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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태안은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간절하다

<오마이뉴스> 자원봉사단과 백리포 해수욕장에 가다

등록|2008.01.06 17:16 수정|2008.01.07 08:40

자원봉사자 캠프로 바뀐 해수욕장큰 자루들엔 장화와 방제복, 장갑 마스크 들이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다. ⓒ 최종술


<오마이뉴스> 자원봉사단과 함께 5일, 태안 백리포해수욕장을 찾았다. 만리포해수욕장 곁에 있다 해서 주변해수욕장을 천리포해수욕장, 백리포해수욕장, 십리포해수욕장이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본래 백리포해수욕장 이름은 지명을 딴 의항해수욕장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6시 50분경에 출발하여 부지런히 달렸는데도 도착 시간은 10시가 가까웠다. 해수욕장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캠프로 바뀌었다. 방제도구들을 쌓아 놓은 큰 포대들과 현수막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도와주는 현지 주민들이 눈에 들어 왔다. <오마이뉴스> 자원봉사단도 조를 나누고 방제복을 갖춰 입은 후 서둘러 현장에 들어가 보았다.
백사장에 들어서니 눈앞에 펼쳐지는 백리포 해수욕장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왔다. 맑고 투명한 바닷물과 여인의 속살 같은 색을 가진 깨끗한 모래사장. 그리고 해안을 감싸고 있는 얕은 산줄기. 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뺨을 쓰치고 지나간다. 겉으로 보이는 해수욕장은 검은 기억을 지운 듯이 보였다.

백리포 해수욕장에서 기름제거 작업을 하는 '오마이뉴스 자원봉사단'자원봉사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최종술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바위에 남은 검은 기름 띠의 흔적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쳤음에도 커다란 상처로 남아있었다. 검게 그을은 해안의 모습이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왔다.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조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음은 기름 유출로 생태계가 파괴되었기 때문일까?

이른 아침부터 바위를 붙잡고 열심히 걸레질을 하고 있는 봉사자들의 아름다운 마음들이 하얗게 갈매기들의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모래 사장은 검은 기름의 흔적은 지원진 듯 보이지만 모래를 파보면 검은 기름이 잔류되어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 자원봉산단으로 함께 간 사람들은 120여명, 해수욕장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로 막혀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선택했다고 한다. 밧줄을 타고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겨울 바닷 바람이 제법 매섭다. 우리가 간 지역은 하루 종일 해가 들지 않는 곳이었다.

기름을 뒤집어 쓴 바위들기름을 잔뜩 뒤집어 쓴 바위들이 산재해 있다. 닦아도 닦아도 기름은 쉽게 제거되지 않았다. ⓒ 최종술


이미 배로 흡착포들이 수십박스 도착해 있었다. 배가 닿을 수 있는 곳에 하적되어 있는 흡착포를 작업 장소로 옮기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다. 인간띠를 만들어 박스를 전달했는데도 지형이 날카로운 바위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금세 얼굴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이곳은 사람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나 보다. 바위에 끈적이는 기름이 그득했다. 천 또는 흡착포로 기름을 닦아내면 하얗던 천이 새까만 걸레로 변했다.

"아휴, 이 일을 어쩌나!"

자원봉사자 중에서 중년의 남자 분은 연신 한탄을 하며 부지런히 걸레질을 했다. 바위 사이사이에 뭉쳐져 있는 기름덩어리들, 바위에 뒤집어 씌운 기름막. 해안은 이미 생명체들은 찾아 볼 수 없다.

생각보다 냄새는 크게 나지 않았다. 휘발성은 거의 날아가 약 50% 정도의 냄새가 남아있기 때문에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 냄새 정도였다. 오전 내내 열심히 작업을 하였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바위에 흡착된 기름의 위력은 대단했다. 검은 막을 지우는 일은 정말 힘이 들었다. 닦아도 닦아도 바위 하나를 닦는데 하루 해가 부족했다.

1시경이 되어서 점심식사를 했다. 일을 한 탓일까? 밥 한 그릇을 맛있게 뚝딱 비웠다. 현지주민들이 빵과 음료수 그리고 커피, 컵라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다시 작업을 개시했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여러 날 하고 있다는 한 자원봉사자가 작업 요령을 일러 주었다. 우선 오염된 스티로폼을 치우고 천으로 된 걸레로 기름을 제거한 다음 흡착포는 바위 아래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업장에 들어가 일을 시작했을 때 다시 한 번 경악해야 했다. 오전에 일한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름기가 산재해 있었다. 걷어도 걷어도 기름은 계속 나타났다. 돌을 들추고 보면 아래에 자갈과 뒤섞여있는 기름덩어리들과 기름을 뒤집어 쓴 자갈들을 만날 수 있다. 돌을 하나하나 닦고 닦아도 기름의 자취를 지우는 일은 쉽지가 않다. 하얀 방제복이 온통 기름으로 범벅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작업은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졌다. TV에서 보도 되었던, 방제작업이 거의 종료되었다고 한 이야기와는 달리 아직도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 많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해안의 바위들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에도 검은 마수를 걷어내기엔 여력이 미흡했다. 아직도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

죄없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이렇게 짓밟아 놓고, 사고 당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온갖 전략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이일을 어떻게 해!” 하고 자원봉사자들도 한탄이 절로 나오는데 이곳 주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심야 우등을 타고 내려오는 내내 아직도 검게 남아있는 태안의 기름 자국이 눈앞에 어른거려 가슴에 걸려있었다.

▲ 백리포 해수욕장에 걸린 현수막. "태안군민 여러분 힘내세요" ⓒ 최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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