 놓치지 말고 셔터를 눌러야 한다. 눈으로 보고 작품으로 담아오는 것이다.

▲ 2007년 여름 국사봉 전망대에서 내려오는길에 빛내림을 보다. ⓒ 조정숙


참으로 아름답다! 운무 속에서 나타나는 붕어섬의 모습이 장관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에 매료되어 잠깐 동안 숨을 멈추기도 한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 내림을 담을 수 있다면 그날은 운수대통한 날이 될  것이다.

운 좋게도 지난 봄, 내려오는 길에 빛 내림을 만날 수 있었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빛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사계절 언제나 찾아가도 포근한 엄마 품처럼 반갑게 감싸 주는 곳, 옥정호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서 앞으로도 자주 찾아가야지 하는 마음을 안고 떠나 왔다.

맑은 물 맑은 공기와 자연의 멋이 함께 어우러진 곳, 정읍과 임실 경계선에 있는 옥정호의 비경을 보고 돌아오는 마음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발걸음도 가볍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활력소를 굳이 찾고 싶다면 여행을 떠나라. 혼자든 다른 사람과 동행을 하든 마음 속에 보물을 한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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